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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경논총 Feb 08. 2024

[오아시스] 미야자키 하야오, 그 거장의 흔적을 따라서

덜 약한 토토로


[사진 1] 출처: KBS 뉴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장으로서 그리고 연출가이자 애니메이터로서 이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작품들은 2000년 이전에는 일본 내에서 주목받는 정도였지만,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과거의 작품들도 조명되기 시작했다. 1900년대 말 이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 등을 포함한 수많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거의 모든 영화를 여러 번 봤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작품성 자체가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 속 사회의 명과 암의 조화로운 메시지와 특유의 색감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이 글에서는 그의 작품에 대한 세세한 분석보다는 작품 이면에 담긴 미야자키 하야오의 몇 가지 일화를 이야기하며 그를 추억하고자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작품 인생을 함께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름은 ‘기블리’라는 이탈리아 군용정찰기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 발음은 ‘기블리’인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정확한 발음을 모르고 ‘지브리’라고 발음하면서 잘못된 명칭으로 굳어졌다. 일화에 따르면 직장동료 다카하타가 정확한 발음은 기블리라고 얘기했는데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브리고 맞다며 고집을 부려 지금까지 지브리 스튜디오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별론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는 비행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308억 엔이라는 일본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여전히 그 기록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이 흥행에 마냥 행복해 할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년 넘게 모든 영화관의 스크린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다른 일본 영화들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웃집 토토로’에는 주인공으로 두 자매가 나오는데, 기존 시나리오에는 주인공이 여자아이 한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직장동료 다카하타와 작품 제작 시기가 겹쳤고, 당시 지브리 스튜디오는 동시에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만큼의 인력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둘은 서로가 먼저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신경전의 일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다카하타의 작품보다 더 긴 상영시간으로 이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주인공을 두 명으로 늘리면서 분량을 늘려, 지금의 ‘이웃집 토토로’가 완성됐다. 공식 포스터 속에도 반전이 숨겨져 있는데, 포스터 속 토토로 옆에 서 있는 소녀는 두 주인공 자매인 메이와 사츠키를 합성한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사진 2] 출처: 한국경제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미야자키 하야오였지만, 작품 밖에서는 인간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준 친근한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그였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도 그 동심을 잃지 않았기에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작품 한 켠에 동화 같은 장면들을 녹여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유년 시절 수많은 추억을 선물한 당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당신의 여생이 한 편의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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