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이예진, 편집부원 이윤주
2018년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힘겹게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영화는 주인공 혜원이 고향 미성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미성리는 쌀과 사과가 유명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서울을 떠나 고향에 돌아온 것은 석 달 전 겨울이었다.
임용고시를 떨어진 혜원은 대학 합격 후 돌아오지 않았던 고향으로 다시 향한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엄마는 혜원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 즈음 떠났다. 엄마가 어디로 떠난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혜원은 엄마와 함께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재료들을 가지고 즐겨 먹던 음식들을 이제는 스스로 해 먹는다. 미성리에서 모든 일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해야 한다.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재료를 사용해 먹는 것까지. 추운 겨울에는 배추를 눈속에서 발굴해 낸다. 발굴한 배추는 배춧국이 되기도 하고, 배추전이 되기도 한다. 날이 추운 날에는 수제비도 함께 해 먹어야 한다.
고향 친구 재하와 은숙은 혜원과 함께 음식을 먹곤 한다. 재하는 취업을 해 회사를 다니다가 현재는 미성리에서 부모님의 농사를 돕고 있다. 재하는 직장상사에게 폭언을 듣고, 회사일로 인해 스스로를 잃으면서 농사가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 깨닫게 되었다. 은숙은 단 한 번도 미성리를 떠난 적이 없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지역농협을 다니고 있다. 은숙은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참견과 잔소리만 늘어놓은 부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혜원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남자친구만이 합격을 하고, 자신은 임용고시에서 떨어졌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은 “인스턴트 음식이 허기를 채워주지 못해서”, “배가 고파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한 재하도, 회사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은숙도, 그리고 시험에서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도 고달픈 청년의 삶이라는 공감대를 심어주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단순히 이 영화는 우울한 분위기만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계절별로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잘 지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힐링 영화이다. 본 글은 이 영화에서 다뤄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 중, ‘실업’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국내 실업률 현황
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 비율의 사람들이 실업 상태인지 직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지표 ‘실업률’은 노동력을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국가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우리나라에서 정의한 ‘실업률’이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수의 비율을 뜻한다. 이때 경제활동인구란, 15세 이상 인구 중 노동이 가능하고 경제활동에 참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며,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수치이다.[1]
실업률(%) = (실업자/경제활동인구) * 100.
경제활동인구 = 실업자 + 취업자[2]
이 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은
(15-29세 실업자/15-29세 경제활동인구) * 100으로 계산된다.[3]
위와 같은 우리나라 실업률의 정의와 경제활동 인구조사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력접근법(Labor Force Approach)에 따른 것이다.[4]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타 OECD 국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현재 국내의 실업률 절대 수치는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 2010-2020 전체실업률 평균 수치는 약 3.6% 정도로, 이탈리아(10.6%), 룩셈부르크(5.7%), 스웨덴(7.5%), 폴란드(7.0%) 등 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5] 문제는 청년실업의 악화 속도와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6]의 비율이다. 2010-2020 청년 실업률 연평균 상승 속도는 0.76%로 38개국 중 10위, 국내 청년실업률의 배율은 OECD 평균인 2.08배에 비해 훨씬 높은 2.82로 상위 5위를 차지했다.[7][8]
2. 실업의 원인에 대한 경제 이론
이러한 실업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실업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론은 정말 다양한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학파인 고전학파와 Keynes 학파의 관점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고전학파는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가정하여 모든 시장이 균형상태에 있다고 보았으며, 그 상태에서 어떤 기업이 노동자에게 제시하는 임금이 노동자가 수락할 만한 임금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 ‘자발적 실업’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또한 고용주들이 구직자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구직자들의 한계 생산성이 고용주가 수락 가능한 한계 생산성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계속해서 탐색이 일어나는 상태에서도 실업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실업은 노동자와 고용주가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발생하기 때문에 ‘탐색적 실업’, ‘마찰적 실업’이라고도 칭한다.[9]
Keynes 학파는 가격의 경직성을 중심으로 실업을 설명했다.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노동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때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이 바뀌어 임금도 함께 내려가야만 균형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물가가 하락했을 때 명목 임금을 그만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를 초과하여 ‘비자발적 실업’이 발생한다. 위와 같은 명목 임금의 특징을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라고 칭한다.[10] 따라서 이들은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줄어든 노동 수요만큼 새로운 노동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간섭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11]
3. 청년 구직 단념
가을에서 다시 가을이 찾아오기 직전까지, 영화 속에서 혜원이 구직을 위해 특정 활동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혜원은 앞서 살펴본 실업률 공식에 따르면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하는 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실업자는 직장에 속해 있지 않은 모든 인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실업자는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즉, 1년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혜원은 실업자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혜원이 만약 시험 준비를 하면서 편의점에서 주당 1시간 이상을 근로했다면, 당시 혜원은 고용을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공식적 집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구직을 포기한 실망실업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취업자로 분류하는 공식 실업률은 실업상태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12]
이러한 공식적인 ‘실업률’을 보완하는 개념으로서 통계청이 발표하는 ‘확장실업률’이 있다. 확장실업률의 경우에는 실업자를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근로 시간이 주당 36시간 이하이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근로 하고 있는 지와 무관하게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잠재경제활동인구’로 집계한다.[13] 따라서 확장실업률을 이용할 경우 혜원은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 실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구직을 포기하고 보낸 4계절에는 구직단념자가 되어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다. 즉,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의를 따르는 공식적인 실업률 통계나 보조지표로서 사용하는 확장실업률 통계이건 간에 실업률 수치의 이면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하는 은숙에게 다시 미성리를 떠난 혜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혜원이는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일 거라고. 아주 심기는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히 심는다는 것이다.
아주심기를 하고 난 다음에 뿌리가 자랄 때까지 보살펴주면 뿌리가 들떠 말라죽지도 않고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들도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참고 문헌
신문기사
김영배, “한국 청년실업률, 전체 실업률 대비 2.8배…OECD 5위”, 한겨레, 2021-10-20.
김재원, “[경제노트] (테마연구) '실업의 이해 (하)'”, 한국경제, 1998-05-11.
박정규, “한경연, 청년실업률 1%p 높아지면 잠재성장률 0.21%p 하락". NEWSIS, 2021-10-20..
손정희, “[Cover Story] 300년 역사의 경제학…두 기둥은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 한국경제 생글생글 384호, 2013-05-13.
장원석, “[이번 주 경제 용어] 확장실업률”, 중앙일보, 2018-04-24.
웹사이트
국가지표체계. 실업률
KDI 경제정보센터. 실업.
시사경제용어사전. 임금의 하방 경직성.
한국경제 경제용어사전. 마찰적 실업.
e-나라지표. 취업자 수/실업률 추이.
[그림 1] 노동시장(고전학파, 케인즈학파)
[1] KDI 경제정보센터, 실업.
[2] 먼저, 15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고, 다시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분된다.
[3] e-나라지표. 취업자 수/실업률 추이.
[4] 김재원, “[경제노트] (테마연구) '실업의 이해 (하)'”, 한국경제, 1998-05-11.
[5] 김영배, “한국 청년실업률, 전체 실업률 대비 2.8배…OECD 5위”, 한겨레, 2021-10-20.
[6] 국내 청년 실업률은 15세 ~ 29세 사이의 실업자만 고려하며 OECD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15 ~ 24세 연령대만 적용한다.
(출처: 김영배, “한국 청년실업률, 전체 실업률 대비 2.8배…OECD 5위”, 한겨레, 2021-10-20.)
[7] 박정규, “한경연, 청년실업률 1%p 높아지면 잠재성장률 0.21%p 하락". NEWSIS, 2021-10-20.
[8] 김영배. (2021-10-20). 한국 청년실업률, 전체 실업률 대비 2.8배…OECD 5위. 한겨레.
[9] 한국경제 경제용어사전. 마찰적 실업.
[10] 시사경제용어사전. 임금의 하방 경직성.
[11] 손정희, “[Cover Story] 300년 역사의 경제학…두 기둥은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 한국경제 생글생글 384호, 2013-05-13.
[12] 국가지표체계. 실업률.
[13] 장원석, “[이번 주 경제 용어] 확장실업률”, 중앙일보, 201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