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정성현, 편집부원 조수민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경제위기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는 지금도 뉴스, 기사,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차압 당하고 하루 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렸던 당시 많은 사람들의 상황과 심정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영화 ‘라스트홈’은 이러한 금융위기 당시 서민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라스트홈’은 주택 대출금 연체로 홈리스로 전락하게 되는 ‘데니스 내쉬’와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막대한 돈을 버는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의 상황을 다룬다.
데니스는 지금 당장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소시민이다. 단지 가족들과 살 수 있는 집만 있으면 되는 소박한 사람이다. 반면 릭은 부유한 부동산 브로커이다.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구입해 차익거래를 하는 그는 데니스와 달리 돈에 대한 욕심도 많고 사업에 있어서는 굉장히 냉철한 사람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을 쓰기도 하지만 그는 사업적 감각이 뛰어난 비즈니스맨에 가깝다.
이렇듯 서로 만날 일도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나게 된다. 사실 이들의 첫만남은 악연이었다. 과거 데니스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샀었다. 그런데 주택 가격이 어느 순간 폭락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결국 그는 집을 압류당한다. 당국에서는 그를 집에서 내쫓는데 이때 릭이 함께 그를 쫓아낸다. 그리고 릭은 이 집을 사들이고 수리한 뒤 다시 팔려는 계획을 짠다. 이렇듯 데니스는 쫓겨나는 사람, 릭은 이를 기회로 돈을 벌려는 사람으로서 불쾌한 첫만남을 하게 된다.
이후 데니스는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신과 가족의 삶을 일으킬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회를 준 사람은 릭이었다. 데니스는 일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릭의 부동산에서 일을 하는데 그의 근성이 릭의 눈에 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데니스는 릭의 밑에서 일을 한다. 그가 하게 된 일은 압류가 예정된 집에 가서 집주인을 내보내고 각종 지원금과 보상금을 허위로 신고하여 수령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데니스는 과거 자신이 들었던 “여기는 이제 귀하의 집이 아닙니다. 이제 이 집에서 나가주세요.”을 자신의 이웃, 친구들에게 하고 있었다. 릭에게 잡아먹히는 처지였던 그가 어느새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 입장이 된 것이다. 물론 그도 이러한 일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항변한다.
그에 반해 릭의 반응은 데니스와는 사뭇 다르다. 릭은 이 상황을 사업을 키울 천우신조의 기회로 보고 있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벌 길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압류당한 집의 주인들을 내보내고 그 집들을 거침없이 사들인다. 압류에 항의하면 그는 “저는 법적 절차를 집행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응수한다. 그야말로 냉철함을 넘어 냉혈하기까지 하다. 릭은 갈등하는 데니스에게 자신들은 대홍수 속에서 노아의 방주에 탈 1%라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그가 이 금융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여실없이 보여준다. 그에게 금융위기란 대홍수는 99%를 짓밟고 자신을 1%로 만들어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결국 이 둘은 주택 1,000채가 걸린 일생일대의 사업을 앞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릭은 어떻게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불법 서류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데니스에게 조작된 서류를 제출할 것을 지시한다. 반면 데니스는 끊임없는 양심과의 갈등 속에서 결국 양심을 선택한다. 그리고 서류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해당 사업을 무마시켜 릭과 함께 경찰에 체포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릭의 대사 중 이런 내용이 있다.
“2006년 태너 부부는 거지 같은 집을 담보로 30,000달러를 빌렸지. 25년간 그 돈 없이 잘 살았으면서도. 그 부부에게 물어봐. (중략) 은행에 가서 물어봐. 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출을 해줬냐고. 그리고 정부에 가서 왜 규정을 다 건너뛰고 등신처럼 구경만 했는지 물어봐. 자네, 태너, 은행, 정부, 다른 집주인들, 수많은 투자자들이 날 이 사업으로 인도한 거지.”
이 대사에서처럼 릭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인 2008년 금융위기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세계 경제 불균형 등의 구조적 문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정부의 팽창적 통화정책, 서브프라임 대부자들이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게 만든 이자율 상한 철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1] 그리고 궁극적인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였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경기가 호황인 상황에서 주택 가격도 상승해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서브프라임[2] 계층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파생되었고 그 중 하나가 주택을 담보로 장기대출을 해준 주택 저당채권을 대상자산으로 하여 발행한 증권인 주택저당증권(MBS)[3]이었다. 이후 금리가 인상되면서 상승하던 주택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연결되어 있는 MBS, 이를 담보로 발행한 또 다른 채권 등이 줄줄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기는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 속 데니스가 일자리를 잃는 과정도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건설 인부였던 데니스는 건설 작업을 수행하던 건물의 건물주가 파산하여 공사가 중지되었다는 통보를 급작스럽게 받게 되고 그 길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금융위기로 인해 압류를 당하거나 파산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소비가 줄어 총수요가 감소하면서 고용도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경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데니스는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워지자 스스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끊임없는 합리화 속에서 지속했다. 그리고 릭은 이를 계속해서 부추겼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도덕적인 마음도 생긴다는 의미이다. 즉 데니스는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 급한 나머지 자신의 행위가 양심에 어긋난다고 해서 이를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양심과 도덕의 약화가 집단 나아가 사회, 국가로 확장된다면 그 파장은 어떠할까? 가령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경제를 완전히 파탄시킨다면 이는 독일의 복수 즉 새로운 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실제로 망가진 경제를 살릴 지도자로 독일인들은 히틀러를 선택했고 이는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처럼 개인과 집단의 도덕성 상실은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그 시작은 경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가 시대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자료
문헌
양동휴, 「1930년대 세계대공황과 2008년 위기」, 금융경제연구, 407, 2009, pp. 29-31.
웹페이지
네이버 경제학사전(서브프라임 모기지)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주택저당증권)
[1] 양동휴, 「1930년대 세계대공황과 2008년 위기」, 금융경제연구, 407, 2009, pp. 29-31.
[2]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프라임(prime), 알트에이(Alt-A), 서브프라임(subprime)등으로 구분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비교적 대출금리가 높고 일반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개인에게 적용된다. (네이버 경제학사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3] 네이버 시사상식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