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자리
관계라는 것은 마치 한 가닥의 실 같다. 처음에는 반짝이는 새로운 실처럼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감정과 상황이 얽히고 설켜 점점 복잡해지기도 한다. 그 실을 매듭짓는 순간은 특히 어렵다. 관계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누군가와 함께 이어지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매듭짓는 것을 미룬다.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느슨하게 풀려져 있는 실을, 닳디 닳은 실을 계속해서 서로의 몸에 묶어둔다. 그러나 언젠가는 끝맺을 필요한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관계의 끝맺음이 서로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임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매듭질 용기를 가져야 한다.
매듭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수많은 여정들 중 하나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함께한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쉽사리 매듭을 짓지 못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익숙함이 주는 위안과 권태 사이에서 갈등하며 우리는 애써 억지로 실을 이어간다. 그러나 매듭을 짓지 못하는 관계는 서로를 얽매이게 할 뿐이다. 매듭을 묶는 선택은 나에게도, 그리고 상대에게도 더 나은 길을 열어주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다.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는 일상이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끝은 모두를 위한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함께 공유하던 경험과 감정을 정리하고,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를 받아들이며, 서로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각자의 길을 응원하는 것이 때로는 진정한 매듭짓기라 할 수 있다. 함께했던 여정을 단단히 묶은 매듭 하나로 마무리하는 것은 서로에게 표현하는 마지막 애정이다. 그리고 매듭이 단단해질수록 우리는 과거의 여정을 진심으로 간직한 채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매듭을 짓는 것은 애정했었던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온전한 흔적이다. 흔적이 단단할수록 서로를 추억하며 각자의 여정을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서로를 이어주던 실을 매듭질 용기는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