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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7호 선 08화

[기획] 온라인 플랫폼, 혁신과 독점 사이

수습부원 조수민

by 상경논총

Ⅰ. 서론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키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 의류 등을 구매하거나 SNS에 일상을 공유하는 등 우리의 일상에서의 많은 일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 플랫폼은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에서 2개 이상의 구분된 상호의존적인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말한다.[1] 온라인 플랫폼은 숙박, 앱마켓, 쇼핑, 배달, SN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고,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더욱 증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은 한편으론 다양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한번에 접하고 비교할 수 있게 해주거나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등 우리에게 편리성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이 영향력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된 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온라인 플랫폼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는 만큼 불공정 행위의 실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큰 분야 중 하나인 앱마켓과 숙박앱 시장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행위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앱마켓∙숙박앱 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앱마켓과 숙박앱 입점업체 가운데 각각 40.0%, 31.2%가 플랫폼 기업들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바가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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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2-04-10 225915.jpg [도표1] 공정거래위원회, “앱장터∙숙박앱 입점사업자 대상 불공정거래행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1-03-02.

구체적인 불공정 행위로는 앱마켓의 경우 앱 등록 기준 불명확/앱 등록 절차 지연 관련(23.6%), 대기업과의 불합리한 차별(21.2%), 자체결제시스템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20.0%) 순으로 나타났고, 숙박앱의 경우 수수료와 광고비 등의 과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가 상당히 존재하고 이는 주로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가 나타난 사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이 과거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5.8%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3] '배달의 민족'은 일방적으로 입점업체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요금 체계를 도입하려 했다가 과도한 수수료 부과라는 비난을 받고 이를 사과했다. 한편 최근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일부 입점업체에 브랜디∙에이블리∙브리치 등 경쟁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경우 향후 ‘무신사’에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판단해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해 논란이 되었다.[4] ‘무신사’의 이러한 행위는 우월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입점업체들의 경영 행위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 23조에 규정된 ‘불공정거래 행위’ 중 경쟁 제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이 이 사안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독과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는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부과부터 타 플랫폼 이용 제한 및 차별적 취급, 부당한 요구 등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은 어떻게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며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본 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바탕으로 독점화가 되는 원인부터 이에 대한 규제 현황과 앞으로의 규제의 방향성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Ⅱ. 본론


ⅰ. 온라인 플랫폼의 경제적 특성과 독점화가 되는 원인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플랫폼의 중개자 역할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5]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매개로 재화나 서비스, 노동력을 거래하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여러 창조적 활동을 수행하고,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을 중개하며 이용자들의 활동 결과를 데이터로 수집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플랫폼에 집적되고,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류한다. 플랫폼은 가공된 이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이용자들의 플랫폼 활동을 네트워크로 활용하여 맞춤형 유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다. 나아가 이를 통해 형성한 브랜드 가치를 근거로 금융시장에서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획득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6]


1. 네트워크 효과(네트워크 외부성)의 존재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상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7] 이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품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누군가의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그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 구매하는 것도 네트워크 효과의 사례 중 하나이다.

2. 비용구조

온라인 플랫폼은 초기에는 되돌릴 수 없는 막대한 매몰비용이 요구되지만 이후 추가 서비스 제공에 요구되는 한계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비용구조로 되어 있다. 초기에는 데이터의 보존과 처리를 위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큰 비용을 소모해야 하지만 일단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면 추가적 데이터에 대해서는 매우 적은 한계비용이 발생한다.

3. 데이터에 의한 부가적 효과

온라인 플랫폼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더욱 우수하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이는 더 많은 이용자의 증가로 이어지며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4. 전환비용의 발생

전환비용이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화가 아닌 다른 재화를 사용하려고 할 때 들어가는 비용으로,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개인의 희생이나 노력 등 무형의 비용까지 포함한다.[8] 이용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은 구축된 네트워크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로, 이때 많은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5.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은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의 투입 변화와 이를 통해 생산되는 생산량의 변화에 대한 개념으로, 모든 생산 요소를 일정한 비율로 증가시킬 때 생산량의 증가율이 생산 요소 투입의 증가율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9]


그렇다면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독과점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온라인 플랫폼이 독과점화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10]


화면 캡처 2022-04-10 230015.jpg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자 수와 특정 제품 및 서비스가 급성장하게 되면 이후 규모에 대한 수확 체증과 함께 이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다. 소비자들은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이 온라인 플랫폼의 제품 및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택한다. 이에 더불어 전환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타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그 결과 이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에서의 지위가 유지되기 쉬워지며 독과점이 용이해진다.


ⅱ.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에 대한 옹호와 반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이 독과점 형태가 되면 높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지며 실제로 이러한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화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를 옹호하며 규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에 대한 옹호론과 반대론의 의견을 각각 살펴보자.[11]


1. 옹호론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를 옹호하는 첫 번째 근거는 독점화가 기업에 혁신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에 따라 정상적인 경제 환경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독점하게 되고 이러한 독점은 혁신 기업이 등장하면 언제든 교체가 가능한 일시적 상태일 뿐이므로 독점기업 역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 사업 성공 시 독점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면 애초에 대규모 투자나 혁신을 할 유인이 없어질 수 있다. 즉, 독점에 대한 기대가 있을 때 기업은 소비자 후생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혁신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초국적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는 토종 독점 기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국적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글로벌 시대에 국내 독점을 규제하면 초국적 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글로벌 시대에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환경만 가혹하다면 이 또한 불공정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 반대론

한편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근거로 독점화에 반대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비대해짐에 따라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초기의 역할에서 이제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까지 확장해나가며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이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경제적 특성인 규모의 경제를 악용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 끼워팔기, 무분별한 정보 수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ⅲ. 독과점 및 불공정 행위에 관한 규제 현황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및 불공정 행위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규제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국가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화를 규제하기 위해 현행법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채택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행위 규제를 위한 입법 조치를 도입하여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준 유럽연합(EU)과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5월 공표한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플랫폼 규제의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12]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관행의 구체적 현상을 파악하고 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또한 2018년에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 및 검색엔진 사업자 대상 투명성 의무 및 절차적 공정성 부과를 위한 플랫폼 규칙 입법제안’을 발표하며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이후 2019년에는 EU 플랫폼 투명성 규칙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기존 EU 법제만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차원의 입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제정된 것이었다.

EU 플랫폼 투명성 규칙은 약관에 의한 정보 제공 및 투명성∙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보유 여부, 설립지 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이 규칙이 적용된다.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첫 번째로 온라인 중개서비스 사업자는 사전에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모든 거래 과정에 걸쳐 이용사업자(입점업체)에게 약관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약관을 변경할 경우 이용사업자에게 최소 15일 전 사전고지를 하도록 하고 약관의 모든 변경 예정사항을 지속 가능한 수단으로 통지해야 하는 등 명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조치들이 이에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는 투명성∙공정성 보장을 위한 각종 정보 공개의무에 대한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온라인 플랫폼 내 검색 순위배열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관련 주요 기준 및 고려사항 간 상대적 중요성을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약관에 기재∙공개하여야 한다. 세 번째로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사업자가 무료로 쉽게 이용 가능한 내부 고충 처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접수된 고충 사항을 적정 기한 내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한 후 이용사업자에게 통보해야 하며 관련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EU 플랫폼 투명성 규칙은 플랫폼 의존도와 불균형한 협상 관계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규제의 목적이 불공정 행위와 거래 관행을 규율하기 위한 투명성 확보가 되어야 함을 명확히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이는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 사업자 간 책임감 있는 경쟁을 유도하여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투명성, 신뢰 보장을 바탕으로 법적 확실성, 명확성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선도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거래의 폭발적 증가로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할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보고 이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자 하고 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1년 3월 5일 기존의 전자상거래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하여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자 하였다.[13]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2002년에 제정된 것으로, 현재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여 사업자의 의무와 책임을 규율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14] 온라인 플랫폼은 점차 영향력이 커지며 역할과 거래관여도가 커졌지만 현행법상 중개자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 구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 피해에 대한 중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의 책임 강화와 상품 검색 결과에 대한 명확한 기준 표시, 임시중지명령제도 발동요건 완화를 개정안의 핵심 내용으로 설정하여 현행법을 보완하고자 하였다.


그림21.png [도표2] 오은선, “온라인 쇼핑 피해본 소비자, 플랫폼∙입점업체 골라 소송 가능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발목 묶이나]”, 파이낸셜 뉴스, 2021-03-07.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신규 플랫폼의 시장진입이 방해되는 등 경쟁이 저해될 우려를 바탕으로 2020년 6월 공정위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디지털 공정경제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15] 이후 2021년 1월 26일, 온라인 플랫폼의 계약서 교부 의무화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금지를 중점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이 국무 회의를 통과하였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16] 현행법상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는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업자가 아니므로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지 않고 공정거래법에도 계약서 제공 의무, 표준 계약서 등 분쟁 예방 및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17] 따라서 플랫폼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통해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기준을 구체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법안에는 중개 거래계약서 교부 의무, 불공정거래행위 기준, 사업자 간 분쟁 해결제도,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처리 및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과 과징금 부과 등이 포함된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소비자로부터 청약 접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계약관계에 있는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상품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과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등의 오픈마켓은 물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앱, '야놀자', '여기어때' 등의 숙박앱 등이 규제대상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법안 내용의 유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나라는 유럽연합의 규제 동향과 비슷한 흐름 속에서 여러 규제 법안이 발의,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글로벌 플랫폼들이 자국 시장을 장악해 가는 상황을 인식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방향으로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규제 동향은 소상공인들이 많이 입점해 있고 자국 플랫폼이 지배하고 있는 쇼핑몰에 국한하여 규제를 도입하려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18] 유럽연합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조치를 선도적인 사례로 보고 이를 참고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유럽연합과 우리나라의 상황의 차이를 고려한, 본래 규제 목적에 맞는 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만들 때 5년간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입법에 이른 것처럼 우리나라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Ⅲ. 결론


경제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온라인 플랫폼은 독점화가 용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최근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인 규제가 자리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전통적인 시장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존의 법과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새로운 법과 규제가 마련되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살펴본 유럽연합 외에 해외 각국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규제를 위해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거나 현행법을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보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그중 하나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시행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이용사업자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중개자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고 입점업체가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이용사업자에 대해 수요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19] 즉,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전제의 타당성에 대한 지적이 존재한다. 또한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실질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도 강력한 사전 규제 및 제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소규모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편 이외에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또 다른 우려가 존재한다. 바로 중복 규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외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인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다.[20] 유사한 법안이 각기 다른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어 소관 부처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화로 인한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서부터도 여전히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규제의 적용 범위와 구체적 내용, 소관 부처 등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미 빠르게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발 빠른 규제를 마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불공정 행위로 인한 플랫폼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규제와 법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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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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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 김기진, “’뜨거운 감자’ 플랫폼 독점 ∙∙∙ 독점기업이 더 혁신 vs 지배력 남용”, 매경이코노미, 2021-02-04.

오은선, “온라인 쇼핑 피해본 소비자, 플랫폼∙입점업체 골라 소송 가능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발목 묶이나]”, 파이낸셜 뉴스, 2021-03-07.

이미나, “이재명 “독과점 횡포 못 참아” vs 배달의민족 “고개숙여 사과””, 한국경제, 2020-04-06.

이성호, “[기업정책 핫이슈⑲] 쿠팡∙11번가∙배민…온라인플랫폼 규제 ‘뜨거운 감자’, CNB뉴스, 2021-03-11.

차준호, 황정환, “무신사 “경쟁 플랫폼에선 물건 팔지 마세요”… 갑질 논란”,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2021-03-04.


웹페이지

네이버 지식백과 경제학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매일경제용어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그림 및 도표

[도표1] 공정거래위원회, “앱장터∙숙박앱 입점사업자 대상 불공정거래행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1-03-02.

[도표2] 오은선, “온라인 쇼핑 피해본 소비자, 플랫폼∙입점업체 골라 소송 가능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발목 묶이나]”, 파이낸셜 뉴스, 2021-03-07.



[1] 최창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주요국 규제체계의 비교법 연구 - 독점규제법을 중심으로 -」, 저스티스, 177, 2020, p.326.

[2] 공정거래위원회, “앱장터∙숙박앱 입점사업자 대상 불공정거래행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1-03-02.

[3] 이미나, “이재명 “독과점 횡포 못 참아” vs 배달의민족 “고개숙여 사과””, 한국경제, 2020-04-06.

[4] 차준호, 황정환, “무신사 “경쟁 플랫폼에선 물건 팔지 마세요”… 갑질 논란”,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2021-03-04.

[5] 김철식, 「[플랫폼 경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상품∙서비스 거래 중개 – 플랫폼 경제, 새로운 사업 모델로 급격 확산」, 부산발전포럼, 185, 2020, pp. 8-19.

[6] 최창수, 앞의 논문, pp. 329-330.

[7] 네이버 지식백과 매일경제용어사전

[8]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9] 네이버 지식백과 경제학사전

[10] 손영화, 「디지털 이코노미 시대의 경쟁정책의 과제 –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경제법연구, 19:2, 2020, PP. 176-178

[11] 노승욱, 김기진, “’뜨거운 감자’ 플랫폼 독점 ∙∙∙ 독점기업이 더 혁신 vs 지배력 남용”, 매경이코노미, 2021-02-04.

[12] 박경미, 「디지털 플랫폼 투명화∙공정화 법제의 동향과 전망 : EU, 일본, 우리나라 법제의 주요 내용과 평가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고려법학, 99(0), 2020, pp. 199-203.

[13]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 2021-03-05.

[14] 오은선, “온라인 쇼핑 피해본 소비자, 플랫폼∙입점업체 골라 소송 가능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발목 묶이나]”, 파이낸셜 뉴스, 2021-03-07.

[15] 박경미, 앞의 논문, p.209.

[16] 권지예, “구글∙네이버 ‘갑질’ 막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이르면 내년 시행”, 일간스포츠, 2021-01-26.

[17] 이성호, “[기업정책 핫이슈⑲] 쿠팡∙11번가∙배민…온라인플랫폼 규제 ‘뜨거운 감자’, CNB뉴스, 2021-03-11.

[18] 구태언,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분석」, KISO 저널, 41, 2020, p. 14.

[19] 이성호, “[기업정책 핫이슈⑲] 쿠팡∙11번가∙배민…온라인플랫폼 규제 ‘뜨거운 감자’, CNB뉴스, 2021-03-11.

[20] 권하영, “[온플법진단]①공정위∙방통위는왜온라인플랫폼을두고싸우나”, 디지털데일리,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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