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
선에 대한 어떤 글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우선은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쓰기로 했다. 물론 선과 무관하지는 않다. 그걸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하니까. 줄은 역시나 선의 형태를 띄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나는 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찾아보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로컬푸드일 필요는 없다. 맛만 좋으면 된다. 목적지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든 음식을 딱 입에 넣는 순간 지금까지의 고난과 힘듦은 다 잊혀진다. 그러나 음식이 맛이 없다면?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어진다. 음식은 나의 자아이자, 영혼이다.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여기에 내 몇 가지 소울푸드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1. 새우 버거
사실 여기에 가장 적고 싶은 건 가게의 이름이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안국역에 있는 버거 집이라는 것은 꼭 적고 싶다. 이걸 못 먹어봤다는 건 아직 진실한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 가게는 서울에만 5개의 지점이 있다. 근데 그중에서 안국역에 가야 하는 이유는 이 새우 버거 때문이다. 몇몇 지점에는 새우 버거가 없기에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지점을 두고도 안국역으로 떠난다. 새우 버거는 그럴 가치가 있다. 이 새우 버거는 게맛살이 아니냐는 루머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새우알이 통으로 들어가 있고, 먹어도 먹어도 새우 통살 외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약간은 매콤한 마요 소스로 버무려진 양배추 샐러드는 새우 버거가 느끼해질 즈음 내 입안을 톡톡 건드린다. 느끼함과 약간의 매콤함의 조합이라니, 완벽하지 않은가. 새우 패티만이 아니다. 깨가 콕콕 박혀 있는 번은 단조롭지 않은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은 줄이 길다. 꼭 오픈 시간 20분 전에는 줄을 서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상황이 좋아지면 가기를 추천한다.
2. 텐동
내가 처음 텐동을 먹은 건 2년 전 즈음인 것 같다. 망원동 하면 텐동, 텐동 하면 망원동. 망원동에는 텐동으로 가장 유명한 식당이 있다. 2년 전보다 더 이전에 친구와 이 텐동집을 갔었는데 휴무일이어서 못 먹은 기억이 있다. 그 뒤로 텐동은 나의 애증의 음식,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에서 나의 첫 텐동을 경험하기로 결심했었다. 드디어 입성해 맛본 텐동은 단짠단짠(달고 짜고 달고 짜고)의 조합과 바삭바삭함과 밥의 부드러움의 조화. 그 어느 것도 나무랄 수 없었다. 느끼해질 즈음에는 함께 시킨 토마토를 조금 먹으면 된다. 그 뒤엔 처음 텐동을 맛본다는 듯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고기보다 새우, 어떠한 식재료보다 새우를 좋아하는데 당시에도 새우튀김을 가득가득 채운 에비텐동을 먹었던 것 같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인상을 찌푸리는 습관이 있는데 이날은 너무 화가 난 얼굴로 텐동을 먹었다. 당시는 마스크도 쓰지 않던 시절이었고, 이 텐동집은 요리사님을 주변으로 긴 식탁이 둘러싸여 있다. 만약 요리사님이 내 표정을 보셨다면 텐동이 맛이 없나 라고 생각하셨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화가 나 있었다. 텐동은 완벽했다. 역시나 치명적인 단점은 당시 1시간 반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을 수 있다. 먹는 순간 모든 힘듦은 잊혀진다.
3. 버섯칼국수
내 영혼의 단짝, 버섯칼국수. 버섯칼국수는 가게도, 체인점도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버섯칼국수는 맛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지만, 그중에서도 최고, 최고 중의 최고는 여의도에 있는 버섯칼국수 가게이다. 이 칼국수 가게는 내가 학창시절에 가면 적어도 한 친구 가족은 무조건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맛집이었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이전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그랬었다. 이 식당의 매력은 몸에는 조금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짜고 매운 양념이다. 이 양념을 육수에 풀어 버섯을 퐁당 담가 먹는 것인데 육수와 버섯의 혼연일체를 느낄 수 있다. 버섯 때문에 육수가 더 맛있어지고, 버섯 때문에 육수가 더 맛있어진다. 그리고 칼국수도 다른 가게들과 다르게 흔히 아는 얇은 칼국수 면이 아니다. 칼국수 면과 도삭면 그 어디 사이의 두께를 자랑한다. 그리고 생김새가 일정하지 않다. 삐뚤빼뚤해서 더 매력이 있다. 쫄깃쫄깃한 면을 먹다 보면 내가 잘 익힌 떡을 먹고 있는건지, 칼국수를 먹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동행인들은 미나리의 향긋함을 가장 최고로 치기도 하지만 나는 편식쟁이라 미나리는 먹지 않는다. 그래도 동행인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나리 또한 매력 포인트이다. 이 모든 것들은 무한리필이다. 가장 장점이라 마지막에 적어본다. 이곳은 넓기에 줄이 길지 않다. 따라서 여의도에 들른다면 이 곳에 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점심시간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을 나열하다 보니 배가 너무 고파진다. 오늘은 조금 새로운 음식을 먹어볼까 한다. 먹는 건 늘 짜릿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