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류(無名流)
사막 한가운데. 바람은 뜨겁고 메마르다. 그 틈을 가르며 가끔씩 물결이 인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물결. 민심이라는 이름의 물결이다.
그 물결은 오아시스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 목마른 자들의 입술을 적시고, 균열난 땅을 다시금 생명으로 덮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 물결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오른쪽으로 거세게 당기고, 누군가는 왼쪽으로 밀어붙인다. 결과는 단 하나. 그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분열.
어떤 이들은 시대를 위한다며 마이크를 잡는다. 어떤 이들은 정의를 외치며 갈등을 조장한다. 이름과 얼굴은 바뀌어도, 결국 모두 같은 바람에 올라탄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은 파도가 되어 언론을 휩쓸고, 사람들을 요동치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그 바람과 파도는 밭에서 쓰러진 농부에게, 계약서를 읽지 못한 청년에게, 등록금에 짓눌린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시원함도 주지 못한다.
민생은 뒷전이다. 국민의 삶은 물결이 닿지 않는 사막의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치의 파도만을 구경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방향을 잃은 물결은 결국 소용돌이가 되고, 그 소용돌이는 나라 전체를 집어삼키려 한다.
오아시스는 존재한다. 그러나 물결이, 물결이 닿지를 않는다. 정쟁이라는 모래바람이 시야를 가리고, 기득권이라는 돌무더기는 흐름을 막는다. 우리는 물을 원한다. 우리는 물을 원하는데, 그들은 메가폰을 들고 있다. 우리는 흐름을 원한다. 우리는 흐름을 원하는데, 그들은 고임을 자랑한다.
이제는,
이제는 물결을 되돌릴 때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삶을 위한 물결. 오른쪽과 왼쪽을 떠나서 중심으로 향하는, 바로 그 민심의 물결. 그 흐름이 오아시스를 향해 다시금 흐를 수 있다면, 메마른 이 땅에서도 다시금 생명이 깃들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될 것이다.
파도치는 정치가 아니라
스며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