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
파편화된 마음은 언제나 아프다. 세계의 조각이 나를 날카롭게 찌른다.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아픈 일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아프지 않음은 고여서 눈물이 되었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결 이는 소리 같고 좋잖아, 하고 너는 웃었다.
가슴에 거울이 박힌 어느 날의 아이처럼 나는 영원히 영원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어. 그런 게 어른이 되는 걸까. 알았다면 매일밤 잠에 들지 않았을 텐데, 어른이 되지 않도록.
나는 아직도 종이책을 좋아해. 마음을 담아서 새겨진 글자가 좋아. 우리도 그럴 순 없는 걸까. 침잠하는 마음들에 부표를 새겨서 우리도 여기에 있다고.
온몸이 떨리는 추운 겨울날에도 나는 꾸역꾸역 차가운 탄산수 캔을 사 들고 왔지. 네가 징그럽다고 싫어한 탄산수의 방울들을 난 한참 동안 들여다보곤 했어. 그 셀 수 없이 터지는 방울이 아프면서도 좋았어. 삼킨 방울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귀에 웅웅 울렸어.
가끔은 나 자신의 위선이 참을 수 없이 역겨워져서 방울들을 모두 게워내곤 했어. 게워내는 내 비좁은 속조차 우스워서 입을 틀어막고 싶었어. 꿈에서는 내가 게르다였다가 여왕이었다가 했어. 끝이 보이지 않는 라플란드를 자꾸만 헤맸어.*
글쎄, 너는 어딘가에 우리의 자리가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난 모르겠어. 이제는 내 발이 너무 작아져서 보이지도 않아. 아무래도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 같지가 않아. 부유하는 걸까, 영원히.
밀려오는 물길 속에서 나는 자꾸만 속절없이 휩쓸려 내려갔어. 온전히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자꾸만 뭔갈 잡고 싶어지고. 까딱했다간 눈 깜짝할 새 모르는 곳에 가 있을 것 같아서.
아직도 종종 너를 생각해. 무심히 흘러가듯 그러나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고. 숨 죽이라 외치는, 혹은 무섭도록 침묵하는 세상에서 나는 그래도 너의 손을 잡고 싶다고. 우리가 만든 작은 물결이, 눈물들이 마음이 되어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안데르센 <눈의 여왕>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