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별
우리는 우주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 끝없이 펼쳐진 공간에 견주어
우리는 마치 먼지처럼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를 실감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우주를 닮았다.
우주의 심연처럼, 우리의 인생도 답답하고 막연한 어둠 속을 떠돈다.
어디로 가는지도,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흘러가는 순간들 속에서 문득,
한줄기 빛이 스친다.
그 빛은 너무나도 찬란하고 강렬해서 영원을 말하며
우리에게 영원한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지만,
결국 별도 죽음이 있는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달을 때면,
그 빛이 안겨준 희망이, 그 빛에 건 희망이, 그리고 그 빛에 기댄 나의 꿈이
너무나도 허망하고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알고 있다.
무엇이든 끝이 있고 그 끝을 향하는 여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단지 빛이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비영속성 앞에서
빛에 내걸었던 꿈과 희망을 놓아버리려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몇 번이고 멈춰 세운다.
그렇게 잡힐듯 말듯한 빛을 두고 멈춰 서서 앞을 바라볼 때면,
어느새 눈 앞엔 또 다른 물결이 일렁인다.
거세고 낯선 무게의 파도
그 파도는 어느새 보이던 한 줄기의 빛마저 뒤덮는다.
우리는 다시 그 물결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두려움과 불안을 품은 채,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미지의 가능성을 안고서.
어쩌면 우리는,
깊고 어두운 우주 속에서
어디론가 흐르고 있는 물결을 따라
헤엄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 물결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지,
그 물결 속에서 내가 떠오르고 있는지,
조용히 침전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채
우리는 그렇게 분명히 알지도 못한채 살아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새로운 물결 앞에서 누구나 방황은 하기에,
그 방황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막연한 꿈에 희망을 걸어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삶에 일렁이는 물결이
지금 당장은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파도의 높이만큼이나
거대하고 무섭게 느껴질지라도,
그 물결을 헤쳐나가려 발버둥치다 보면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막연히 내걸었던 꿈에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스무살의 문턱에 서서,
처음으로 사회라는 바다에 발을 담글 때,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어둠과 마주한다.
설렘과 기대는 순간을 비추는 별빛과 같고,
그 뒤를 따라오는 불안과 막막함은 더 깊은 밤처럼
조용히 마음을 잠식해 들어온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삶은 끊임없이 물결친다.
수많은 변화가 파도를 만들고, 그 파도를 지나며 우리는 배운다.
견디는 법, 도전하는 법,
그리고 언젠가 다시 떠오르는 법을.
그리고 그 넘실거리는 파도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설렘과 기대가 피어오른다.
결국 인생의 물결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겨누지만,
그 안에서 우린 자란다.
그 물결은 우리 삶을
마치 우주처럼
조금 더 깊고, 넓고, 찬란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젠가,
우주 속 그 물결을 지나 우리만의 빛에 닿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