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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0호 시작 03화

[기획] 앗, 약 볼 시간이다!

편집부원 유현지

by 상경논총


서론


먹거나 바를 수 없는 약도 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처럼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디지털 치료제가 바로 이런 약이다.[1]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테라퓨틱스라고도 불린다. 이는 앱, 게임, VR 등 인공지능과 가상 현실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제3의 신약이다.[2]


<그림 1>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약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과연 정말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제 역시 다른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확인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같은 정부기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효과가 분명히 있는 엄연한 치료제인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30년에는 2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 비대면 시대에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대해 알아보자.




본론


디지털 치료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제약, 바이오산업과 결합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스마트폰 앱과 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를 환자가 직접 사용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치료제에는 게임과 모바일 앱, AR, VR 기기부터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그 효능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활용된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체내 화학 반응을 수반하지 않아 독성 및 부작용이 없고 개발 비용이 현저히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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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디지털 치료제 사용 예시


디지털 치료제가 적용되는 질환은 주로 우울증, 치매, 수면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이다. 그동안 환자의 자율에 맡겨졌던 정신건강 및 예후 관리를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생존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5] 이에 더해 최근에는 당뇨와 비만, 통증 등의 만성질환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과 오남용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도 디지털 치료제가 고려되고 있다.[6]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기업은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 (Pear therapeutics)이다. 이 기업은 약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약물중독 치료용 제품 리셋(reSET)을 출시하면서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리셋은 공식적인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받은 첫 번째 제품이다. 이는 물질 사용 장애(SUD)를 치료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물질 사용 장애는 알코올, 마약, 진정제, 담배와 같은 물질을 중독적으로 사용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의 지장을 경험하는 장애이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리셋과 약물 치료를 병행했을 때 약물 치료만 실시한 경우에 비해 치료 효과가 22.7% 높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림 3> 페어 테라퓨틱스 로고
화면 캡처 2022-12-19 235143.jpg <그림 4> reSET


리셋을 처방받은 환자는 기존에 진행하던 약물 치료와 12주로 구성된 디지털 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하게 된다. 앱을 통해 충동 대처법 등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주 4회 강의 내용에 대한 퀴즈에 대해 답을 하는 식이다. 본인의 상태에 대한 설문도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이 프로그램은 환자가 치료 기간 동안 달성한 성과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어서 흥미를 가지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리셋뿐 아니라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제인 리셋-오(reSET-O)와 불면증 치료제 솜리스트(Somryst)도 개발했다. reSET까지 총 3개의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받은 것인데, 이는 업계 최다 기록이다. 특히 솜리스트는 불면증 중증도는 물론 불면증으로 인한 응급실, 외래 진료 방문도를 낮춰 의료비 절감에 효과가 있었다. 불면증 환자의 비약물적 1차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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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솜리스트 사용 예시 사진


병원 방문 없이 환자의 상태를 비대면으로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팬데믹 이후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0년 370억 달러에서 2025년 870억 달러, 2028년 1,910억 달러로 성장이 예측되는 유망한 의료 분야이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각국의 디지털 치료 기기 시장의 본격적인 진입을 위해 규제의 유연한 적용과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장려 등의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디지털 치료제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미국에서는 9개의 디지털 치료 기기 시범 기업을 선정하여 선판매 후승인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이 9개의 기업은 삼성, 애플, 로슈, 존슨앤존슨, 베릴리, 핏빗, 페어테라퓨틱스, 포스포러스, 타이드풀이다.


기관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대한 전망이 달라서 정확한 시장 규모나 성장률을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존의 의약품 시장에 비해 시장 성장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제약기술에 IT를 접목한 디지털 치료 기술이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8]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커지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닌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디지털 치료 기기 시장이 2026년 1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2020년 8월 치매, 알코올 중독, ADHD 치료와 관련해 ‘디지털 치료 기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9] 아직 정식 치료제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라이프 시맨틱스는 폐암, 만성 폐쇄성 질환, 천식 등 호흡기질환자의 재활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을 개발 중이다. 환자가 개인 측정기로 측정한 신체 정보를 받아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를 문서로 작성해 의료진과 환자가 체계적인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헤링스는 위 절제술 등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식이요법을 제시해 예후를 관리해 주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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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디지털 치료제 제품 예시와 적용 범위


디지털 치료제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디지털 치료제 상용화에는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새롭고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 처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기존 의약품과 사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받고도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환자들도 많다. 이처럼 적은 처방 횟수와 낮은 사용성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직면한 어려움이다.


한미약품, SK, 동아제약, 한독 등의 대기업들은 디지털 치료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디지털 치료제는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기존의 의약품과 유사한 치료 기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받고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약품에 가깝지만 의약품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부족하고 인허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산업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도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나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10]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보유 기업과 기술 보유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 디지털 치료와 약물 요법의 조합, 보험회사의 처방용 디지털 치료제 도입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11] 제약 회사는 소프트웨어 및 고급 디지털 기술을 만든 경험이 제한적이므로 신제품 개발을 위한 보완 기술을 확보하고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보험회사가 디지털 치료를 채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치료제 회사들은 치료의 효능 및 결과를 문서화해야 한다. 보험 회사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예시로 2020년 페어 테라퓨틱스의 솜리스트가 미국의 의료법인 노스웰 헬스와 협력해 처방을 시작한 것을 들 수 있다.




결론


가까운 미래에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12] 디지털 치료 기기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신약보다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개발이 가능하고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대한 의료수요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시스템 영역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을 것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란과 환자들의 사용 인식 문제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13] 의사들이 새로운 치료 수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사용 경험과 피드백이 쌓여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와 소비자, 의료인 등에 대한 교육으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림 7>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용화되는 데 성공하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밝은 미래를 기대 해보자.























참고문헌


문헌

정유섭, 「국내 디지털치료제 활성화 방안」,국내석사학위논문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 2021.


신문기사

김가람, “[디지털 치료제①] 제3의 신약, 비대면 시대에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제’ 각광”, BIOTIMES, 2022.09.20.

박선혜,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뭐가 달라?”, 쿠키뉴스, 2022.07.06.

박순우, “디지털 치료제 1호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열었다””, ECONOMY Chosun 422호, 2021.11.29.

신대현, “국내 디지털치료제 시장, 지원부족⋅규제 복잡…“政 지원 필요””,청년의사, 2022.01.19.

이선아, “암 환자를 앱⋅VR로 치료?...항암 시장 노리는 디지털 치료제”, 한경 BIO Insight, 2022.05.11.

이지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연평균 20% 성장…2030년 23조 예상”,헬스코리아 뉴스, 2022.08.26.

조운,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리스트’, 만성 불면증 개선⋅의료비 감소에도 ‘효과’”, MEDI:GATE NEWS, 2022.08.26.


그림 및 도표

[그림1] 최선, “ADHD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첫 승인…미래 청사진 제시”,Medical Times, 2020.06.16.

[그림2]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https://www.yoonsupchoi.com/2020/02/26/dtx/)

[그림3]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https://www.yoonsupchoi.com/2022/01/20/pear-2021/)

[그림4] Phil Taylor, “Sandoz says ‘no’ to Pear Therapeutics’ digital apps, handing back rights”, pharmaphorum, 2019.10.18.

[그림5] 정현정, “[이슈분석]떠오르는 ‘디지털 치료제’... 상용화 과제는”, 전자신문, 2021.03.28.

[그림6] KFDC (https://kfdc.or.kr/Nbbs/board.php?bo_table=menu05BBS02&wr_id=26)

[그림7] IEEE Future Directions (https://cmte.ieee.org/futuredirections/2021/07/18/digital-therapeutics/)



[1] 정유섭. 「국내 디지털치료제 활성화 방안」, 국내석사학위논문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 2021, p.5.

[2] 김가람, “[디지털 치료제①] 제3의 신약, 비대면 시대에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제’ 각광”, BIOTIMES, 2022.09.20.

[3] 이지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연평균 20% 성장…2030년 23조 예상”,헬스코리아 뉴스, 2022.08.26.

[4] 김가람, 위의 글

[5] 이선아, “암 환자를 앱⋅VR로 치료?...항암 시장 노리는 디지털 치료제”, 한경 BIO Insight, 2022.05.11.

[6] 박선혜,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뭐가 달라?”, 쿠키뉴스, 2022.07.06.

[7] 조운,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리스트’, 만성 불면증 개선⋅의료비 감소에도 ‘효과’”, MEDI:GATE NEWS, 2022.08.26.

[8] 이지혜, 앞의 글

[9] 김가람, 앞의 글

[10] 신대현, “국내 디지털치료제 시장, 지원부족⋅규제 복잡…“政 지원 필요””,청년의사, 2022.01.19.

[11] 이지혜, 앞의 글

[12] 박순우, “디지털 치료제 1호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열었다””, ECONOMY Chosun 422호, 2021.11.29.

[13] 박선혜,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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