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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선생님

교사에서 부모로, 다시 교사로, 다시 학부모로.

by 장수연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 1년을 한 뒤, 학교로 돌아갔다. 교사로서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은 '우리 반'이 보였는데, 이제는 '한 명 한 명'이 보인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책상에 앉아있지만, 모두 다르다. 저 아이를 키워내느라 잃어버렸을, 저 아이 부모님의 시간도 보인다. 나의 기본적인 욕구(먹고 자고 싸는 일) 마저 내 아이에게 양보했던 1년을 보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엄마와 아기가 '출산'으로 만난다면, 교사와 학생은 '개학'으로 만난다. 매년 3월 2일. 순전한 우연에 의해 새로운 학생들과 만난다. 엄마와 아기의 만남 역시 우연이다. 내가 아기를 가진 것은 맞지만, 꼭 '이 아이'여야 할 이유는 없다. 출산 후 처음 아이를 품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낯섦'이었다. 열 달 동안 내 뱃속에 있었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내 상상과 달랐다. 드라마에서처럼 마냥 좋고 설레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낯설고 두려웠다. 내가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이 아이를 온전히 키워낼 수 있을까? 그 책임감이 너무나 무겁고 벅찼다.


낯설었던 너와의 첫 만남

그렇지만 나는 다짐했다. 엄마는 너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켜줄 거야. 학교에서도 매년 다짐한다. 우리 반이 된 너희들을 1년 동안 사랑으로 키워낼게. 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진짜 '내 자식', '내 제자'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안다. 어떤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그리고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얘기는 듣지 않는다. 간혹 때리거나 야단을 쳐서 아이들이 말을 잘 들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듣는 척'일뿐, 절대 배움이 일어나진 않는다. 누군가를 진짜 가르치고 싶다면, 그 사람을 우선 사랑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아이와 내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 일단, 교과 내용은 부차적인 것이다. 물론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진짜 가르치고 싶은 것은,

1. 우리들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한 인격체이다.

2. 1번과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도 소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정말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기길 바란다. 친구이든, 선생님이든, 심지어 부모님이든 누구라도 너희의 인격을 파괴할 수는 없다고 가르친다. 그렇지만 동시에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가르친다. 우리 모두는 딱 남들만큼만 특별한, 보통의 존재라고.


인간은 인간으로서 신성하다.
-세네카


올해 다시 육아휴직을 했다. 학부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도 똑같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정말 다행히도, 아이가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며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사랑하시는 게 느껴진다. 동시에 다른 친구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교육하시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학부모로서 또 같은 교사로서, 우리 딸 담임 선생님의 그런 가르침을 응원한다.


정말 학교가 단순히 체제에 순응하는 노동자를 양성해내는 기관일까?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학교도 사람이 있는 곳이기에 사람들의 향기와 온기가 있다. 물론 학교의 부정적인 기능과 비정상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직까지 희망을 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삶을 위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로서 1년을 보내고 나서, 2023년 3월 2일에 나는 어떤 교사로 다시 태어나게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의 모든 성장 과정을 브런치에 남겨둘 것이란 것이다.

그리고 '삶을 위한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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