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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연 Mar 01. 2023

몸만 쓰지 말고 뇌도 쓸 것

필라테스를 배우러 갔는데 인생을 배운다 #4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 좀 그만하고 살아야지'도 생각한다. 내가 유일하게 생각을 안 하는 시간은 무엇인가에 엄청나게 몰입할 때이다. 급한 일을 처리하거나,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몰입감 넘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운동을 할 때도 대게 나는 생각이 많다. 특히 워밍업처럼 하는 루틴이나 힘이 덜 드는 동작일수록 생각을 많이 한다. 선생님 말에 집중을 안 해서 혼자 반대 팔을 들거나 이상한 동작을 하고 있을 때도 많다. 물론 동작 난도가 높을 때는 다른 생각을 여유 따윈 없지만 말이다.


  문제는 내가 집중해서 운동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운동 효과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나는 운동은 몸이 하는 것이니 뇌랑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루한 운동을 할 땐 일부러 정신을 딴 곳에 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이 엄청 쉬운 동작을 시키셨다. 한쪽 다리를 바렐 위에 올리고 발끝을 포인/플렉스 하는 동작이었다. 평소에도 자주 하는 동작이라 아무 생각 없이(혹은 잡생각을 하며) 발끝을 뻣었다 당겼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발끝을 포인 할 때는 내 종아리 위에서부터 힘을 써서 발끝으로 보내고 발끝이 길어진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발끝을 쭉 뻗되 발가락을 움켜쥐지는 않습니다. 플렉스를 할 때는 종아리 뒤쪽에서 시작해 발뒤꿈치, 발바닥, 발끝 순으로 에너지를 씁니다. 발끝을 당기는 것은 맞지만 발목에 주름은 만들지 않습니다."


  이 동작을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종아리와 발목 근육 하나하나에 섬세히 집중해야 다. 그리고 그렇게 하자 평소에 포인/플렉스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나고 발목 근육이 강화된 게 느껴졌다.


  이때 느꼈다. 운동을 할 때도 내가 지금 어떤 근육을 쓰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스쿼트를 할 때 허벅지가 아닌 엉덩이 근육에 자극을 려면 발 뒤꿈치로 체중실어야 한다. 무릎이 발끝보다 더 앞으로 나가면 체중이 무릎에 쏠려 무릎 연골만 마모시킨 꼴이 된다. 플랭크를 할 때도 어깨가 귀랑 가까워지면 안 된다. 그러면 승모근만 잔뜩 나게 될 것이다. 겨드랑이 아래에 있는 거근에 힘을 딱 주면 등근육까지 미세하게 자극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육학에서는 이것을 메타인지라고 부른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과정을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나는 메타인지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일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생도 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 잘못된 부분은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는 것이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관해 진리라 여기고 품고 사는 말이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은 운동에도 다음과 같이 바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에 대해) 생각하며 운동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대로 (잡다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ㅎㅎ


사진찍을 땐 초집중 몰입해서 운동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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