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보면 알겠지만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 좀 그만하고 살아야지'도 생각한다. 내가 유일하게 생각을 안 하는 시간은 무엇인가에 엄청나게 몰입할 때이다. 급한 일을 처리하거나,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몰입감 넘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운동을 할 때도 대게 나는 생각이 많다. 특히 워밍업처럼 늘 하는 루틴이나 힘이 덜 드는 동작일수록 잡생각을 많이 한다. 선생님 말에 집중을 안 해서 혼자 반대 팔을 들거나 이상한 동작을 하고 있을 때도 많다. 물론 동작 난도가 높을 때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 따윈 없지만 말이다.
문제는 내가 집중해서 운동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운동 효과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나는 운동은 몸이 하는 것이니 뇌랑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지루한 운동을 할 땐 일부러 정신을 딴 곳에 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이 엄청 쉬운 동작을 시키셨다. 한쪽 다리를 바렐 위에 올리고 발끝을 포인/플렉스 하는 동작이었다. 평소에도 자주 하는 동작이라 아무 생각 없이(혹은 잡생각을 하며) 발끝을 뻣었다 당겼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발끝을 포인 할 때는 내 종아리 위에서부터 힘을 써서 발끝으로 보내고 발끝이 길어진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발끝을 쭉 뻗되 발가락을 움켜쥐지는 않습니다. 플렉스를 할 때는 종아리 뒤쪽에서 시작해 발뒤꿈치, 발바닥, 발끝 순으로 에너지를 씁니다. 발끝을 당기는 것은 맞지만 발목에 주름은 만들지 않습니다."
이 동작을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종아리와 발목 근육 하나하나에 섬세히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자 평소에 포인/플렉스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나고 발목 근육이 강화된 게 느껴졌다.
이때 느꼈다. 운동을 할 때도 내가 지금 어떤 근육을 쓰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스쿼트를 할 때 허벅지가 아닌 엉덩이 근육에 자극을 주려면 발 뒤꿈치로체중을 실어야 한다. 무릎이 발끝보다 더 앞으로 나가면 체중이 무릎에 쏠려 무릎 연골만 마모시킨 꼴이 된다. 플랭크를 할 때도 어깨가 귀랑 가까워지면 안 된다. 그러면 승모근만 잔뜩화나게 될 것이다. 겨드랑이 아래에 있는전거근에 힘을 딱 주면 등근육까지 미세하게 자극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육학에서는 이것을 메타인지라고 부른다. 메타인지란자신의 인지과정을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나는 메타인지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일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생도 잘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 잘못된 부분은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는 것이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관해 진리라 여기고 품고 사는 말이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은 운동에도 다음과 같이 바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에 대해)생각하며 운동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대로 (잡다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