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너무 아파서 매우 감정적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곽수현입니다.
막 운동을 하고
스튜디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켰습니다.
오늘은 여러 변수를 통제하여
운동에 최적의 몸과 환경을 만들기로 하는
평상시와는 다른 날이었습니다.
우선, 수영을 하지 않았네요.
매일, 요가를 하고 수영을 5분이라도 합니다.
전 물을 좋아하거든요.
오전에 업무를 마치고
바로 스포츠센터로 향했기에
1. 수영복이 없었기 때문이고
물론, 서둘렀다면 수영복을 가져갈 수도 있었으나
문득 배가 고픈 것 같아서 굳이
2. 유명하다는 카페로 갔기 때문이고
지난 3일 내내 수영을 열심히 했고
특히 어제는 30분 이상을 물속에 있었더니
온 피부와 머리카락 특히
3. 손톱발톱이 벗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비약적인 속도로 약해진 것 같았어요.)
이 역시
어떻게든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감정이 맘을
장악한 이후에 찾은 이유입니다.
바로 어젯밤
유명한 피부과 의사가
'인간의 피부는 이미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좋지 않다.
하물며 수영장은 다 락스물인데,
수영장에 들어가더라도 5분만 하지 않지 않는가,
수영모, 수영복을 보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 해지지 않는가.
이는 다 락스물, 수영장 물 때문이다.
하물며 피부에는 하나도 좋지 않다.
정 수영을 하고 싶으면 일주일에 한 번만 하라.'
는 쇼츠가
저를 강렬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수영장을 바꾸면서
물이 안 좋아서
손톱 발톱이 나달나달해지고
좋다는 거 발라도 그때뿐이라
나만 그런가 하고 있던 차에
옳다쿠나 하고
이유를 발견한 거지요.
그래서 오늘은 반드시 수영을 할 수 없다고
제 뇌가 장악이 된 것입니다.
장악된 뇌는 약해지기 쉬운 가요.
오늘은 요가를 하면서 많이 고통스러웠고
슬펐습니다. 슬프기까지 하다니요!!!
매트를 깔고 편하게 큰 대자로 몸을 펴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옆 매트님들끼리 소곤소곤하시는 말씀이
제 귀를 파고듭니다.
매트녀 1: 아! 이 향 너무 좋아요.
매트남 1: 네, 이거 에센셜 오일이에요. 프랑스에서 산 거예요.
-나지막이 조곤조곤-
매트녀 1: 이 오일을 손바닥에 문지르고 비비면 더 좋아요.
매트남 1: 아, 그렇군요 몰랐어요.
강사 1: 아! 강의실 들어오는데 확 향이 나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향으로 시작합니다.
그 라벤더 향이 저의
어디를 툭 하고 건드렸습니다.
그리고 눈에서 또로로로록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심어둔 라벤더는 지금 잘 자라고 있을까.'
'그때 내가 꺾꽂이하고 휘뭍이해 두고 온 제라늄은
잘 자라고 있을까.'
자란들 안 자란들
수많은 식물 중에 하나인데
그 생사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이젠 내 알바도 아니고
이태리까지 찾아가 확인할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슬퍼지더라고요.
인생은 한 때뿐인데,
허무하구나 다 허무하다...
하고 또
현학적으로
사변적으로
조용하고
우울하게
침잠하며
흘러가(려)는 내 머리를
탁! 하고
스톱!! 시킵니다.
어차피 해도 소용없는 사고입니다.
답도 없고
기분만 안 좋습니다.
어쩌면 이건
사고가 아니라 그냥 잡스러운
시간 보내기입니다.
이런들 저런들
어쩔 겁니까.
바로-지금-여기
제 몸은
요가 매트 위에 앉아 있고
요가 선생님은 이제 시작을 하자며
사인을 보내고 있고
제 옆 매트 남녀들은
각자 멋진 요가복을 입고
수련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는걸요.
여하튼 시작합니다.
다른 날보다 많이 힘들고 아파서 짜증이 올라옵니다.
오늘은
이번 주 4회째라(목요일이니까요)
오히려 더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연해지고 부드러워져서
편할 때인데.
월요일 첫 운동하는 것 마냥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사실 눈물이 조금 났어요. 찔끔.
너무 짜증이 나서요.
중고생 때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체육선생님의 구령에 맞추어 운동을 힘들게 하던
(저는 체력장도 강하게 했었고,
체육 시간 처음 몸풀기로,
먼지 풀풀 날리는 흙 운동장에서
몇 바퀴 돌기가 일상이었던 청소년 기를 보냈어요.)
체육 시간에
한 급우가 푹 하고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아프다고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울기까지 한 일인가.
제가 반장이었던가 해서
체육 선생님이 눈짓으로
'그 친구를 돌보라.'라고 하셔서
데리고 운동장 곁으로 나가
'어디가 아픈가?'
'물이 마시고 싶은가?'
'생리를 하는가?'
등등 물었습니다.
다 아니라고 하고 서럽게 울더라고요.
'이게 울 일인가.'
지금의 저라면
'네 감정을 상하게 하는 무슨 문제가 있어?'
라는 질문을 추가했을 텐데요.
아, 운동을 하다가
이렇게 아플 때 어떤 감정이 건드려지면서,
눈물이 날 수 있겠구나.
다행히 요가매트 옆에는 늘
땀을 닦을 수 있는 손수건이 있기에
살포시 눈가에 대어
눈물을 찍어 냅니다.
혹시 누가 물어본다면
(결코 아무도 묻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 제가 계절성 결막염이 있어서 눈물이 나요.
눈물은 좋은 거랬어요.'
라고 말할 참입니다.
오늘따라 더
오금도 아프고
허벅지 안쪽 힘줄이
찢겨 나올 것 같이 아픕니다.
허리 척추를 곧게 세우고
(천장에서 누가 내 머리를 당기는 것을 상상하며)
배꼽과 허벅지를 닿게 하면서
상체를 숙여 손끝으로 왼 다리 무릎부터
내뱉는 숨에 살살 내려가
발끝까지, 발날이나
엄지발가락을 잡으라고 합니다.
척추를 펴라고 합니다.
눈물이 또 찔끔 납니다.
그냥 짜증 섞인 고통의 탄식이 나오려는 것을
참습니다.
지금 여기에 나는 있고
그 고통이 바로 나이며
아픈 것과
짜증은 그 인과가 없다면서요.
이건, 샌드위치 때문이야.
오늘따라 운동이 너무 안 되는 이유는
요가하기 한 시간 전에 먹은
샌드위치와 커피 때문이니까요.
앞으로는 속을 비우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제 원칙을 다시 세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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