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는 온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난 주 금형과 술을 마셨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순간 금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처럼 미리에게 말을 건넸다.
“미리님. 지난번엔 놀랐어요. 다행히 잘 들어가셨다니 안심했지만 갑자기 택시 문을 확 닫아버려서.”
미리는 젓가락으로 고기튀김을 집어들어 금형에게 갖다 대더니 도로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술 먹은 다음에는 안부를 묻지 않는게 매너라구요. 뭐 직장생활 10년차에 다져진 생존능력 덕분인지 스스로 그 정도 몸 건사는 하게 되더라구요.
”아하. 그렇죠. 미리님은 누구를 걱정시킬 타입은 아닌거 같아요.“
금형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입안에 든 고기튀김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미리는 그런 금형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났다.
“뭐.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참 금형님. 휴직은 언제까지에요?”
“아. 저 우선 한달 냈는데 이후에는 컨디션 보고 더 연장을 하든 복귀를 하든 결정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참. 한번 회사를 안나가기 시작하니까 정말 더 가기 싫어지네요.”
금형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떨궈 테이블을 응시하더니 남아있는 맥주 한 컵을 다 들이켰다.
미리도 왠지 멋쩍어져 자켓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는 다른 한 손으로 남아있는 맥주를 들어올렸다.
“그렇죠. 직장인의 쳇바퀴란 참 끊어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더 괴롭기도 하구요.”
순간 미리의 왼손에 심대리가 건네줬던 종이가 만져졌고, 그녀는 다시금 그 종이 쪽지의 존재를 떠올리게 되었다.
‘도대체 서류 보관함엔 뭐가 있다는 걸까?’
마주 앉은 금형의 얼굴 위로 종이 쪽지에 적힌 글자가 오버랩되어 미리의 눈을 어지럽혔다.
“위이잉”
금형의 몸 어디선가 진동음이 울렸다.
금형이 자켓 오른쪽 주머니에 더듬더듬 손을 집어넣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금형님. 무슨 일이에요? 전화 한번 받아보세요.”
그는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얼굴로 화면을 무시했다가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굴복하는 듯한 애처로운 얼굴로 다시 봤다가를 반복했다.
미리는 그의 이상 행동에 반사적으로 핸드폰에 얼굴을 갖다대고 화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하성 대리'
“여. 여보세요.”
“아. 오 과장님. 전화 다행히 받으시네요. 잘 지내셨어요? 그리고 혹시 얘기 들으셨어요?”
“아 아니요. 하성 대리님. 오랜만이네요. 근데 무슨 얘기요?”
“아. 금형 과장님. 그 임 부장님 회사에서 나가셨어요. 사실 자발적으로 나간게 아니라 짤린거죠. 그래서 과장님한테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금형은 전화를 끊고 나서 복잡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일단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그게 누구던 임 부장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고, 그것은 곧 금형의 마음을 산란하게 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콜포비아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금형님. 괜찮아요?
”아. 네. 그 저랑 사건 있었던 임 부장님이 회사를 나가시게 됐다네요.“
”와. 정말요? 그럼 잘된거잖아요. 나쁜놈. 그렇게 나쁜 짓 하더니만 결국 벌 받은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