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리는 이내 미리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더니 멀리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의 모습이 멀어지자 미리의 시야로 자신의 손이 가까이 들어왔다.
미리는 아까부터 손가락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리며 손 안에 쥐어진 것을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별건 아니네.’
손바닥을 펼치자 그녀가 예상한 대로 종이쪽지가 보였다.
“음. 뭐지?”
접힌 종이쪽지를 펼친 미리는 눈동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굴려가며 빠르게 글을 읽었다.
“과장님. 출근하시면 지하에 있는 서류보관실에 한번 가보세요.”
미리는 이미 건너온 길 맞은편으로 보이는 사무실을 휙 한번 돌아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금형과 만나기로 한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뭔지는 몰라도 금형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오늘은 거기에 집중하자.’
지도 앱의 도착지 표시에 화살표가 깜빡였다.
“금형님.”
“와. 미리님. 빨리 오셨네요. 여기 앉으세요.”
금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얼굴로 그의 맞은편 자리로 미리를 안내했다.
“사장님. 여기 아까 말씀드린 그 메뉴로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맥주도요.”
미리는 금형이 자신에게 메뉴를 묻지 않은 점이 맘에 들었고, 먼저 술을 시키자는 말을 안해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투명하고 볼록한 잔에 담긴 연갈색의 맥주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고, 둘은 반사적으로 잔을 들어 서로의 잔을 부딪혔다.
“와. 쌉싸릅하고 향긋한 홉향이 많이 느껴지는 IPA 맥주 인가봐요. 향이 정말 좋네요.”
미리는 맥주잔에 한번, 그리고 금형의 얼굴에 한번씩 번갈아 눈길을 주며 미소를 지었다.
“저도 이 집 맥주 좋아해요. 미리님. 예전에 꽤 여기 자주 왔었죠. 음식과 맥주 모두 피로에 지쳐있는 퇴근한 직장인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뒤이어 딱 봐도 노르스름하게 잘 튀겨진 고기튀김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파샤샥.”
“와 금형님. 이 집 제대론데요. 육향이 너무 고소하고 잡내도 안나는게 너무 맛있어요.”
튀김과 맥주, 말할 필요 없는 그 궁합은 흡사 미리와 금형의 모습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