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구체화는 요약이다

기획서나 보고서 잘 쓰는 법

by 안혜숙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생각을 무심히 그냥 흘려보내고
자신의 생각이 특별하지 않다고 스스로 규정해버린다.
나에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성공하고 싶다면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요약하자.

아이디어를 요약하는 연습을 습관으로 만들자. 많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요약 연습이 필요하다. 쉽고 간단한 연습을 하나 해보자. 오늘의 점심 메뉴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본다. 먼저, 메모지에 점심 메뉴를 적어 보자. 주변 식당의 메뉴를 생각하며 다음의 8가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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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메뉴로 먹을 만한 것을 적었다. 그러나 이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없으니 이중 한 가지로 정해야 한다. 메뉴 옆에 이것을 점심 식사로 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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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메뉴로 정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간단히 적어 보니 돼지고기 백반이 점심 메뉴가 되어야 할 이유가 명확해진다. 이렇게 간단한 점심 메뉴 정하기부터 구체적인 업무나 할 일, 공부 계획 등에 생각을 요약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좋다.


아마 당신은 머리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써 보라고 했을 때, 막상 기억이 멍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종이에 쓰는 작업은 스스로 어떤 사실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확실하게 알게 한다. 생각을 적고 요약하는 방법으로 연습하자.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나 기획의 실행과제를 세울 때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인식하여 실제적인 실행계획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라고 말하면 다들 대단한 기획서를 만들어내려 애쓴다. 대개 멋진 글과 이에 알맞은 무게를 주는 수십 장 넘어가는 기획서 작성을 상상해 낸다. 하지만 기획서를 쓰려 책상 앞에 패기 넘치게 앉았건만, 막상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하얀 모니터와 자판을 대하는 순간 머릿속도 하얗게 된다. 넘쳐나던 생각은 어느덧 뿌연 안개와 같아서 자취를 찾을 수 없고 그저 막막하게 된다.


이때 기획서의 기초가 될 메모가 중요하다. 생각나는 대로 일단 마인드맵처럼 쭉 적고 거기서 핵심 단어를 뽑고, 이를 다시 왜,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로 연결하면 된다. 이리저리 머릿속을 떠오른 생각이 막상 필요할 때 기억나지 않는다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어느 순간 갑자기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영감을 그냥 놓치지 말고 적는 것이다. 또는 할 일 리스트를 메모에 적어도 좋다. 우선순위를 매겨서 처리하면서 꼭 내가 할 일이 아니면 남에게 맡기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기술이다. 나도 할 일 리스트를 만들어 지워가면서 일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생각나는 콘셉트와 아이디어는 꼭 연습장에 적었다가 저작에 그 키워드를 활용한다.


close-up-hand-writing-notebook.jpg (출처: Freepik)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유명한 인물에게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링컨은 항상 모자 속에 연필과 종이를 넣어 다녔고, 슈베르트는 하얀 와이셔츠에 틈틈이 악상을 그렸다. 빌 게이츠는 악몽 메모라 불리는 불길한 생각의 기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프로젝트도 사람들의 필요를 물어보거나 질문의 키워드를 모아 정리해 저작에 활용한다. 내가 모든 아이디어를 낼 필요도 없다. 주변에 물어가며 필요한 찾고 그 실행 전략을 찾아 진행해도 된다. 같은 방법으로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의 유배에서 메모해둔 자료를 모아 책을 냈는데 그게 무려 500여 권이나 된다.


기획서로 다시 돌아가자. 기획서는 장황할 필요가 없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분량만 늘어놓는다면 아이디어 실행과는 상관이 없는 기획서가 될 것이다. 실행 기획서는 Why, How, What이 명확하게 나타나도록 쓰면 된다. 요즘같이 바쁘고 시간 없는 세월에 누가 장문의 기획서를 꼼꼼히 읽겠는가. 한 장으로 요약하면 보는 사람도 빠르게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우연히 발견하여 흥미롭게 읽은 책이 있는데, 바로 [도요타에서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기술]이다. 저자가 도요타 회사에 취직한 후, 선배에게 배운 한 장 요약하는 기술로 어떻게 기획서나 보고서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였는지를 자세히 풀었다. 여기서도 공문서나 보고서의 한 장으로 요약하자고 주장하고 있어서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소위 일머리가 있다고 한다. 일머리란 일 전체를 조직하는 틀을 의미한다. 이 일머리를 영어로 찾으면 단어가 없다. 아마 가장 근접한 단어는 Competence(능숙함) 일 것이다. 일머리가 있는 사람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 전체를 조망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당연히 일머리가 있는 사람의 보고서도 간결하면서 핵심을 짚어낼 것이다. 요약된 보고서를 한 장에 담으려면 전체를 보며 먼저, 생각을 정리하고 일머리를 잡아야 한다. 그 생각의 깊고 넓은 결과가 깔끔하게 담기는 것이 한 장 보고서이다.


한 장 요약 보고서를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키워드를 모아 적는다.

생각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적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내가 써야 할 재료를 찾아 무엇이 있나 질서에 맞게 나열해 보는 것이다. 앞의 점심 메뉴 정하기처럼 써 보자. 빈칸을 만들어 키워드 중심으로 나열해 나가면서 그 칸을 채우는 방법도 좋다. 너무 간단한가? 키워드 쓰는 것을 만만하게 보지 않길 바란다. 의외로 정한 주제의 키워드 채우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생각이 닫혀 있는 완고한 사람일수록 점심 메뉴 몇 가지 적기라는 간단한 것도 한참 걸린다.


둘째, 무엇을 위한 문서인지 목적을 명확히 한다.

당신이 작성하는 것이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자료인지, 업무 보고서인지 즉 누가 읽는 서류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적힌 서류는 그 목적을 잃어버린다. 나는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보고서나 서류가 필요치 않다. 상대방이 알고 싶은 것은 빼고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만 적어서는 상대방의 반응이나 설득을 기대할 수 없다. 내가 만들 보고서를 읽는 상대가 협력업체 사람인지, 다른 부서의 사내 사람인지, 직급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혹시 당신의 직급이 다른 사람보다 위라면 서류 작성의 목적은 더 신중해야 한다. 어떤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고, 프로젝트를 어떻게 조율해서 기한 안에 끝낼 것인지 등, 보고 자료에 담을 내용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혹은 기안한 서류가 최고 책임자의 결재를 마치면 대외적으로 시행되는 공식 문서가 되어 외부로 나갈 경우도 있을 것이다.


셋째, 보고서를 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를 기대하는지 생각하고 작성한다. 보고서를 읽은 사람이 제일 먼저 가질 의문이 무엇일까?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하자. 그러면 서류의 작성 방향도 정해질 것이다. 아까 적은 키워드에 내용 보태기를 하는 것이다. 점심 메뉴로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가지를 쳐서 썼던 것과 같은 이치다. 수업을 기획한다면 성취기준 대비 이 수업이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수업 목표를 진행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무슨 도구를 사용할지를 고민해서 적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일반 회사에 근무한다면 보고서의 전개 방향은 Why, How, What의 관점에서 왜 이런 일이 필요한지,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떻게 알리고 어떤 자원을 쓸 것인지, 기대하는 효과나 반응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가지를 뻗어 적어야 한다.


넷째, 예상되는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할 핵심 키워드를 넣는다.

상대방이 가장 알고 싶을 만한 질문을 골라서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정해서 작성한다. 만약 요약이 어렵다면 첫째, 둘째, 셋째 순으로 논리를 세워 정리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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