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생활은 수업에서도 이어져야한다
흔히 저학년은 '부모가 만들어준 모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등 입학 전 학원이나 가정에서 선행학습을 받은 경우 학교에서의 학습은 쉽게 해냅니다. 또 부모님이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주면 학교에서 큰 문제없이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모습은 아이의 진짜 실력이라기보다 부모가 만들어준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학년에서도 자기 주도성에 '티'가 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 수업 시간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부모도 도울 수 없고(심지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기도 어렵죠), 오롯이 아이의 몫입니다. 칠판 앞에 서면 아이들 각각의 지적 수준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업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눈에 뜨입니다. 매 시간 수업에 주도성을 가지고 참여하는 아이들은 일부입니다. 학습력과 수업 참여도가 비례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학습력이 좋은 학생들 중 수업 시간에 낙서를 하거나 만질만질 손장난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의 인생에서 한 차시(40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쌓이면 수업의 교육 효과는 복리로 불어납니다. 또 배움의 태도가 고착화된다는 점에서 이후 청소년기의 수업 자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됩니다. 또한 수업 활동 내에서 발표, 모둠 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경험하는 것은 이후 수행평가, 면접, 논술 등 입시와 관련된 요소에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사와의 관계도 좋아집니다. 교사와의 관계가 원만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12년 간의 학교 생활에서 수업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합니다.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시간이 갈수록 큰 격차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태도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도 학교 수업에 대한 자기 주도성은 그 의미가 큽니다. 아무도 돕거나 밀착해서 지적할 수 없는 학교 수업은 자기주도생활 그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학교 수업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먼저 자기주도생활의 첫 단추와 같이 수업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대화로 충분히 나눕니다. 자기 주도적인 수업이 되려면 아이가 그 필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 수준에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아홉 살 수준에서는 1. 하루 중 많은 시간 수업을 받고 있는데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점 2. 나중에 고학년이 되어서도 수업 태도는 잘 변하지 않으며 지금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 3. 맡은 일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나누면 좋습니다. 다음으로 현재 아이가 수업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담임 선생님께 아이의 수업 태도와 관련해 상담을 요청하거나 물어보면 좋습니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부분, 수업 활동에서 갖춰야 하는 것(발표, 모둠활동, 개인활동 측면에서)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종종 교과서를 주말에 가져오게 하거나 수업 활동한 결과물(작품, 활동지 등)을 관찰해도 아이가 얼마나 성의 있게 수업에 참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낙서가 있는지, 공책을 활용한다면 어떻게 정리했는지, 활동지에 쓴 문장이나 작품은 열심히 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때 완벽한 학교생활을 강요하며 하나하나 세밀하게 훈육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면 아이는 불쾌하고 학교 생활에 반감이 듭니다. 아이가 스스로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인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얼마큼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보완 방법은 칭찬과 협의입니다. 현재 잘하고 있는 점이나 열심히 만든 작품, 교과서 활동 등을 인정해 줍니다.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칭찬하신 부분도 칭찬해 줍니다. 아이는 잘하고 있는 것을 강화하며 수업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저학년은 특히 부모의 칭찬과 인정, 격려가 큰 효과를 가져오는 시기입니다. 부모가 자기 수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더 주도적으로 해야 할 부분은 협의해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도 선택과 집중해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발표, 모둠 활동, 글쓰기, 교과서 활용, 공책 쓰기 등 다양한 분야 중 한 가지에 대한 목표를 함께 세워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종종 점검하면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 봅니다. 아이가 스스로 고민해 봐야 그 효과가 큽니다. 알림장을 확인할 때 한 문장으로 적어주는 것도 아이가 학교에서 떠올리기에 좋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으로 자랍니다.
아홉 살 아들의 선생님께서 상담 중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작은 종잇조각 같은 것을 종종 만진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한두 번 했을 때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에 조금 뻥튀기해서 좋은 부분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너를 관심 있게 보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아이는 관심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니까요) 그리고 끄트머리에 살며시 "그런데 00아, 수업은 열심히 하고 있니?"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도 평소 지적받은 것이 떠올랐는지 겸연쩍은 웃음을 짓더군요. 아이에게 수업 시간은 온전히 너의 것이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수첩을 하나 쥐어주고 수업 시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인상 깊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써 오라고 했습니다. 써오면 100원씩 준다고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종종 아이의 활동지나 공책을 볼 때마다 열심히 한 것은 크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수업 잘 받고 왔니?"하고 묻기도 하면서요. 그 뒤 담임 선생님을 뵈었을 때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도 조금은 딴짓을 하지만요. 수업에서 아이가 적극적으로 주도성을 펼치는 것은 그 중요성에 비해 자녀에게 강조하는 가정이 많지 않습니다. 학교 생활의 시작 단계에서 아이의 자기주도생활이 수업에서도 단단히 자리 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