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남자 고등학교 교사인 남동생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만 대하고 있어 시꺼멓게 큰 사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묻습니다. 하루는 "고등학교 가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해?"라고 물었는데 여러 설명 중 여운이 짙었던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어. '애가 제 말은 안 들어요. 선생님께서 말씀 좀 해주세요. 아이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라는 말이야. 부모님과 소통이 어렵거나 통제가 안 되는 애들이 많아" 덧붙인 내용은 대부분 이런 상담을 해오시는 분들은 아이가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통제가 되지 않거나, 부모님이 깨우면 아침에 일어나지도 않아 늘 지각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뭐든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는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곁으로 올 것입니다. 이때 아이가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피하는 선택을 계속하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계속한다면요? 부모는 애가 탈 것입니다. 어린 시절 자기주도생활로 정신 근육이 다져진 아이들은 부모와 독립된 상황에서 좋은 선택을 하며 스스로의 능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선순환을 이룹니다.
자기주도생활은 '자기 조절'이라는 물을 계속해서 주는 과정입니다. 자기 조절이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조절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초등 자기 조절 연습>이라는 책에서 '자기 조절력'은 하고 싶은 일을 무조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자기 조절은 FM 스타일로 경직된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이나 목표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거나 유혹적인 상황으로부터 행동을 조절해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 자기 조절입니다. 알파 세대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금 세상은 뭐든지 빠릅니다. 택배 배송도 반나절만에 도착하고, 스마트폰 덕분에 누군가를 무한정 기다려본 경험도 없습니다. 영상 콘텐츠 길이는 점점 짧아져 10분짜리도 즐기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빨리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진득하게 머무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빠른 세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시행착오가 귀찮고 자기 조절이 어렵습니다.
자기주도생활을 연습한다는 것은 자기 조절을 경험하고 연습하는 것과 같습니다. 목표 행동을 위해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에서 자기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은 전두엽입니다. 전두엽은 목표를 위해 계획하고 문제 해결을 조정하며, 충동과 감정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아홉 살 시기는 전두엽의 발달이 아직 미숙합니다. 이 시기에 일상의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해나가는 자기주도생활은 전두엽의 발달을 촉진시킵니다. 일상에 반복되는 루틴과 규칙을 만들어 놓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원해도 세워둔 원칙에 맞게 해야 할 일을 우선 해 놓는 것, 도전 과제를 위한 계획을 부모님과 함께 세워보는 것 등 자기주도생활은 전두엽과 밀접한 행동을 계속해서 수행해야 합니다. 전두엽의 발달은 곧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시킵니다.
이렇게 자기 조절의 물을 계속 주며 자기주도생활을 이어가면 계속해서 꽃 피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존감의 바탕이 되는 '자기 효능감'입니다.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기 효능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자기 효능감은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기 효능감이 없는 사람은 선택에 적극적이지 않고 매사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주변 상황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이것이 높은 사람은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게 되고 실패도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대표적인 방법이 작은 성공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네!'라는 스스로에 대한 감탄으로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부모나 교사 등 믿음직한 어른이 작은 성공을 격려하고 지지하면 자기 효능감은 더욱 높아집니다.
자기주도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자기 조절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자기 효능감은 이후 새로운 도전 과제에 자신감을 갖기에 지속적인 선순환을 하게 됩니다. 부모의 손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지금 자기주도생활을 통해 자기 조절의 물을 주고 자기 효능감의 꽃 피워 단단하게 홀로 서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