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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Aug 30. 2024

아홉 살의 자기주도생활은 이렇게 합니다

'자기주도생활은 이 방법으로 다 됩니다'

'4단계 자기주도생활은 이것으로 끝!'

우리는 이런 명료한 방법론을 선호합니다. 많은 육아서와 교육서에서 좋다는 교육 방법을 많이 읽으셨을 거예요. 혹시 책대로 잘 되던가요? 책에서 하라는 것대로 아이에게 적용했는데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 경험도 있을 겁니다. 교실에서 저도 그랬습니다. 매년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교육 연수를 들으며 좋아 보이는 학급 운영 방법이나 수업 자료를 제 교실에 펼쳤죠. 그런데 그 결과가 늘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방법은 좋지만 내 아이에게 맞지 않았던 거죠. 같은 육아 방식으로 두 명의 자녀를 길러도 어떤 자녀는 별 탈 없이 자라지만 다른 자녀는 삐그덕거린다는 가정의 고민도 심심치 않습니다. 두 명의 자녀도 이토록 다른데 보편적인 아이들에게 이 교육 방법이 정답이라 논하는 것은 허풍입니다. 자기주도생활의 실전 편에 들어가기 앞서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아홉 살의 자기주도생활을 함께 끌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의 자기 주도성을 독려하는 부모의 마인드와 대화입니다. 그럼에도 자기주도생활을 끌어가는 가이드를 드리는 것은 자기 주도성을 완성해 가는 디테일한 '지도'를 드릴 수는 없지만 대략의 방향성을 가져갈 수 있는 '나침반'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주도생활의 씨앗을 마음밭에 심어요


[1단계. 씨앗 심기]

입학 전후 저학년 아이들은 일상의 자조활동(밥 먹기, 옷 입기 등 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하나씩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형성된 태도로 자녀는 자기주도적 혹은 부모의존적 삶으로 길이 갈리게 됩니다. 씨앗 심기 단계는 부모와 아이의 마음 밭에 자기주도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지와 필요성을 심는 것입니다. 자기주도생활을 해나가 가는 과정에서 부모의 마음이 약해져 자녀에게 스스로 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스스로 해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고 마음을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하나하나 스스로 해나갈 나이가 되었구나! 네가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이 기특해"하며 말로 씨앗을 심는 것도 좋지만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그림책을 읽는 것입니다. 한 소녀가 눈길을 헤치며 맡은 일을 끝까지 놓지 않는 <용감한 아이린>,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하교해야 하는 상황을 "이까짓 것!"으로 넘기게 되는 <이까짓 것!> 등 자기주도생활을 위한 다양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주도생활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마음 밭에 자기주도생활의 씨앗을 심게 됩니다.



자기주도생활의 루틴을 만들어가며 매일매일 물을 줘요


[2단계. 물 주기]

매일 물을 주어 새싹을 틔우는 것처럼 하루하루 아이의 자기주도생활 루틴을 만들어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잠들기까지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상의 루틴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루틴은 [계획하기]-[실행하기]-[수정하기]-[다시 실행하기] 순서로 빙빙 돌아갑니다. 단순해 보이는 과정이 실제 상황에서는 삐걱이고 버거울 겁니다. 고된 과정을 알기에 "대신해드립니다" 하며 완벽한 루틴을 척 드리고 싶지만 초반에 언급했듯 '완벽한 루틴'은 내 아이에게 맞는 루틴입니다. 아이와 이 과정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타협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번에 루틴을 완성도 높게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하교 후 알림장 보고 숙제나 준비물 스스로 챙기기' 등 한 두 가지만 시작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성공 경험을 쌓아가며 자기주도생활에 의욕의 불씨를 지펴주세요. 이때 가장 중요한 순서는 '수정하기'입니다. 루틴은 자주 대화를 통해 수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할 일을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물 주기 단계에서 자기주도생활과 시너지를 내는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타이머, 체크리스트, 잘 보이는 벽에 붙여놓는 시각화자료, 보상판,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바구니나 트롤리 등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도구들은 영양제가 됩니다. 



선택과 집중, 여유를 선물하는 가지치기 해줘요



[3단계. 가지치기]

물 주는 것과 가지 치는 것은 동시에 진행됩니다. 아홉 살까지의 아이들에게는 학습보다 기본 생활 습관과 자립하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바탕이 단단한 아이들은 고학년에서 학습을 단단하게 뿌리내립니다. 지금은 자기주도생활을 여유 있게 해낼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따져 일상의 여백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다시 돌아보며 내려놓아야 아이는 공백의 시간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여유 있게 스스로 행동합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재촉하게 되고 작은 실수나 아이의 느긋함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이의 일정이 바빠지면 부모의 태도도 긴장일 때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택과 집중하여 생활의 여유를 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율성을 성실히 쌓아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이의 실수와 실패를 기다려줘요



[4단계. 기다리기]

학습이 유아 시기의 아이들까지 내려가고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고, 문장제 문제도 척척 풀어내는 예비 초등생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아웃풋을 내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학습이 점점 내려가는 것은 가르친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주도생활, 감정 조절, 사회성 등 인성이나 태도, 습관은 점수를 매기기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가 자기주도생활에 있어 선행을 달리고 있는지, 부진하고 있는지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만큼 들인 공에 비해 결과가 보이지 않죠. 4단계가 어려운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마음을 다지고 루틴을 만들어가며 가지치기로 여백을 주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림입니다. 아이의 실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힘들어할 때 한 발짝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스스로 하기 힘들어할 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발전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다림은 믿음의 산물입니다. 아이가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것을 쌓아가고 있다는 믿음, 지금 노력하는 자기 주도적 생활이 이후 독립적인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우리 아이가 잘 해낼 거라는 믿음입니다. 도움의 손길을 거두고 기다려주세요.




"왜 숙제를 못해왔니?" "준비물을 챙겨 오지 그랬니?"라고 물으면 "엄마가 안 챙겨줘서요"라는 대답을 들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부모의 챙김을 사랑의 표현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교실에서 느껴질 정도로 아이의 자립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자기주도생활은 거창한 교육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홉 살 이전 시기에 선택 아닌 꼭 필요한 과정이죠. 지금 아이가 자기주도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독립적인 삶에 이자가 붙는 것입니다. 아이의 독립에 부모의존적 '대출'이 아닌 자기주도생활이라는 '이자'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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