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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Sep 04. 2024

7세, 예비 초등의 자기주도생활

"학교 보내야 하는데 뭐 준비시켜야 해?"

교사인 엄마도 그랬습니다. 첫째가 일곱 살인 그 해 가을, 이제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덜컥 조바심이 났습니다. 원생이 아닌 학생이 되기 위해 내 아이는 무엇이 필요한지, 조금 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연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되었습니다. 게다가 맞벌이에 양가 부모님께서 모두 지방에 계시는 상황입니다. 부부가 모두 바쁜 가정에서는 아이의 몫이 큽니다. 응급한 경우(학원 차를 놓쳤다거나)도 최대한 아이가 감당해내야 합니다. 오후 1~2시 이후 공백의 시간을 아이가 어떻게 보내게 될는지, 세팅된 일과를 잘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이를 입학시킨다는 것은 이렇게 막연한 불안과 긴장의 버물림입니다. 유치원과 달리 학교생활은 아이가 오롯이 해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집니다. 혹자는 아이 1학년에 반드시 휴직을 해서 서포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휴직하지 않고 아이를 입학시킨 워킹맘으로서의 대답은 "꼭 그렇지 않아도 됩니다"다. 



여자 아이들과 달리 꼼꼼하고 빠릿빠릿하지 못한 평범한 첫째 아들도 학교 생활에 훌륭히 적응했습니다. 아이가 1학년을 보내며 '그간 잘해왔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단연 자기주도생활입니다. 집을 나서 홀로 등굣길에 오를 때부터 하교 후 루틴을 해내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유치원 생활이 비해 난도 높은 과정을 수월히 해냈습니다. 학습적인 부분에서 뛰어난 것도, 교우관계 등의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자기 학년 수준 이상으로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학년 학급에서 사소한 일에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기회를 줍니다.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키우는 양육태도는 입학 전부터 이어져왔을 것입니다. 입학 전 자기주도생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7살의 자기주도생활에서는 먼저 자기 주도적 정서 표현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6세까지 다양한 감정의 종류를 이해했다면 7세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뤄내고 적절히 표현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자기 조절이 연습되어야 합니다. 교실에서 수업하다 보면 "아, 나 이거 하기 싫은데"하며 활동을 자체 중단시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나 약속을 개인의 호불호를 반영해 선택적으로 지킵니다. 싫지만 스스로 참아내고 기다리는 것을 입학 이전에 익혀야 합니다. 규칙과 약속이 필요한 이유를 자주 이야기해 주고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 생활 규범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 전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는 무인 상점의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오는 아이에 관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이 그려졌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오은영 박사의 질문이었습니다. "마트에서 계산하기 전에 곧 계산할 거니까 먼저 먹어도 돼. 하며 과자를 준 적이 있습니까?"였습니다. 계산 전에 포장을 개봉하는 것은 좋은 모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며 부모가 불편을 감내하며 규범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규칙을 지키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을 절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정서적인 면에서 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부정적인 감정 표현입니다. 모든 관계 안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피하려 노력해도, 기질이 순해서 싫은 소리를 할 줄 몰라도 크고 작은 갈등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친구와 의견이 다를 때, 상대가 불편하게 행동할 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익혀야 합니다. 무조건 참는 것도, 일의 크기에 관계없이 버럭 화를 내는 것도 자기 주도적인 감정표현이 아닙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요? 먼저 갈등이 생겼을 때 1~10개 손가락 중 어느 정도로 심각한 일인지 판단해 보도록 합니다. 이때 판단 기준은 내 마음이 상한 정도가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고 사소한 일인지 분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내 몸을 세게 때린 것은 8~9 정도라면 친구와 하고 싶은 놀이가 달라 마음이 상한 것은 1~2 정도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조건 갈등을 피하는 아이에게도,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예민한 아이에게도 보편적인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의 심각성을 판단했다면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상대의 어떤 행동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1~3 정도의 작은 일이라면 마음 넓게 넘겨보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가 자기 욕구와 권리를 주장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아량 있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은 큰 메리트입니다. 학교 생활에서 교우관계는 학습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입학 전 자기 주도적 정서표현을 연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생활적인 면에서는 부모의 도움과 애정표현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늘 부모의 사랑을 원합니다.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일 때 이상 행동을 하며 부모의 이목을 끌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도와주고 필요한 요청에 반응해 주는 것에 안정감과 애정을 느낍니다. 신생아의 애착은 먹고 자는 것을 부모가 돕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일곱 살의 아이에게는 부모가 돕는 것만이 애정 표현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해내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며 따뜻한 말, 스킨십, 응원, 격려, 지지 등 또한 깊은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어려움을 담담히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방임이나 무관심과는 다릅니다. 아이가 마주한 문제를 호소할 때 큰 반응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것이 반복된다면 아이는 홀로서기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자조 활동(세수, 씻기 등)부터 스스로 해결해 내고 그것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을 애정으로 느끼며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자신의 일을 대하는 독립적인 태도는 일곱 살부터 길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파이타이머(출처: 아이스크림몰)



더불어 시간 개념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활 속에서 5분, 10분 등 시간의 양을 대략 아는 것이 좋습니다. 시계를 배우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시와 30분을 학습한 뒤 2학년 때 정확히 시각을 읽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 개념은 이전부터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10분 동안 해보자" "1시간 정도 걸릴 거야"라는 기준을 주며 스스로 할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시간 개념을 익힐 때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밥 먹기, 옷 입기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정해주면 아이의 시간 개념이 발달합니다. 이때 시각적으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는 파이 타이머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5분짜리 노래 틀어줄게. 그 안에 해보렴"하며 아이에게 5분, 10분 정도의 평소 알고 있는 노래를 타이머 대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로 시간 개념을 익히면 자기주도생활이 수월해집니다. 더불어 학교 생활에서도 일정 시간을 주고 활동하는 것이 많기에 유용합니다. 





학습이 유아기로 내려오면서 초등 입학을 앞둔 일곱 살의 무게도 예전보다 무겁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저학년부터 고학년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그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바로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에 집중하다 보면 지금 시기의 아이들이 진정 갖춰야 할 역량을 놓치게 됩니다. 기초가 튼튼한 아이들이 멀리, 높게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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