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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파편들 속에서

갑자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22

by 남유복

24.05.08 수요일


"팍!" 분유포트가 박살이 났다.


분유포트를 세척하기 위해 싱크대로 가져오는 도중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떨어지는 분유포트를 살리기 위해.,.. 순간 내 발등을 가져다 대었지만, 분유포트는 물론 내 발등까지 깨지게 되었다.

아...


부엌에서 "으휴 으휴" 거리고 있으니깐, 거실에서 누워 있던 따복이도 "으휴 으휴" 옹알이로 따라 한다.


정말 스펀지 같은 습득력이다. 앞으로 따복이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는 긍정적인 말만 해야겠다.


이른 시간에 먼가 "팍!" 하는 소리가 난 후에, "으휴 으휴" 소리가 들리니깐, 자고 있던 아내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 불길한 예감... 오늘도 등짝 스매싱으로 시작하려나...


경직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 어디 안 다쳤어!? 괜찮아!?"라고 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부엌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찐한 감동을 먹게 되었다. "오... 여보... 정말 감동적이야..."


그러자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뭐가 감동적이야." "이따 당근으로 분유포트 새로 하나 다시 사 와야겠네."라고 툭 던지 듯 말을 했다.


정말 멋있었다...


"여보!" "오지 마!" "파편 때문에 다쳐!" "내가 할게!" "청소기만 거실에서 좀 가져다줘."


그렇게 난 흐뭇함을 느끼며 파편들을 치웠다.


정오쯤 되어 외출했던 아내가 들어오더니, 우와... 정말 분유포트를 새로 하나 구해왔다. "(툭 : 분유포트 내려놓는 소리) 이거 잘 되는지 한 번 써보고 말해줘."


진짜... 사고 수습은 행복이가 다하는 거 같다...


"우리 외부무 장관 최고!"

행복이가 당근으로 구해 온 새 분유포트


한편 마음속 한 구석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새로 구해 온 분유포트를 보자 그게 먼지 깨닫게 되었다.


'아... 사고 치면 용돈에서 감하기로 저번에 그렇게 얘기되었던 것 같은데...?' '안돼...!'


그래서 분유포트 값이 용돈에서 까일까 봐, 일부러 깨진 발등을 보여주면서 동정심 유발 작전에 돌입했다. "아... 아까 분유포트 떨어질 때, 가져다 댔더니 아프네..."


아내는 내 발등을 유심히 보더니, "에휴... 다음엔 뭐 떨어지는 거 있으면 그냥 피해버려..."라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작전이 먹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의 금기어는 용돈으로 정해졌다. '용돈의 '용'자도 절대 꺼내면 안 된다!'


평소 따복이가 토끼띠냐(아내 주장) 용띠냐(내 주장) 논쟁하는 것도 오늘 만큼은 절대 안 되겠다.


용돈이 까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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