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프리지아 Mar 04. 2024

과일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나라

수입품목은 너무나 비싸다.

지난 주말을 보슬비와 함께 하였는데, 월요일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방긋 떠올라있었다. 이럴 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빨래이다. 한국에서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탁기 돌리는 것에 걱정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건조기가 있으니까. 집에 건조기가 없다면 한국에서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세탁방에 가서 건조해 오면 되는 일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도 가스도 비싼 파키스탄에서는 왠지 모르게 숨만 쉬면 다 나가버리는 것 같다. 누가 돈을 다발로 갖다 주지 않는 이상, 아껴야 하는 게 맞긴 하다. 이 나라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이 아닌 이상은 세금이 기본 20프로 이상 붙어버리기에 나도 모르게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마트를 가건, 식당을 가건 내가 주문하거나 산 물건에 부가세가 20% 넘게 붙어버리니 하는 말이다. 사실, 남편은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비해 드는 비용이 많이 안 생길 거라 말했었다. 아이들 교육비나 다른 거에 비하면 돈이 적게 드는 건 사실이나, 문제는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되면, 한국에서 장 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생활비가 제법 여기서도 많이 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더니 이제는 여기도 비싸다는 말을 종종 하는 남편이 되었다.


그래도 좋은 건, 집집마다 고추, 양파, 마늘, 등등 농산물을 직접 키운다. 우리 시댁도 집 앞마당에 갖가지 농산물을 재배하는 중이다. 유기농으로 키워서 먹게 되니 그것만큼은 좋은 것 같다. 특히 레몬나무가 있기에 내가 갈 때마다 종종 레몬을 따서 가져온다. 레몬청을 만들어 먹어도 되고, 레몬물로 마셔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시댁에는 커다란 감나무도 하나 있는데, 가을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따먹기도 전에 새들이 와서 다 쪼아 먹는다. 봄이 되면 자두와 살구도 열리고 시아버지가 갖고 있는 밭에서 복숭아도 재배하니 솔직히 파키스탄에서는 한국에서보다 과일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다. 봄에는 딸기, 복숭아 여름에는 망고, 자두, 수박 가을에는 감 겨울에는 오렌지류. 생각해 보니 이번 겨울에 오렌지와 귤을 엄청 먹은 것 같다.

시댁 마당에 있는 레몬나무

Malta [말타]라고 불리는 파키스탄 오렌지는 Rabaat 지역에서 재배한 빨간 오렌지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우리 둘째 큰 형님 친정이 그쪽이기에 올 겨울에는 그쪽에서 공수해 와서 많이 먹었던 것 같다.  kinnow [키누]라고 불리는 파키스탄 귤은 안에 씨가 있어서 매번 뱉어내기 번거롭긴 한데, 새콤달콤한 맛에 이끌려 손이 자주가게 되는 과일이다. 그 외 다른 과일도 많지만, 파키스탄 망고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시댁마당에 있는 감나무

특히 한국에서 필리핀 망고만 맛보다가 현지에 와서 망고맛을 본 친정어머니도 망고가 이런 맛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신다. 그만큼 무지하게 달고 맛있다. 더운 여름철이 되면 파키스탄 전 지역에 망고파티라고 할 정도로 온 국민이 망고를 먹는다. 나도 여기서 망고를 먹다가 한국에 가서 망고를 먹으려니.. 이게 뭐가 맛있다고 먹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만큼 한국에 있는 망고는 정말 맛없는 망고이며, 여기 망고를 한국으로 들고 갈 수만 있다면 많이 가져가서 맛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계절마다 과일을 바꿔가며 먹게 되는데 우리 막내와 나에게는 너무나 신나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좀 먹을만한 과일이다라고 장바구니에 넣으면 일단 한 품목에 최저 1만 원 이상이다. 특히 딸기나 수박은 여기에서만 보다가 한국 가서 보면 너무나 비싼 과일이 돼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과일을 자주 안 먹다가 여기와 서는 정말 돈 걱정 없이 편하게 과일을 사 먹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당수치 걱정도 해야 하기에 나에게 과일은 적정선을 지키며 먹어야 하는 식품이라는 것이 슬프다.

왼) 파키스탄 망고 오) 거리에서 사먹는 망고주스
시댁에서 재배한 복숭아

이곳에서 재배해서 키운 농산물은 정말이지 너무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기에 장 볼 때도 부담이 안되지만, 아이들이 고르게 되는 과자나 너겟 혹은 음료수 등등 수입품목들은 한국 가격과 별반차이가 없다 생각이 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평균임금이 20만 원이라는 남편의 말에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그럼 이 사람들은 뭐야?? 그래서 각 집안에 한 명씩은 해외 나가서 돈을 벌어온다 한다. 한 명이 나가서 벌어 온 돈으로 집하나를 새로 만들고 온 가족이 편하게 산다는 게 그런 말인 듯하다. 누군가의 희생 아닌 희생으로 온 가족이 편안하게 산다 하니,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