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30대 중반, 요즘 말하는 백세시대로 표현해보자면, 아직 중간은 아니지만 그 직전까지 거의 근접했을 것이다. 어떤이에게는 아직까지 할 수 있다 라는 도전의 시기일 수도 있고, 어떤이에게는 정착해야할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사람들은 '안정'을 원할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을 했으면 가정을 잘 꾸리고, 직장을 다닌다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그 기대가 항상 현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전업맘, 육아맘이라는 역할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그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더 크게 다가오게 된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마치 보이지 않는 '엄마의 룰북'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엄마들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시선들이 늘어나는 걸 본다. 아이의 성장과 교육, 가정의 행복과 안정. 이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은 엄마들이 홀로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겁고 버거울 것이다.
30대 중반이 되면, 많은 엄마들은 마치 멀티태스킹의 고수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한편으로는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엄마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한다.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시선 속에서 '좋은 엄마'란 자녀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며, 집안의 모든 일정을 조율하고, 학교와 학원, 친구 관계까지 세세히 챙기는 것이라 여겨진다. 마치 나 자신은 뒤로 밀려나고, 모든 우선순위가 자녀에게 맞춰져야만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압박이 존재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자기계발도 놓치지 않는 엄마’라는 또 다른 기준이 요구된다. 단순히 집안일과 육아만 충실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고, 자아를 성장시키고, 전문성을 유지하며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엄마'의 이미지를 갖추어야 한다는 압력이 더해진다. 육아 커뮤니티나 매체에서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이는 종종 '엄마도 자기개발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메시지로 변질되곤 한다. 마치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의 조건인 동시에, 자기계발도 엄마의 필수 덕목이 되어야 한다는 뜻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기대는 엄마들이 그저 한 명의 개인으로 살아가기를 어렵게 만든다. 일과 육아, 자기계발이라는 세 가지의 짐을 짊어진 채 발버둥 치는 엄마들을 볼 때면, 나 역시 그들에 대한 시선을 돌아보게 된다. 왜 우리는 엄마가 되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엄마의 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 사람으로서의 개성과 욕구는 사라지고, '좋은 엄마'라는 이름의 틀에 갇혀버린다면, 결국 그 삶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엄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정을 돌보면서도 스스로의 삶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때로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일 수도, 때로는 자신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어떤 모습이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삶을 오롯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도, 자아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마음도 모두 가치 있는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랑과 헌신을 담아내는 길이지만, 때로는 그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쉽게 엄마들에게 “이래야 한다”는 기대를 던지곤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자신을 지켜가는 엄마들 모두가 저마다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가끔은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정을, 또 가끔은 나를 위해 한 발짝 나아가는 결정을 하더라도, 그 모든 선택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당신의 그 모습 자체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 조금은 자신을 더 사랑해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