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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코코 Oct 30. 2024

스물둘

반복되는 일상 속, 엄마의 위로

매일 아침 아이들을 깨우고 등교 준비를 시키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작은 손길에 잠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깨우는 그 순간부터 하루는 끝없이 이어진다. 집에 돌아와 보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야 할 일이 줄지어 서 있다.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정리정돈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이 다가온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름만 다를 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스스로가 사라져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이렇게 나를 잊고 매일의 일들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지쳐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대로 가면 내가 방전될 것 같아, 나에게도 잠깐의 쉼표가 필요한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내가 누구인지를 흐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책임감에 모든 걸 멈출 수도 없는 나를 보며, 나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위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순간을 나만의 위안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커피 한 잔의 시간이었다. 아침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설거지를 마친 뒤 홀로 마주하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쌉싸름한 커피 향이 방을 채울 때, 비로소 온전히 나만의 공간에 숨 쉴 틈이 생겼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른다. 커피 한 모금이 입 안을 감싸며 지나갈 때마다, 마치 나도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쌉싸름한 커피를 언제부터 즐겨마시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루의 시작과 끝, 그 중간마다 나를 붙잡아 주는 작은 위안이 되어버렸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마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이후였을지도 모른다. 밤새 아이를 재우느라 잠깐 눈을 붙였다가도 다시 일어나야 했던 수많은 밤들, 아침이 오기 무섭게 눈을 비비고 하루를 시작해야 했던 날들. 커피 한 잔은 그때 나에게 작은 쉼표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온 집은 잠깐의 적막에 잠기고, 그 순간 커피 향이 부엌에 퍼질 때면 온몸에 퍼지던 피로가 조금씩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육아는 일상에서 벗어날 틈조차 주지 않지만,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 몇 분은 나만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를 외치며 달려오는 순간, 그 몇 모금의 여유조차 사치처럼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의지해 하루를 다시 살아낼 힘을 얻곤 했다.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이 나의 피로와 불안, 그리고 소소한 기쁨마저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엔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쉴 틈 없이 울음을 달래다 보면, 세상에 나만 고립된 듯한 느낌에 답답하기도 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가끔은 나조차도 잊혀진 채 어딘가로 밀려나는 기분, 그 불안함과 지침은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커피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마시면서, 나는 혼자서도 나를 위로하는 법을 배워갔다. 커피 향과 따뜻한 온기가 내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 혼자만의 커피 시간을 가지는 게 나의 작은 일과가 되었다. 달라진 것은 그저 아이들이 조금 더 컸다는 사실뿐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나는 매일 반복되는 육아와 집안일 속에서 매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에 담긴 여유는 나를 지탱해 주는 작은 힘이다. 이 짧은 순간이 없다면, 매일의 일상은 조금 더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집안일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이 커피 한 잔의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그 작은 순간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육아와 집안일의 반복 속에서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의 힘으로 하루를 견뎌내며, 엄마로서, 나로서 다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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