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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코코 Oct 31. 2024

스물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나.

누구에게나 빛나던 20대가 있다. 특히나 지금 육아를 해나가는 엄마들에게 20 대란 어떤 시절이었을까?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엄마들의 기억 속에서 20대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같은 시기라고 한다. 때로는 너무도 어려운 시기였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마저도 마음 한편에서는 화사한 봄날의 설렘과 기대가 느껴졌던, 짧고 아쉬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벚꽃은 늘 그렇듯, 한창 예쁘게 피어올라 눈을 사로잡고는 짧게 지고 만다. 엄마들에겐 그 시절이 바람에 흩날리듯 스쳐 지나가 버린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모든 것이 서툴고 그래서 더욱 빛났던 그 시절의 마음,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세상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던 그때의 열정, 그리고 때로는 너무나 흔들렸지만 그조차도 아름다웠던 자신을 마주했던 순간들. 그래서일까, 육아와 삶 속에서 벚꽃 같은 20대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흩날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에게도 스무 살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짧고 아쉬웠던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는 마치 계절의 변화처럼 다르게 느껴진다. 20대의 나는 벚꽃 같은 존재였다. 매 순간이 찬란하게 빛났고,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때의 나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끝없이 펼쳐진 가능성에 설렜다. 그렇게 피어나고자 했던 나의 모든 시도가 마치 한창 피어나는 꽃처럼 빛났던 시절이었다. 세상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 불안조차도 설레는 일의 일부였다.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그 시절은 정말 스치듯 지나갔지만, 그 순간을 30대가 된 나는 그리워만 하며 보내지는 않는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벚꽃이 피고 지며 씨앗을 남기듯, 이제는 순간의 빛남보다 그 안에 남길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저 피어나기만 했던 20대와는 달리, 이제는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지만 뿌리를 내리는 방법을 배우며, 무언가를 지켜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30대의 나는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더 진중하게 바라보게 된다. 피어나고 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성장의 시기인 셈이다.


30대의 나는 이제 피어난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젊은 시절엔 빛나는 순간들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순간들이 삶의 한 부분일 뿐, 진정한 의미는 그 빛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뿌리내리는 과정에 있음을 배워가고 있다. 바람에 흔들려도 쉽게 쓰러지지 않도록, 삶의 무게를 견디고 지탱하는 법을 하나씩 익혀가고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종종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는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신중하게 내딛게 된다. 20대의 나는 벚꽃처럼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내 안에 그 빛을 깊이 담아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것은 내게 스스로를 보듬고, 지켜가야 할 가치들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매일의 일상은 단순한 반복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나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을 쌓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작은 순간마다 나를 돌아보며 중심을 잡으려 노력한다. 때로는 내가 걸어온 길이 맞는 길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가 뿌리내릴 수 있는 자리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받아들인다.


이제 30대의 나는 단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넘어서, 그 꽃이 삶의 토양 속에서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다져가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며 20대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그때의 설렘과 빛남이 나의 뿌리가 되어 여전히 내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 20대의 나가 벚꽃 같은 순간이었다면, 30대의 나는 꽃이 진 후에도 땅속에서 새싹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벚꽃처럼 화려하게 피고 지는 순간이 다가 아니란 걸. 우리의 인생은 그 화려함이 지나간 자리에도 여전히 소중한 씨앗을 남기고, 새로운 계절이 올 때마다 더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며 성장해 간다는 것을.


2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다르지만, 그때의 내가 뿌린 꿈과 희망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모든 순간이 모여 나를 이루고, 또 앞으로의 나를 준비하게 한다. 누군가에게도 이런 나날들이, 고요히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내 삶 속에서 천천히,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삶이란 결국 피어나는 순간만큼이나 그 이면에 있는 깊고 고요한 뿌리내림의 과정이란 걸, 우리 모두가 마음에 품고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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