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
요즘 시대에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 일이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며 두 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 주변에서 박수를 보내고 격려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물론, 그 박수는 충분히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에만 집중하는 전업맘이나 육아맘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한 걸까? 사회가 박수를 보내는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있을 뿐, 그 역시도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는 정해진 듯 비슷하게 흘러간다. 아침 식사 준비와 청소, 아이와 놀아주기, 식사 시간과 낮잠,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집안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아이들의 학습과 숙제 또한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되어버린다. 온전히 아이와 가족을 위한 하루의 끝에서, 나는 문득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사회는 흔히 '성과'라는 잣대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문화 속에서 전업맘인 나는 때때로 무기력해지곤 한다. 회사에서 직책을 얻거나 승진을 꿈꾸는 사람들의 성취와 비교하면, 나의 하루는 너무나 단조로워 보이며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앞다투어 나에게 다가와 "엄마와 함께해서 너무 행복해"라고 말을 해 주거나, 집안일에 힘들어 허덕일 때 종종 자기들의 방은 자기가 치우겠다며 앞다투어 정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하루의 작은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이러한 모든 시간들이 쌓여 결국 아이들에게 엄마와 함께 혹은 아빠와 함께라는 인식이 안정감을 주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복되는 육아와 가사노동이 단순한 주부로써의 업무일 뿐 특별한 일은 아니라 생각했었지만, 이를 통해 나 역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인내’라는 덕목, 아이를 바라보며 배우는 ‘순수한 사랑’과 ‘희생’, 가족을 위해 조금씩 내려놓는 나 자신의 작은 욕심들까지. 하루가 반복되며 나의 ‘성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성취의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엄마로서의 나 역시 매일 한 발씩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업맘’이라는 타이틀 아래 내가 감당하는 책임과 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고, 집안을 돌보며 나를 희생하는 이 시간이 매 순간 쉽지 않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어느 날은 지치고, 어느 날은 힘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아이들이 나를 꼭 껴안으며 “엄마가 최고야”라고 속삭일 때, 나는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그저 ‘엄마’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가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속에서 내 삶의 무게와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나 자신을 다해 헌신하는 모습이, 내가 진정 소중한 이유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 스스로 느낄 땐, 전업맘/육아맘/워킹맘 구별 없이 모든 엄마들은 그녀들 자신만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니 집에서 아이를 보고 가사를 한다고 해서 나 스스로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 말고, 조금 더 나 자신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전업하는 엄마로서 나의 하루가 어제와 같은 일상 속에서도 작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믿음이 오늘의 나를 웃으며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가 매일 쌓아가는 시간들이 당장 눈앞에 결과를 내보이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며 자라 가고 있으며, 남편과 아이들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크나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지치는 날도 있고, 가끔은 내 시간이 전혀 없는 듯한 허탈함에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우리가 하는 이 모든 일이 분명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하루하루 사랑과 인내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