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달갑지 않은 평범한 우리들에게.
나는 매주 1회 이상 피티를 가고 있은 지 수년이 되어가는 데도 늘 가기 전에는 고민하는 모습이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다녀와야만 몸도 마음도 여러 의미에서 개운하다는 걸 알면서 매 번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이 어리석다. 결국 오늘도 15분을 남겨두고서야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피티 가는 길의 내 모습은 흡사 해파리 같다. 마치 팔과 다리에 근육이 없는 거처럼 유영하듯이 걸어간다. 가기 싫다는 마음과 가야 한다는 생각 중간에서 몸과 근육이 최선을 다 하는 중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시작과 동시에 내 몸의 근육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쓸 때 없이 모범생병이 도진 것이다.
스쿼트 10개씩 3세트, 데드리프트 10개씩 3세트.
PT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횟수가 차갈 수록 허벅지 근육은 뜨겁게 차오르고 팔 뒷근육도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도 이어진 팔 운동, 저 간단해 보이는 줄로 하는 운동 따위가 어떻게 팔 근육이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는지 섬세하게 느껴질 만큼 일종의 통증을 일으키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땀줄기가 여기저기 흘러내리고, 찝찝하지만 뿌듯함을 느낀다. 오기 전에 그렇게 길게 고민한 것에 비해 한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선생님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란 말은 몇 년째 들어도 가장 반가운 말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올 때보다 더 흐느적 거린다. 곳곳의 근육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집으로 향한다.
가끔 이런 내 모습에 입술마저 힘이 빠지며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 내곤 한다. 걷는 거 조차 근육을 최소화하면서 한 시간 전엔 수업료까지 내가며 열과 성을 다해 근육을 움직여 대던 내가 우습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 수록 살기 위해, 아니 ‘그냥’이 아니라 ‘잘’ 살아가기 위해 내 몸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필수가 되었다.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예능, 뉴스 할 것 없이 ‘ well-aging ‘,‘ slow-aging‘ ,’anti-aging’ 온갖 단어들로 사람들에게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무엇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살다 보면 그저 집 안에 혼자 파 묻치고 싶은 때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도 혹은 그 반대로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먹기만 하고 싶은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린 그런 모든 우리의 욕구를 모른 척 접어두고 옳다고 강요당하는 것을 할 것인가. 그건 나만의 선택이다. 어느 자리에서 내가 어느 것을 선택해 누리는 것이 더 나답게 하느냐.
인생에 답은 없다. 감정에는 더더욱 답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운동을 계속하고 아니 고의 문제보다도 오늘 내가 더 하고 싶은 말은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으로써의 운동은 다른 수단들에 비해서 비교적 간단한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으로 몸짱이 되는 어려운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이란, 나 자신을 신뢰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낮은 목표를 지속적으로 이뤄냄으로써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그로 인해 성취감을 갖고 그것은 곧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니 이는 매우 값진 일이다.
높은 목표, 예를 들면 전문적인 자격증을 따겠다던가, 대기업에 들어가겠다던가 하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목표로는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높은 목표치의 것들로 쉽게 좌절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가 나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고 그로써 자존감을 높이기란 쉽지 않다. 낮은 목표치로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쌓아가다 점점 나아가 자신감을 얻고 조금씩 더 어려운 목표에 도달해 보는 것을 권유한다.나만의 목표치를 잡는 것이다.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혹은 발굽혀 펴기 30개 등 어떤 목표치도 좋다. 내가 매일 꾸준히 해 내 갈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군가 나의 변화를 몰라주더라도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도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고 신뢰를 지켜낸 ‘내’가 알고 있다. 그 성취감이 쌓여 한 달, 100일, 1년이 되면 나는 분명 시작하기 전과 다른 내가 되어있다. 나와의 신뢰를 지켜낸 믿을 수 있는 자존감이 높아진 상태의 나.
기대하라.
그 상태의 나는 또 한 단계 높은 도전을 할 준비가 되어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