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직장 생활 17년 차, 이쯤 되면 팀장을 달거나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명성을 떨치거나 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직장 내 잉여 인간이 되어 이래저래 눈치를 보며 다니는 회사생활이 시작된다. 팀장을 달지 못했지만 연차가 있으니,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요즘은 상사보다는 후배들의 눈치가 더 보인다.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MZ세대들 앞에서는 왠지 쪼그라드는 현실이다.
나이로 따지면 나도 80년대 초반이니 이론상 MZ세대이긴 하나, 바로 아래 후배와는 8살 차이, 막내는 14살 차이라 오히려 7살 차이 나는 팀장이 제일 가깝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꾸만 ‘라떼는 말이야~’, ‘나라면 저랬을 텐데~’가 생각나기도 하니 나도 꼰대이긴 한가 보다.
내색은 안 한다.
마음은 그렇지만 내색은 잘하지 않는다.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왠지 모르게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로 각인되고 싶다는 욕망에서인지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것 같고, 점심을 사거나 식사 후 커피라도 사야 한다는 혼자만의 압박감에 일부러 멀리하게 된다.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에게 위와 같은 말을 했는데 그들 역시 그렇게 느껴서 점심에 도시락을 싸 오거나 샐러드를 먹는다고 한다.
점심시간은 코로나일 때가 편했다
오히려 코로나가 한참일 때는 편했다. 비자발적으로 외부 식사가 금지되고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편히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요즘은 점심시간에 회사 1층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는 편이다. 겉으론 운동할 시간이 없어 점심시간이라도 체력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면엔 불편한 점심시간을 피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단순한 나이 차이 때문에 후배들과 멀리하는 건 아니다. 기혼과 미혼, 직급 차이 등으로 공감대 형성이 어렵고 점심시간까지 애쓰며 살고 싶진 않아서이다. 편안한 사이면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 또한 비즈니스가 되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다. 그래서 가끔 있는 친한 또래 동료와의 식사 시간이 좋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되었다. 전엔 점심, 저녁 약속이 많아야 회사에서도 영향력을 미치고 소위 잘 나가는 직장인의 요건이라 생각했는데 이 또한 부질없음을 깨달은 후엔 불필요한 회식이나 모임은 되도록 잘라내고 있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동료들과 술로 풀어야 제맛이었지만 나이 들어서까지 취해 사람들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지친 40대
40대가 되니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열정도 희미해진 지 오래라 남아있는 체력과 열정은 집에 와서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쓰는 게 더 유익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소중한 시간 소중한 사람들과 쓰는 일이 가장 행복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온 어제의 내가 만든 자리와 인맥으로 소소하게 즐기고 누리며 사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더 잘해서 높이 올라가려는 욕심도 희미해진 지 오래다. 더 이상 아등바등하지 않고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