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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망고 Jun 06. 2022

* 의전이 뭔가요?

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예(禮)를 갖추어 베푸는 각종 행사 등에서 행해지는 예법으로 조직, 국가 등 공식적 관계에 적용할 때를 일컫는다.     


하지만 회사원에게 의전이란 ‘일인자에게 입안의 혀처럼 굴며 비위 맞추기’ 정도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이런 의미에서 의전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 윗사람에 대한 공경보다 훨씬 더 과한 걸 요구하는 사회이기에 하면 할수록 당연히 더해야만 하는 것이 되고, 대물림되는 악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전을 잘하면 업무 성과가 더욱 빛나 보일 수 있고, 고속 승진을 할 수도 있기에 직장인들의 중요한 선택 요건 중 하나이다. 나 또한 선배들을 본받아 의전에 열을 올릴 때가 있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했던 주요 교육 중 하나는 팀장님 점심 챙기기였다. 팀장님이 점심을 혼자 먹지 않도록 후배들에게 미리 점심 약속 여부를 확인하고, 돌아가며 순번을 정해 팀장과 식사하는 등 점심시간도 업무 시간의 연장이라 여기며 후배들에게 동참하자고 했다.     


그렇다고 매번 윗사람이 점심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치페이하는 점심에 나 혼자 윗사람을 감당하기 힘드니 후배들 약속도 제 맘대로 못 잡게 하는 소위 ‘개 꼰대’였던 것이다.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후배들을 피해 혼자 점심을 즐긴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일을 잘하는 것은 물론 의전을 잘해야 승진할 수 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세뇌당해왔다. 소위 잘 나가는 선배들은 다 그러고 있기에 의심할 여지없이 직장인의 역할에 충실히 살아왔다.     


세월이 흘러 치열한 경쟁도 해보고, 믿었던 상사에 배신(?)당해 승진 누락도 당해보고, 개인적 사정으로 휴직하며 회사와 분리되는 삶을 살아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요즘은 회사 용어 중 의전이라는 말이 제일 거북하다. 고릿적 왕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 정도만 지키면서 할 일 하는 게 직장인의 자세 아닌가? 복직 후 새로 바뀐 팀장님에게 내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 의전을 바라지 말아 달라고. 대신 팀장님이 오래 팀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업무에 성과를 내도록 할 테고, 기본적인 할 도리는 다하겠다고. 

(원래 알던 분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만난 사람 중 드물게 앞뒤가 같은 편이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힘을 빼고 회사 다니기로 했다.

그간, 이 악물고 앞만 보면 달리던 ’ 경주마‘였다면 이젠 주변을 살피고 나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삶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얼마 전 사장님 보고에 팀장과 함께 들어간 적이 있다.


회사 No·2이니 한참 윗사람이라 예전 같으면 잘 보이기 위해 보고 연습하고, 거울이라도 한번 보고 옷매무새 다듬으며 들어갔을 텐데 지금은 '업무를 잘 모르는 옆집 아저씨한테 알려주러 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보고하니 훨씬 편했다.     




주변 사람들도 바뀐 내 분위기와 태도를 보며 여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땐 웃으며 속내는 비추지 않는 정치인 같기도 하다길래 그러려니 했다. 이젠 다른 이들의 평가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가벼운 기분으로 살기로 했으니 상관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스트레스 덜 받으며 편한 마음가짐으로 회사 다닐 예정이다. 나에게 회사는 일한 만큼 월급 받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든 평범한 일을 하든, 항상 밝고 가벼운 기분으로 임해야 순조롭게 잘 풀린다. 그래야 사소한 제한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평생 이런 마음을 지켜나가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일을 이루는 사람이 될 것이다."      


                                                                                               -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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