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대다수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아침 출근길은 쉽게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회사 내 싫은 사람이 있는 것도, 눈치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닌데 월급 값하러 돈 벌러 가야 하는 회사는 마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삶 곳곳에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들을 심어놓았는데, 우선 출근길 지하 카페에 들러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라떼 한잔을 손에 드는 것이다.
직접 엄선한 원두를 곱게 갈아 얼음 위에 신선한 우유와 함께 내린 커피를 쭉 따라서 하트 모양의 빨대를 꽂아 정성스레 담아 건네주는 3,800원짜리 아이스라떼!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만큼이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 준다. (원래는 4,500원인데 오전에는 15% 할인해주기에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기분이 좋다.)
한동안은 다이어트한답시고, 때로는 돈을 아껴보려고 오전에 마시는 아이스라떼를 멀리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주 2~3회는 자석에 끌리듯 출근 전 회사 지하 카페를 찾곤 한다.
두 번째는 업무 시간 중 간간이 화장실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친한 동료들과의 일상 대화이다.
팀에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후배들, 팀장님만 있기에 우연히 화장실에서 만나거나 혹은 자주는 아니지만 친한 동료들과의 점심, 저녁 약속은 마음 놓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기회라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일 수 있어 참 편안하다.
회사 내에도 업무적인 관계뿐 아니라 밖에서도 만날 수 있고,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이런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회사생활을 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회사 근처 맛집이다.
주로 점심시간엔 후배들과의 점심을 피하고자 (에피소드 ‘점심을 안 먹기로 했다’ 참고) 인근 남산을 산책하거나 헬스장엘 가고 있는데 일주일에 1~2번 먹는 점심에 회사 근처 모르고 있던 맛집을 발견하거나, 나만 알고 있는 맛집에서 식사할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조만간 서울역 인근 맛집 지도를 하나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40대가 생소한 분야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는 않아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결국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엉성한 자세로 뚝딱거리고 있다. 그래도 최신 유행한다는 걸그룹 노래에 맞춰 춤추며 땀 흘리는 거울 속 모습을 보곤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아직 나도 젊게 살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