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나니 회식이 많아졌다.
그간 소통이 부족했다, 휴직에서 돌아왔다, 오래간만에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회식 및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3년 만에 팀 전체 회식을 했다. 팀원 9명에 담당 임원 1명까지 총 10명이 거나하게 술에 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약간의 업된 상태에서 1차를 무사히 마쳤다. 눈치 빠른 상무님은 곧바로 집으로 가셨고, 팀장님 역시 평소와는 달리 택시를 타고 일찍 집으로 갔다.
팀 내 두 번째 서열(?)인 나. 간만의 회식이기에 2차를 가서 평소엔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나이 차이가 꽤 나는 (8살에서 14살까지)
후배들 눈치가 보여 평소엔 잘 타지도 않던 택시를 불러 쿨한 척 집으로 향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잘 가라 인사하는 후배들도 있고, 아쉽다 표현하는 후배 녀석도 있어 (물론 말로만 그랬을 거로 생각한다) 그들이 평소에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자제하고 있지만 소싯적 회식 꽤 하고 다녔기에 붙잡지 않는 후배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고(평소에 내가 잘해준 것만 생각난다), 한편으론 ’ 자리를 비켜 주는 게 맞다 ‘라 생각하며 택시에 올랐다.
반면 친한 동료들과의 저녁 시간은 비즈니스 관계도 아니고, 눈치 보는 일도 없어 즐겁다. 서로 가정이 있고, 회사생활이 바쁘기에 자주는 모이지 못하지만, 종종 그런 모임을 하려 노력한다. 마음 놓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기회이며,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일 수 있어 참 편안하다.
오히려 팀원들 보다는 이들에게서 소속감을 느낀다. 어떤 집단에 직접적으로 속해 있어야만 소속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안정을 찾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으며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소속감을 느낀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과의 관계는 상황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제나 변할 수 있으므로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자 다짐하기도 한다. 얼마 전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배 둘이 상황에 의해 갈라져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속이 상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내가 소속된 회사 내 친분 모임 하나가 깨지기도 했다.
소속감은 무리 지어 살고자 하는 인간에게 마음속 안정을 주기에 서로의 취향, 지역, 학벌 등을 사유로 사람들은 어떻게든 집단을 이루어 소속에 들고자 한다. 하지만 앞의 선배들 경우처럼 영원한 관계는 없다. 필요에 따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 시간에 의해 잊히기도, 다시 찾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회식과 소속감 간의 상관관계는 아주 낮다. 회식을 하는 사람끼리 친해져 서로 소속감이 높아지는 것도, 안 한다고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 순간일 뿐이다. 회식을 자주 하면 늘어나는 것은 축 처진 뱃살과 회식 후에 오는 마음속 공허함, 다음날 밀려드는 숙취이다.
순간의 욕구를 채우러(식욕, 취하고 싶은 욕구, 친밀해지고 싶은 욕구 등) 회식 장소로 향하기보단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산책하며 사색하고, 내면을 정리하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과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고자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