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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망고 Jun 05. 2022

* 마을버스에서 만난 아저씨

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출근 시간은 아침 8시.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회사는 서울역 근처라 아침 6시가 조금 넘으면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를 한번 타고, 광역버스로 갈아타야 하기에 버스 시간이 잘 맞으면 여유롭게 편히 앉아 눈을 붙이며 출근할 수 있지만, 늦장을 부리는 날엔 1시간 가까이 흔들리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좁은 광역버스 안에 서서 출근길의 전쟁을 경험해야 한다.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 같은 아파트 아저씨. 나이는 50대 중후반에 멀끔한 정장 차림.     

주름진 얼굴, 굳은 표정으로 추우나 더우나 매일같이 이른 아침 마을버스와 광역버스를 오가며 달리는 모습이 나와는 별반 다를 게 없는 월급의 노예 같아 보여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얼굴은 알지만 같은 동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인사하기는 뭐한 그런 어정쩡한 동네 주민인 셈이었다.          


언젠가부터 그 아저씨가 보이질 않는다. 광역버스 타기 전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던 출근길의 자리 경쟁자가 보이질 않아 ‘그나마 편히 가겠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론 ‘회사에서 잘리신 건가?’ 측은한 마음에 안녕을 빌어 드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 출근길을 나서는데, 고급 승용차 앞에서 운전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차량용 청소 브러시로 차를 닦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회사 CEO나 높은 임원의 차량이겠거니 하고 지나치려는 찰나, 매일 같이 마을버스와 광역버스를 오가며 출근길 전쟁을 벌이던 동지 아저씨가 그 차에 타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임원이라도 된 마냥 뿌듯하고 벅차올라 하마터면 아는 척하며 축하드린다고 인사할 뻔했다.     

‘아침부터 그렇게 열심히 달리시더니 회사에서도 결국 좋은 자리를 차지하셨군요.’     




자신만의 때     


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있는 것 같다.     

1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귀해 보니, 평생 권력을 쥐고 흔들 것만 같았던 임원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저렇게 잉여 인간으로 남아 조만간 사라지겠지 싶은 사람들도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진짜 집으로 간 사람도, 아직 남아있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얼마 전 친한 선배가 회사 최초로 여자 팀장이 되었다.      


그 선배가 어찌 살아왔는지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내 일보다도 더 진심으로 축하해드렸다. 선배가 승진에 누락된 날 같은 팀 남자 후배의 특진이 있었고, 출산하고 돌아왔더니 낮은 고과를 몰아주어 남몰래 눈물 훔치면서도 묵묵히 일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견디며 성실하게 일한 선배가 자랑스럽고 당연히 그녀가 받아야 할 자리를 받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욕심대로 되는 일은 없음을 알기에 인생을 순리대로 살자고 마음을 비운다. 성실히 내 일하고 지내다 보면 인생의 흐름과 나의 시기가 잘 맞아 꽃을 피우는 날도 있을 테고, 뭐 그렇게 되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 욕심은 부릴수록 진한 독이 되어 나를 향한 날카로운 화살로 되돌아오기에 순리대로 사는 지금에 만족한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정신적으로 아주 여유로워졌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와 주변을 돌보며 자유롭게 살아가리라.




“쌓으면 무겁고, 버리면 가볍다. 얻으려고 하는 마음을 고달프고, 버리려고 하는 마음은 자유롭다.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쉼 없이 기왓장을 길게 만든다. 반면에 버리려고 하는 마음은 천근만근의 짐수레도 너끈히 끌게 만든다. 내가 끄는 게 아니라 소가 끄는 것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 장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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