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망고 Jul 27. 2022

* 시어머니표 손만두

(feat. 회사 내 후배들과의 관계 설정) 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시어머니는 요리를 잘하신다. 

신혼 때도 어머니 요리를 먹기 위해 시댁에 놀러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남들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난 더 좋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서로 나눠주고 급할 땐 아이들도 봐주시고, 때론 고민 있으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었으니까.           


결혼생활 13년 차, 이런 관계가 되기 위해 한 가지 필요했던 건 서로 간에 지키고 있는 적정한 선이었다. 얼마 전 어머니 언니분이랑 같이 댁에서 손만두를 만드신다길래 만두를 빚고 싶다는 딸만 내려보냈다. 나는 가보지도 않고 다 만들어진 만두를 받아와 얻어먹기만 했다.    

<시어머니표 손만두>


예전 같으면 피곤해도 같이 가서 했을 텐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억지로 노력하면 티가 날 것이고 그 마음이 행동으로 전달될 테니 서로 불편한 시간 속에 안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애쓰는 관계가 싫어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하기 싫은 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관계. 그래야 서로 신뢰하며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어머니도 이런 내 마음을 잘 알고 계시고, 원래 좋은 분이시기도 하니 나에게 강요하지 않으신다. 뭐 나도 다른 면에서 어머니께 잘하고 있다. (종종 선물 받은 것들을 보내드리기도 하고, 맛있는 것 생기면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내가 어머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가족이라 서로 챙겨주지만 남처럼도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




이 관계를 회사 내 선후배 간에도 적용해야 할까?          

선배가 되니 참 서운한 것이 많다. 괜히 서운하다. 같이 점심을 안 먹기로 다짐해놓곤 점심 먹으러 갈 때 같이 가자고 물어봐 주지 않아서 서운하고, 나 말고 다른 파트장에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서운하고, 나를 거치지 않고 팀장에게 바로 보고하는 모습이 보이면 또 서운하다.     


상사로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데, 호르몬 영향 때문인지 아님, 원래 외로움이 많은 성격인지 나도 왜 이런 유치한 감정이 드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후배들을 조직 내 구성원으로서만 대해야 하는데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기에 서운함이 밀려오는 것 같다. ‘나는 선배들한테 저렇지 않았는데. 내가 저희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말은 줄여야 한다는 어록이 점점 가슴에 와닿음을 느낀다. 특히나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후배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팀 내 막내와는 14살 차이)           




며느리를 대하는 우리 시어머니처럼 서로 적정한 선을 유지하며, 후배들을 담백하게 대해야겠다. 친해지고 싶어도 프라이버시가 있을 수 있으니 상세히 물어보지 말고, 참견하지도 말아야겠다.     

같은 팀원으로 서로 챙겨주지만 남처럼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 마치 시어머니와 나의 관계처럼 말이다.           

어머니께 또 한 수 배운다. 

이전 08화 * 다른 세대와의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