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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망고 Jul 25. 2022

* 다른 세대와의 대화

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최근 회식이 잦았다. 팀 회식, 타 부서 사람들과의 회식, 친한 동료들과의 회식 등등     


코로나는 다시 심해지고 있다던데 이젠 다들 그러려니 하며 코로나 이전처럼 만나서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도 완전한 대면 회식이 아닌, 선택적 대면 회식이니 이 또한 코로나 이후 삶의 변화라 할 수 있겠다. (가기 싫은 자리이면 몸이 안 좋다거나, 코로나 때문에 무섭다며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회식이 싫은 것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고, 평상시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으며,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1차원적 쾌락인 술로 푸는 것도 아주 가끔은 도움 되기도 한다.


<살얼음 소주>


최근 전혀 다른 두 부류의 사람들과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한 그룹은 입사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임원들이고, 다른 한 그룹은 입사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원들이다.


난 회식을 하더라도 재미도 의미도 없이 단순히 술에 취하기 위한 자리는 지양하고자 어느 정도 마셨다 싶으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여가 생활은 어떻게 즐기세요?”, “당신에게 있어 회사란 어떤 존재예요?” 혹은 “당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요?” 등 가벼운 질문부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같이 자리하는 사람들을 알아가기도 한다.           


물론 분위기를 봐가면서 질문을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하는 날 보면 특이하다고도 하고, 따분하다는 듯 하품하기도 하지만, 대게는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곤 한다. (내가 정성껏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며, 대부분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 전혀 다른 두 그룹의 이야기를 듣고 ‘난 정말 낀 세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어떤 임원은 “회사와 나는 한 몸이라 칭하며, 상사의 말이 곧 법이고 회사가 잘되어야 내가 잘될 수 있고, 리더십은 권력에서 나온다”라며 조직 오리엔트 되어 있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또 다른 사원은  “내일 당장 회사가 망해도 본인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이고, 비슷한 근무 여건에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옮길 생각이 있다.”라며 회사보단 본인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물론 극과 극의 성향인 두 사람이며, 술 마시고 허세가 삐져나와 과장되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또한 우리 회사 특성상 굴뚝 사업이기에 임원들이 젊었을 때는 잘 나가는 편에 속했지만, 요즘 친구들에게는 IT업계나 스타트업보다 장래성 없다고 생각해 저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임원이 다 저렇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원이 다 저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난 당혹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왜 그들이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우선, 세대 변화에 따른 삶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예전엔 나라가, 조직이 잘 돼야 내가 살 수 있다며 개인을 사회와 회사의 부품 혹은 일부분으로 보는 '위계질서에 의한 조직'으로 윗사람의 결정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면, 요즘은 조직과 개인은 별개로 보며, 전체보다는 개개인의 삶이 더 중요한 ‘개인주의적 조직’으로 윗사람의 지시보다는 개인의 역할과 능력을 중시하는 시대이다.      


또한 예전처럼 직장에서 업무 성과에 연연하며 스트레스받기보단 적당히 해야 할 일만 하며 소극적인 근무 방식으로 삶의 우선순위를 회사가 아닌 개인의 삶으로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요즘 미국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20·30대들에게 유행한다는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처럼 직장에선 꼭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만 하고 에너지를 아껴 퇴근 이후의 개인적인 생활에 집중하자는 문화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회사를 오래 다닌 임원들에게 회사는 집을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곳이고 나와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었으나젊은이들에겐 그저 월세를 감당하고 일정 부분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어 회사라는 곳은 예전 세대보다 비중을 덜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전엔 집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기에 대출을 끼고 사면, 회사의 월급으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었으며, 아이들 학비 및 생활비도 월급 내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집값이 너무 비싸져 (물론 요즘 일부 하락하긴 했으나) 젊은이들은 집을 사는 것에 대해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고, 그 돈으로 골프를 하거나 외제 차를 사고 값비싼 여행을 하는 욜로족도 늘어난다고 한다. 


결혼 역시 필수가 아닌 선택이기에 ‘연애만 해도 괜찮은데 굳이 왜 결혼하지?’라는 ‘비혼 주의’ 혹은 맞벌이하지만 아이는 원하지 않는(Double Income No Kids) ‘딩크족’들도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시대가 변하고 세대 간의 틈도 꽤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판단할 수는 없다. 세대 차이는 분명 존재하고,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살 수 있음을 인정하며, 각자 가치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될 터이니 말이다. 그 속에서 난 내 삶의 방향을 정하고 회사에선 회사원으로서의 나의 역할, 밖에선 나로 사는 삶을 충실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     


가끔 이렇게 나와 함께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참고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똑같은 것을 대해도 어떤 사람은 거기서 많은 것을 깨닫고 얻어내지만, 어떤 사람은 한두 가지밖에 얻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능력 차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우리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의해 촉발된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뽑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풍요롭게 해 줄 대상을 찾지 말고, 나 스스로가 풍요로운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의 능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자 풍요로운 인생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 니체, 즐거운 학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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