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감정 드러내기
회사생활 소소한 이야기
회사에서는 웬만하면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다 보니 말은 하는 것보단 참는 게 실수를 줄이는 일이라 생각하여,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회사라는 이익집단 안에서 필요로 형성된 관계이기에 여기서 만난 모든 사람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다. 좀 더 솔직히 파고들면 인간관계와 업무 성과의 보상에 대해 기대를 품으면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의 허무함과 마음속 상실감이 커져 적정한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같은 팀 동기와 승진 경쟁에 밀려 부당하다고 생각되었기에 화가 나서 당시 팀장에게 따지듯이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
“너는 내가 낮잠 잘 때 이불을 덮어줄 순 없잖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다시 확인해 보니, 본인이 남자 휴게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나와 당시 승진 경쟁하던 남자 동기가 와서 이불을 덮어주는 걸 보고 감동하였다고 한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팀장은 후배로서 내가 편한 상대는 아니었다.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할 말 다 하는 여자 후배보다는 이불 덮어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남자 후배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이야 그 팀장과도 웃으며 이야기하고 농담도 나누는 등 편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화가 나고 한동안 상실감에 빠져 마음속에 갇혀 지내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난 업무 관련 특허도 내고, 자격증도 따고, 지방 파견도 다녀왔기에 동기와 나 둘 다 승진하거나 만약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당연히 내가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엔 당연하다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인생에 있어 언제나 변수는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는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다.'라 여기게 되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집착하고 성취하려 경쟁하고, 아등바등 발버둥 쳤었다.
긴 인생 내 속도에 맞춰 조금 천천히 가도 되는데. 조금 손해 보고 살아도 되는데 말이다.
그 뒤론 인정받고 잘 보이려는 욕구, 특히 회사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부단히 애쓰고 살았던 마음속 방향을 내 안으로 돌려놓았다. 직장 생활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도구로 살아야 하기에 인정받지 못하면 내 존재가 작아지고, 진정한 나로서 살기보다는 직장인 역할에 충실하며 역할 놀이에 빠져 가면을 쓴 채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 나라는 존재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여행과 산책 속에서 사색을 통해 외부의 반응보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진정한 나를 살펴보기 위해서 말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 내면을 정돈하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여유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도 아직은 수련이 부족하기에 회사에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