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팀이 속해 있는 부문에서 담당 임원과 각 팀의 팀장 + 차석이 골프 워크숍을 다녀왔다.
윗분들은 코로나로 인해 회사에서 종종 시행하던 주말 등산, 워크숍을 가지 못해 매우 심심하신지 골프 치는 횟수도 늘었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좋지 않은 나는 골프라는 운동이 잘 맞지 않는다 생각하여 5년째 쉬고 있는데, 윗분들은 자꾸 운동하고 있냐고 물어보신다. 한두 번이야 “네! 점심에 헬스 다니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네! 방송 댄스도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못 알아들은 척 웃어넘겼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것도 이젠 한계치에 다다라 결국 쉬었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골프를 다시 시작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부문 워크숍이었다.
회사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것저것 애쓰며
아등바등 살기 싫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며 후배한테 밀리는 건 더 싫다.
팀장 + 차석 골프 워크숍이라 원래는 팀 내 차석인 내가 가야 하는데 골프를 안 하기에 나 대신 얼마 전 우리 팀으로 새로 온 2년 아래 후배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 ‘뭐 난 골프를 안 하니 괜찮아’라며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넘겼지만, 매번 이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거라 회사에서도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눈치도 안 보며 지낼 거야.”라고 말은 하지만, 프리랜서도 아니고 조직 내에서 필요한 어느 정도는 해야 함을 알고 있다. 일을 잘하는 것보다 골프를 더 잘 치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난 골프를 사내 정치의 수단으로 삼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쟤는 골프를 못 하니 안돼!’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두 번째, 소통의 수단이다.
요즘 후배들과 대화해보면(대부분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는 후배들이기에) 연애, 놀거리 등이 주요 관심사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얼마 안 된다.
또한, 얼마 전 회사 내 40대 후반에서 50대 아저씨들과 점심을 먹었는데(부사장, 팀장들) 주요 주제가 탈모 및 전립선이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카페에서 디카페인을 마시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전립선이 약해져서 병원 다니고 있다는 둥 전혀 모르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거리감도 느껴진다.
이런 거리감 있는 선·후배들과 공통의 주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골프다. 40·50대 회사생활 좀 한다는 직장인이야 골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요즘 20·30세대도 생각보다 골프를 많이 치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예전에 내가 생각하던 ‘골프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치는 것이다.’라는 편견을 뒤엎는 듯 상대적으로 월급이 적은 20대 직원들도 그들만의 취미생활을 위해 골프를 꽤 진지하게, 열심히 치고 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회식보다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함께 운동하며, 소통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을 못 가는 MZ세대들이 골프로 유입되며, 골프 산업이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본 적이 있다.)
세 번째, 다시 시작해보니 나름 재밌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5년 전이야 30대였기에 아이들도 어릴 때라 연습할 시간도 별로 없었고, 흥미도 없어 주말에 골프장을 나가면 ‘도대체 내가 이 사람들과 주말에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지?’라 생각하기 일쑤였지만 최근 다시 시작해보니 나름 재미있다.
요즘 이런저런 운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하루 만 보 걷기, 점심시간엔 헬스, 간간이 방송 댄스 등 여러 운동을 두루 하다 보니 체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져 골프를 다시 하기에 좋은 몸으로 변화된 것이었다.
개개인의 능력 차이는 있겠지만, 알고 보니 골프는 요령보다는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의외로 공평한 운동이었다. 힘이 세다고 해서 잘 치는 것도 아니고, 힘을 많이 주어서도 안 되며 오히려 힘을 빼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멘털을 잘 챙겨야 하므로, 멘털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운동은 함께 해야 하지만, 연습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기에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할 수 있고, 간간이 공이 잘 맞아 명쾌한 소리를 내며 멀리 나갈 때는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굳이 회사 사람들이랑 취미 활동을 같이하러 골프를 다시 시작해야 하나?’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배우다 보니 골프의 장점을 받아들이며 재밌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나에게 골프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했지만, 정신 집중과 안 쓰던 몸동작을 쓰게 되는 새로운 취미 활동이자, 매달 꼬박꼬박 월급 받는 회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