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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구름 Jun 26. 2022

언덕밥



*뱅그레: 입을 살며시 벌릴 듯하면서
                소리 없이 보드랍게 웃는 모양.








언덕밥: 솥 안에 쌀을 언덕지게 안쳐서

한쪽은 질게, 다른 쪽은 되게 지은 밥




수많은 계단을 올라

언덕 위에 오르고 나면

저쪽 아래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볼 수 있다 하였다


그런 풍경을

나의 사랑스러운 그대와

함께 바라보고 싶었으나,

다리가 아픈 그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대의 눈에

사진으로나마

마을 경치를 담아주고 싶은 마음에


언덕 아래의 벤치에 앉아 기다려달라는

새끼손가락 약속을 하곤


한 걸음에 계단을 껑충껑충 올라가

전망을 카메라에 담았다


언덕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망과 함께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 한구석 아쉬움은 커져가고

풍경을 느낄 새도 없이

기다리고 있는 그대 생각에 언덕 아래로 내려가려는 그때,


언덕 위에서 바라본

언덕 아래의 모습은

저쪽 마을 풍경보다 아름다웠고,

그 어떤 풍경보다 눈부셨다




벤치에 앉아

푸른 구름, 파란 하늘, 풀빛 나무를

찬찬히 둘러보는

그대의 옆모습이 담긴 그 풍경은


너무나도 어여뻤고,

마음이 쓰렸고,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그러다 그대와 눈이 마주쳤고,

얼른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자


그제야 뱅그레 하고

보드랍게 웃어 보이며

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그대 모습에


나무의 잎들과 바람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그 풍경을

초롱초롱 빛나게 하였다




입맛은 다르지만

서로가 있기에 지을 수 있었던

‘언덕밥’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던 곳은 달랐지만

서로를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언덕’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도,


‘언덕 위와 아래’에서 함께 비추어 본

이쪽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만 아름다운,

애석하게도 스쳐 지나가는

사진으로만 기억되고 기록된

수많은 풍경들 중


아주 특별하고

아주 찬란했던

아름다운 푸른 그림 한 장면으로


마음의 기억 속,

또렷이 추억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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