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J Oct 30. 2022

주가 허용한 대마초를 연방이 규제하다

주법에 따라 가정용ㆍ의료용 대마초를 사용하다


 <곤살레스 v. 라이히(2005)> 사건이다. 연방정부는 1937년 대마과세법(marijuana tax act)을 제정한 이래로 대마초 사용을 금지하여 왔다. 대마초와 마리화나는 환각 성분의 함량에 따라 구분하고 함량이 더 높은 것을 마리화나로 보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대마초로 통칭하고자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37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의료 목적의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하였고, 그중 절반은 기호 목적의 사용까지 합법화하였는데, 주민의 지지를 받아 제정된 캘리포니아주의 ‘동정적 사용법(Compassionate Use Act (1996))’도 의료 목적의 제한된 대마초 사용을 허용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법률과 달리, 연방 규제약물법(Controlled Substances Act (1970))은 의료 목적이라도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연방법이 주법에 우선한다는 연방헌법의 최고법 조항에 따라, 연방 마약 단속국은 주정부에서 허용한 대마초 사용을 단속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라이히와 몬순이라는 사람이 각각 대마초 사용 및 재배 혐의로 연방정부에 의해 재판에 회부되었다. 라이히는 가정에서 재배한 대마초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고, 몬순은 대마초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라이히와 몬순은 그들에게 연방법인 대마과세법을 적용하는 것은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 적법절차

원칙, 의료 필요성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연방정부가 자신들의 대마초 사용과 재배를 방해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하는 금지명령 소송을 두 명의 간병인들과 함께 연방법원에 제기하였다. 라이히는 생존을 위해 대마초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며, 라이히를 치료하는 의사 또한 대마초 없이는 라이히가 극심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그녀와 그녀의 의사는 그녀의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수십 가지의 처방 약물을 사용해 봤지만 대부분 이에 대해 부작용을 보였다고 호소했다. 그녀의 의사는 서약하고 대마초 사용을 중단하면 그녀의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진술했다.


 소송에서 연방정부는 규제약물법에 대한 단 하나의 예외가 생긴다면, 해당 법률은 실제로 집행될 수 없을 것이고, 한 지역에서 재배한 대마초를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대마초의 주간 시장에 영향을 끼치므로 의료 목적의 소비라도 금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은 개인적 소비를 목적으로 밀을 생산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같은 행위가 전체적으로 합해지면 여러 주 사이에 거래되는 밀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밀의 개인적 재배와 소비를 규율할 수 있다는 <위커드 v. 필번> 판례의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소송은 마약 반대 단체와 개인의 자유를 주창하는 단체들뿐만 아니라 주의 권한을 지키려는 여러 주정부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강한 마약 반대 정책을 취하고 있던 남부의 주들조차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라는 라이히 측을 지원할 정도로 주와 연방 사이의 권한 문제가 미국에서는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라는 점이다. 2003년 12월 항소법원은 의료 목적으로 주 내에서 대마초를 재배하고 사용하는 경우에 연방 규제약물법을 적용하는 것은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헌법에 어긋나게 행사한 것이라고 하면서, 연방정부가 라이히와 몬순의 대마초 사용 및 재배를 방해하지 않도록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의료 목적으로 주 내에서 대마초를 사용하는 것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의료 목적의 대마초도 기호용 주간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


 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연방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에서 법률이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법률 자체가 위헌, 즉 어떤 사람에게 적용되어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특정인(소송인)에게 적용될 때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라이히와 몬순 측도 종합적인 ‘약물남용 금지 및 통제법’의 일부로써 규제약물법을 제정한 것 자체는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의회의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인정했다. 그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유는,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라 ‘의료 목적’으로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대마초를 재배하고 사용하는 것을 연방정부가 금지하는 것은 통상 조항에 근거한 규율 권한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주간 통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련의 집합적인 활동'의 일부로써 순전히 지역적인 행위라도 연방의회는 규율할 수 있고, 의료 목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하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의료 목적이 아닌 기호 목적으로 대마초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허용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일련의 집합적인 활동이란 여기서는 대마초의 재배, 사용, 판매를 일컫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주 내에서 대마초를 재배하고 사용하는 것도 기호용 대마초를 포함한 더 큰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그러한 거래가 전체적으로 주간 통상에 끼치는 영향은 명백히 실질적이라고 본 것이다. 


 라이히 측조차 대마초 불법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실제로 그는 개인적으로 불법시장에 관여하고 있었으며, 몬순도 장래에 이에 관여할 의향을 표명하였다. <위커드 v. 필번> 사건에서 상승하는 밀의 시장 가격이 가정용 밀을 각 주 상호 간에 거래되는 밀의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이는 공급량 증가에 따라 밀의 가격을 하락시켜서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듯이, 각 주 상호 간에 거래되는 시장에서의 대마초에 대한 높은 수요가

하나의 주 내에서 재배되고 사용되는 가정용ㆍ의료용 대마초를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주간 시장에서 밀 거래량을 규제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연방정부의 목적을 가정에서 재배한 밀이 방해할 수 있듯이, 대마초의 주간 거래를 없애려는 연방정부의 목적을 가정에서 재배한 대마초가 방해할 수 있고, 양 사례에서 그것이 밀이든 대마초든 개인적 목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라도 전국적인 시장에서의 수급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규율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물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사용하는 것은 통상 행위는 아니다. 또한, 소비와 관련되므로 경제적 행위로 볼 수 있으나, '소지' 자체는 비경제적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미국 v. 모리슨>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경제적 행위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본 사안에서는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본 사안은 로페스 및 모리슨 판례에도 불구하고, '통상과 무관한 행위, 나아가 비경제적인 행위를 통상 조항에 의해 규율하는 연방의회의 여전한 권한을 잘 보여준다.





대마초가 보건상 해로워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의 목적은 ‘국민 보건’의 향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미국 연방정부가 규제약물법을 적용하는 타당성을 주장하는 논거는 국민의 건강 등을 위해 마약류를 단속해야 한다는 명분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 보건에 관한 규율도 기본적으로 주의 몫이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규제하지 않을 경우 전국적인 기호용 대마초 시장에 영향이 발생한다는 점, 즉 주간 통상에 대한 영향을 근거로 규제한 것이다. 대마초 사용이 국민에게 해롭다고 판단했겠지만, 여기서도 연방정부가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 가정에서 재배하고 사용하는 대마초가 주와 주 사이의 대마초 거래에 유입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연방정부가 건강, 복지 등 주의 관할 사항에 대하여 규제하기 위해서는 누차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적근거에 의해 연방정부가 개입한다는 모양새가 필요한데, 본 사건에서도 통상 조항을 근거로 개인 치료용의 대마초 사용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므로 규율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많은 주가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한 상황에서 통상 조항에 근거한 연방정부의 대마초 규제는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해 왔으나, 본 사안도 주가 합법화한 사항을 통상 조항에 근거하여 연방이 규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많은 주가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2009년 미국 법무부는 마약 밀거래는 엄격하게 단속하되, 의료용 대마초 사용에 관한 주의 법규를 준수하는 환자 또는 간병인에 대해 연방정부가 처벌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22년 4월 연방 하원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상원 통과 여부는 미지수이나, 장래에 연방 차원에서도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규제약물법* 관련 조항>

[미국 법전 제21편 801조] 의회의 조사 결과 및 선언 : 규제약물


(3) 규제약물 유통의 대부분은 주간 및 외국과의 통상에서 발생한다. 제조, 지역 내 유통, 소지와 같은 주간 

     또는 외국과의 유통의 필수 부분이 아닌 사건도 주간 통상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

(5) ~ 통제의 측면에서 주 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규제약물과 각 주 상호 간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약물을 구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6) 규제약물 유통과 관련한 주 내에서의 사건에 대한 연방의 통제는 그러한 유통과 관련한 각 주 상호 간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 필수적이다. 


* 통제물질법이라고도 번역


대한민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21)

제1조(목적) 이 법은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ㆍ대마 및 원료물질의 취급ㆍ관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그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 「마약법」,으로 구분해 시행되던 법률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

이전 13화 성범죄가 통상과 관련이 있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