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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30. 2022

강도 행위가 통상 행위가 되다

대마초 공급자를 강탈하여 자동으로 통상에 개입하다


 <테일러 v. 미국 (2016)> 사건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방정부는 아무리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어도, 원칙적으로 연방 형법에서 규정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미국인의 안전과 재산 등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 반복하지만, 그것은 주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연방 형법상 범죄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통상과의 관련성을 근거로 하는 범죄도 그중의 한 유형이다. 연방헌법이 연방의회에 부여한 ‘명시된 권한’ 중의 하나인 주간 통상에 대한 규율과 연계가 가능하면 연방의회도 주가 보유한 경찰권의 대상으로 보이는 범죄 사안에 관하여도 규율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1946년에 제정된 연방 법률인 일명 홉스법(Hobbs Act)은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강도 및 갈취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데이비드 앤써니 테일러라는 사람은 강도단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주로 마약상을 상대로 강도 행위를 벌였다. 마약상들은 보통 마약 판매대금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집에 보관하고, 자신들을 상대로 범죄가 발생해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테일러와 강도단의 다른 구성원들은 대마초 공급자의 집에 침입하여 그에게 대마초와 돈이 있는 곳을 말하라고 협박하였으나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도주하였다. 강도 미수인 것이다. 강도 행위의 피해자가 대마초 공급자라는 이유로 테일러의 행위는 주정부가 관할하는 일반 강도죄뿐만 아니라,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홉스법상의 강도 행위에도 해당하여 홉스법에 따라 재판에 회부되었다.


 소송에서의 쟁점은 문제가 된 대마초가 버지니아주 내에서만 재배되고 관련자들이 해당 주 내에서만 이를 사용하고자 했다는 점이었다. 연방정부 측은 피해자인 대마초 공급자가 지역 내에서 재배한 대마초만을 취급했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유효한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였다. 1심 법원은 연방정부의 주장을 수용하여 해당 증거를 채택하지 않았고, 결국 테일러는 유죄가 인정되었다. 항소법원도 대마초 거래가 주간 통상에 끼치는 영향을 인정하여 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약물 공급자 대상의 강도질 자체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


 연방대법원은 연방헌법의 통상 조항이 순전히 하나의 주 내에서 규제약물을 생산, 소지, 판매하는 행위를 포함하여 규제약물의 전국적 시장을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연방의회에 부여하였고, 이를 토대로 연방의회가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주 내에서의 행위를 규율할 수 있기 때문에, 주 내에서 약물을 훔치는 행위 또한 규율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약물 판매가 연방법상 불법이지만 여전히 경제적 행위이므로,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한 연방의회는 순전히 하나의 주 내에서 약물을 훔치는 행위도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홉스법이 연방정부가 관할권을 가진 ‘주간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강도 및 강도미수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약물 공급자는 하나의 주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사방으로 약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홉스법상 강도 행위에 대한 처벌은 피고인이 약물 공급자로부터 약물이나 그 판매대금을 강탈했거나 강탈하려고 했음을 입증하면 족하고, 이로써 홉스법의 통상 요인을 충족한다고 하였다. 약물 공급자를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자체로 강도는 연방정부가 관할권을 가진 '통상에 영향을 끼쳤거나 끼치려고 한 강도'가 된다는 것이다. 즉, 홉스법 아래에서 강도나 강도미수에 대해 유죄를 끌어내기 위해서 피고인이 훔쳤거나 훔치려고 한 약물이 주 경계선을 넘어 이동했거나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연방정부는 피고인 등이 대마초 또는 그 판매대금을 빼앗기 위해 고의로 대마초 공급자를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고, 강도 행위가 명백히 그러한 의도로 저질러졌기 때문에 홉스법의 통상 요인은 충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동일한 행위를 누적할 때 통상에 영향을 끼친다면 개별적 행위가 통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원칙적으로 연방은 주의 관할 사항인 강도 행위를 규율할 권한이 없고 주간 통상에 대한 규율과 같이 헌법상의 명시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하고 적정한’ 경우에만 규율할 수 있는데, 모든 강도 행위가 통상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개별적 사안의 강도 행위가 통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입증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홉스법 관련 조항>

[미국 법전 제18편 1951조] 위협이나 폭력에 의한 통상 방해


(a) 어떤 방식이나 정도든 강도 행위나 갈취 행위로 통상이나, 물품의 통상 이동을 방해하거나 지연하거나 영향을 끼치거나, 이와 같은 행위를 시도하거나, 공모하거나, 계획을 진척시키거나, 본 조항을 위반하여 어떤 행위를 하려는 목적으로 신체적 폭력을 행하거나 위협하는 자는 벌금형에 처하거나 20년 이하의 감옥형에 처하거나, 양자 모두에 처한다.





강도 행위가 ‘어떤 정도든’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연방의 처벌 권한을 인정한 홉스법은 통상에 대한 영향을 실질적인 영향으로 제한하는 연방대법원의 논리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참고로, 본 판결은 2016년의 연방대법원 판례로써, 2022년 6월에 역시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된 유사한 이름의 <미국 v. 테일러(2022)> 사건과는 다르다. 2022년의 판결은 강도 사건의 가해자가 대마초를 피해자에게 팔고, 피해자는 다시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팔기로 되어 있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래하는 대신 피해자로부터 돈을 훔치기로 변심하였고, 피해자와 만나서 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공범이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홉스법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되, 이에 추가하여 연방 형법상의 강력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016년의 <테일러 v. 미국> 사건이 가해자가 대마초 공급자를 상대로 강도 행위를 한 것이라면, 2022년의 <미국 v. 테일러> 사건은 반대로 대마초 공급자가 구매자를 상대로 강도 행위를 한 경우이다. 대마초 구매자에게서 주간 통상에 유통될 수 있는 물품이 아닌 돈을 강탈하거나 강탈하려는 것이 홉스법상 강도 행위 즉, 통상에 영향을 끼치는 강도 행위라는 논리와 홉스법상 강도 미수는 폭력 사용의 미수 없이도 성립할 수 있으므로* 연방 형법상의 강력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     


 * 홉스법상 강도에서 정의하는 ‘강도’는 상대방에 대한 폭력 사용이나 폭력 사용의 위협에 의하여, 또는 상대

   방의 '상해에 대한 두려움에 의하여' 물건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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