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록 日錄
서울에 내가 사랑하는 카페가 세 군데 있다.
첫 번째 카페인 커피점빵과 마찬가지로 광진구 광장동에 있었던 일록.
일록은 동네에 있는 정말 소박한 개인카페였다. 쇼트커트의 털털한 성격의 젊은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시던 곳이었다.
인테리어는 키치하고 귀여운 가구로 꾸며져 있었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유리 테이블, 플라스틱 의자, 큰 화분과 전신거울, 그리고 있어 보이는 스피커까지. 바닥은 카펫이 깔려있었다. 괜히 내가 밟으면 더러워질까 봐 걱정됐달까. 카페 앞 테라스(테라스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작은 데크)에는 야외석이 있었다. 캠핑의자 두 개에 낮은 테이블. 햇살이 좋은 날, 따뜻한 날에는 야외석에 앉곤 했다.
집에서 가깝고 커피 양이 많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좋았다. 그렇지만 일록을 좋아한 이유는 사장님이 직접 구운 쿠키가 정말 맛있다는 점이었다. 내 최애 쿠키는 은은한 시나몬향이 나는 소보로쿠키였다. 엄마손파이나 곰보빵 겉 부분의 달짝지근한 소로보가루를 응집시켜 놓은 맛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별다른 약속이 없는 토요일이면 동네 산책 후 일록을 가는 게 나의 루틴이었다. 내 덩치에는 약간은 불편하면서도 비집고 앉아있기 좋은 야외석도 있고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 일록을 자주 갔다. 작은 캠핑 의자에 앉아서 햇빛을 쬐면서, 사장님이 구운 쿠키를 먹었다. 그땐 그 하루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때 눈이 부시도록 비추던 햇살처럼 참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일록은 폐업했다. 커피앤시가렛처럼 힙하고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니었다. 로우키처럼 사장님들이 유명하고 지점이 여러 군데 있는 것도 아니다. 일록은 이제 없고, 사장님이 만드신 시나몬 향이 은은한 소보로쿠키는 이젠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 그 기억은 이제 내 마음 한구석에만 겨우 남아있다. 햇빛에 눈이 부시던 순간이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어지더라. 잊기 전에 어디에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여기에라도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