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는 못해도 한달살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선택한 곳은 태국. 특히 태국 제2의 도시이자 교육 도시를 표방하는 치앙마이는 코로나19 이전까지 '한달살기'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관광지다. 낮은 물가에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골퍼에게는 최적의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태국 한달살기 전체 일정은 치앙마이 2주, 방콕 2주다.
태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와 '국제학교'다. 북미는 주거비만 월 300만 원 이상 지출해야 하는데, 방콕이나 치앙마이는 월 120만 원이면 수영장 있는 괜찮은 3~4성급 호텔(조식 포함)에 한 달을 묵을 수 있다. 학비 또한 1학기에 550만 원 정도면 꽤 괜찮은 영국식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다. 6개월 체류한다고 가정하면 생활비를 포함해 1300만~1500만 원으로 질 좋은 교육과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국제학교는 양보할 수 없으니 주거비를 낮추면 된다. 호텔에 묵지 않고 레지던스나 일반 주택을 렌트하면 주거비는 더 낮아진다.
아들과 함께 6개월 정도 치앙마이에 체류하며 국제학교에 보내려고 했지만, 아내의 신중함으로 우선 여름방학 캠프(Summer Camp)를 보내기로 했다. 태국의 학사 일정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특히 여름방학의 경우 태국은 6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캠프는 7월 말이면 대부분 끝난다. 반면 우리나라는 7월 하순에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7월 말 또는 8월에 진행하는 캠프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여름 캠프를 운영하지 않아 올해도 불투명했다. 캠프를 먼저 찾은 뒤 학교 수준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려 2곳을 찾았다. '메리튼국제학교(Meritton Britich Ineternational School)'와 쁘렘국제학교(Prem Tinsulanonda International School)에서 운영하는 '트라이도스 3세대 커뮤니티(Traidhos three-Generation Community)'다. 메리튼국제학교는 캠브리지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영국식 국제학교다. 홈페이지에 자주색 교복 재킷을 입고 다니는 사진들이 정통 사립학교 느낌이다. 쁘렘국제학교는 연간 학비가 2300만 원에 달하는 소위 상류층 자녀들이 다닐 법한 국제학교다. 기숙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해외 유학생에게 안성맞춤이다. 메리튼국제학교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다. 국내 유학원이나 에이전시와 연결돼 있지 않은 것 같다. 반면 쁘렘국제학교는 국내 유학원들이 일목 요연하게 소개해놓은 자료가 많았다.
메리튼은 7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트라이도스는 8월 셋째 주까지 여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트라이도스는 올해 초부터 이미 신청을 받고 있었다. 메리튼은 5월에 여름 캠프 프로그램이 확정됐다. 이들 학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1주 단위로 여름 캠프에 등록할 수 있다. 메리튼은 주당 7000바트(약 25만 원)이고, 트라이도스는 주당 1만4500바트(약 52만 원), 기숙사 이용 시 1만8000바트(약 65만 원)다. 트라이도스는 주 7일 내내 캠프가 진행된다. 기숙사는 부모와 함께 이용할 수 있고 학교 내 모든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메리튼은 주 5일 캠프로, 캠프 기간에는 스쿨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별도로 드롭-픽업이 필요하다. 메리튼은 학생들의 나이대에 따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른데 그리기, 만들기, 꾸미기 위주의 정적인 활동이 많다. 트라이도스는 친환경 삶을 경험하는 캠프부터 스포츠 캠프까지 다채로운 주제로 매주 다른 캠프를 운영한다.
지난 4월부터 메리튼, 트라이도스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얻은 정보들이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면 메리튼은 굉장히 호의적이고 적극적이었다. 한국 학생은 우리가 처음일까. 여름 캠프를 알아보는데도 행정팀에서 별도로 회계팀에 연락해 2학기 스쿨링을 할 수 있는 비용(인보이스)도 보내줬다. 인보이스에 나의 영문 이름이 적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아들을 보내고 싶게 만드는 국제학교다. 트라이도스는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궁금한 점에 대해 친절히 응대했다. 워낙 큰 학교여서 그런지 답변을 받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당초 메리튼에 2주, 트라이도스에 1주를 보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열흘간 학교를 빠지기 부담스러운 데다, 아들도 방학인데 노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메리튼 1주, 트라이도스 1주로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 이마저 아내의 방콕 합류 일정에 맞춰야 해서 트라이도스는 안 보내기로 했다. 대신 방콕에 있는 국제학교의 여름 캠프에 보낼 계획으로 부지런히 알아보고 있다.
태국은 5월부터 외국인 입국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입국 시 PCR 검사가 폐지된 것이다. 5월 기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얀센(1회) 등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자는 타이 패스만 있으면 여권과 왕복 항공권으로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별도의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은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와 같이 그냥 들어오면 된다. 대신 우리나라로 귀국할 때는 모든 입국자는 PCR 검사를 하고 음성을 받아야 격리 없이 들어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