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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계인총각 Jul 17. 2022

여름_2. 안녕, 치앙마이

해외여행, 아들과 둘이서

아들과 첫 번째 해외여행, 태국 치앙마이.

아들과 단 둘이 하는 해외여행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지만 막상 닥치니 설렘보다 긴장이 더 컸다. 둘과 셋은 완전히 달랐다. 아내와 함께 셋이 여행하다 나에게 문제가 생기면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아들과 단 둘이 여행 다니다 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복잡해진다. 스스로 조심하고 무리하지 말고 절제해야 한다. 안전이 우선이다.

타이항공을 타고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으로 간 뒤, 치앙마이행 항공편으로 갈아타는 일정이었다.

수화물은 인천에서 바로 치앙마이로 갔다. 탑승 수속에 필요한 건 '여권'과 '백신접종증명서'다. 쿠브(Coov, 디지털백신접종증명서)로 확인했다. 예비용으로 종이 백신접종증명서도 준비는 했다. 필요하진 않았다. 아들은 만 18세 미만이어서 별도로 확인하는 것은 없었다. 가족들의 배웅을 받고 탑승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여권 심사를 마치고 나오자 면세 구역에 '에어포터(Airporter)'가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에어 포터는 인천공항에 있는 안내 로봇 중 하나인데, 짐을 로봇 선반에 올려놓고 탑승권을 스캔하면 스스로 탑승구로 찾아간다. 가는 길에 쇼핑도 할 수 있도록 일시정지 기능도 있다. 광활한 인천공항에 처음 온 여행객에게 유용하다. 여행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에어포터를 바라봤다. 우리는 용감하게(?) 에어포터를 이용했다. 아들은 이 모든 상황이 즐겁고 신났다. 학교를 빠진 것, 여행 가는 것, 공항에 온 것, 에어 포터를 이용한 것,비행기 타는 것...

타이항공 공식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예매했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미리 좌석과 기내식을 정할 수 있었는데, 특히 원하는 식사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장거리 비행에서 무리하게 식사하면 몸이 고생한다. 평소보다 적게 먹고 적게 마신다. 아들은 어린이 식사를, 나는 과일 식사를 주문했다. 일반 기내보다 10여분 먼저 준비해줬다. 어린이 식사는 맵지 않고 야채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조리됐다. 과일 식사는 말 그대로 과일만 주는데 종류가 다양하고 신선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부족하진 않았다. 옆에 앉았던 일본인 여행객이 화장실에 다녀오다 순간 자기 커피를 의자에 쏟았다. 그 여행객은 다른 자리로 옮겼고 덕분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수완나폼 공항에 무려 1시간 일찍 도착했다. 20~30분 일찍 도착한 적은 있어도 1시간은 처음이었다. 반면에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편은 20분 일정이 늦어진다고 사흘 전에 이메일로 알려왔다. 그리고 수완나폼 공항에서 한번 더 연착되면서 원래 일정보다 1시간이나 밀렸다.

아들과 수완나품 공항에 6시간 머물렀다. 문득 영화 '터미널'이 생각났다.


수완나품 공항에는 서양인들이 많았다.  영어가 아닌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들이 들렸다.

이들의 약 30%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스크를 했다. 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 사람들은 90% 이상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수완나품 공항 환승 구역에는 조그마한 펍(Pub)을 포함해 식당과 카페가 6~7개 정도 있다. 탑승구로 가는 길에는 라운지들이 있다. 맨 처음 마주한 The Coral lounge 가격은 850바트. 우리는 일반 식당가로 돌아갔다. 아이가 고른 것은 버거킹이다. 아들이 햄버거를 골랐다면 이날은 좋은 날이거나 특별한 날이다. 평소 햄버거를 거의 먹지 않는데, 햄버거를 먹을 때는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함이다. 

기다리는 동안 인천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봤던 한국인들이 종종 보인다. 나름 10시간 인연이다.

'스몰 토크(Small Talk)'를 하며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한국인 정서로는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수 있어 참아야 한다. 대신 아이와 에어팟을 나눠 끼고 앨런 워커(Alan Walker)와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음악을 들으며 여행자의 자유를 만끽했다. 앨런 워커와 데이비드 게타는 동네에서 야간 산책을 할 때 듣는 음악이다. "이런 노래는 밤에 들어야 제 맛이야." 아들이 말했다. 지루한 여행길을 투정 없이 잘 견뎌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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