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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계인총각 Aug 16. 2022

여름_4. 살아 숨 쉬는 캠프

국제학교 도전기 2-쁘렘 인터내셔널 스쿨

아들은 다시 캠프에 들어갔다.

치앙마이 북부 '매림' 지역에 있는 'Prem International School'(이하 쁘렘)에서 운영하는 여름캠프다. 쁘렘은 치앙마이에서는 물론 태국에서 유명한 국제학교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으며, 초등학교 기준 연간 학비만 2300만 원에 달한다.

학생 기숙사는 물론 교직원을 위한 숙소와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축구장, 테니스 코트, 골프 드라이빙 레인지 등을 완비하고 있다. 숲 속에 자리 잡은 쁘렘 교정은 서울 시내 있는 몇몇 대학교보다 체감적으로 더 넓어 보였다.

캠프는 정규 교육과정과 별도로 2월부터 시작되며 다채로운 주제로 매주 새로운 캠프가 열린다.

캠프는 쁘렘 내부 기구인 Traidhos Community에서 총괄한다. 커뮤니티 센터장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영국인 여성으로, 나와 오랜 시간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분이다. 'We finally met.'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첫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권위적이지도, 딱딱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동안 만나왔던 서양인의 품성 즉 넉넉한 인심과 위트,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쁘렘 학교 지도

치앙마이에서의 두 번째 캠프는 '스포츠캠프'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주 7일'간 진행되고 점심식사와 간식,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아들을 제외한 8명의 아이들은 모두 한 기숙사에서 공동생활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아들은 나와 함께 쁘렘 안에 있는 레지던스(하우스키핑/수건/샴푸/바디워시 제공)에서 지내며 등하교하는 옵션에 등록했다. 물론 레지던스 비용은 별도다. 하지만 걱정 많은 나에게도, 영어를 못하는 아들에게도 최상의 선택이었다.

사실 쁘렘은 위치적으로 매일 등하교시키기 어려운 지역이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차로 40~50분 떨어진 곳에 있어 자차가 없으면 등하교가 쉽지 않다. 복수의 택시 기사에 따르면 쁘렘 주변은 외국인이나 조금 부유한 현지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아들이 캠프에 있는 동안 주변 3km를 걸으며 둘러본 적이 있는데, 조용한 동네에 화려하진 않지만 잘 정돈된 집들로 평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나가다 만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나눴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나를 태워주기도 했다.

쁘렘 학교 교정

아들이 참가한 스포츠캠프는 만 8~15세가 참여하는 시니어(Senior) 프로그램이다. 아들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스포츠캠프에 갔다. 캠프에서 돌아오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땀에 젖은 옷을 벗고 바로 샤워하고 침대로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꽤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데, 마치 매일 아침마다 신병훈련소에 들어가는 듯했다. 아들까지 총 9명이 있었는데 중국인 6명에 미국인, 싱가포르인, 한국인 각 1명이었다. 아들을 제외한 8명의 아이들은 모두 영어를 구사했다.

영어를 못하는 아들이 매일 12시간씩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기특하게도 아무런 불상사 없이 매우 잘 지냈다. 특히 아들은 매일 캠프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들뜬 기분으로 그날 있었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즐거워 보였고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스스로 신이 나서 잠들기 전까지 캠프에 대해 얘기했다.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캠프였다. 이것 하나만으로 나도, 아들도 모두가 행복했다.

쁘렘 학교 내 레지던스

아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캠프 이튿날 열린 태권도 수업을 계기로 아들의 입지가 나름 확고해졌다.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우진 않았지만 곧 잘 흉내 내곤 했는데, 캠프에서 진행한 태권도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나 보다. 태권도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한국 사람이었고 아들에게 더 많이 신경을 써준 것 같았다. 아들은 태권도 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좋았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이 밖에 크리켓, 수영, 무에타이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아들은 중국인 같은 또래 Evie, 미국인 형 Ben과 돈독한 사이가 됐다. 교정을 산책하다 자연스럽게 캠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들은 꼭 Evie, Ben과 함께 있었다. 나는 나중에 두 아이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Ben는 과묵했고 Evie는 똑똑했다.

쁘렘 학교 본관 앞 Global Way 에 있는 태극기

캠프는 최대한 많은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게끔 구성됐다. 쉽게 배울 수 없는 무에타이, 크리켓, 펜싱, 양궁, 골프는 물론 클라이밍, 짚라인, 축구, 수영, 농구, 탁구, 배드민턴 등을 했다.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시멜로와 소시지도 구워 먹었다. 담임선생님 역할을 하는 2명의 선생님이 9명의 아이들을 돌봤고, 각 종목마다 전문가를 불러 학교 내에서 진행했다.

외부 리조트에서 열리는 1박 2일 액티비티도 있었지만 아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아들은 그 시간 동안 주니어(Junior) 캠프에 참여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체험 활동은 제대로 구성됐고 아들에겐 정말 유익했다. 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 재밌었다'. 주 7일간 아들을 포함해 캠프에 참여한 어느 누구도 다치거나 낙오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쁘렘은 명성대로 체계화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캠프에 속 빠져들게 했다.

첫 번째 국제학교인 메리튼(Meritton British International School)이 정적인 캠프라면 쁘렘은 Dynamic 한 캠프이다. 아들은 메리튼에서 친구를 얻었고 쁘렘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메리튼은 국제학교를 적응하는데 좋은 선택이었고, 쁘렘은 캠프다운 캠프를 경험하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유학원을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각 학교에 연락해 알아본 노력과 시간,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처음이라는 두려움과 낯섦 그리고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더 길게 캠프를 보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쁘렘 학교 교정


-스포츠캠프 비용

Non residential sports camp 31 July - 6 August 2022 : 13,551밧(약 50만 원)

Accommodation fee, 30 July - 6 August 2022 : 9,813 바트(약 36만 원)


-쁘렘 생활

세탁은 레지던스에서 소개해준 외부 세탁소를 이용했는데, 배달-수거까지 1kg에 70밧였다.

세탁 품질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특히 옷들을 손으로 일일이 개어서 보내줬다. 그 정성에 70밧이 아깝지 않았다. 아침 식사는 밖에서 빵이나 시리얼을 사 먹었다. 점심과 저녁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점심은 학교 내 식당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저녁은 인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쁘렘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PTT Station 주변이다. 쁘렘은 도심(센트럴 페스티벌/마야 몰)에서 멀기 때문에 저녁 7시 이후에는 택시(그랩, 인드라이브, 볼트)가 잘 안 잡힌다.

그래도 잘 타고 다녔고 고마움에 팁도 넉넉히 줬다.


-매림 지역

매림에는 코끼리 체험을 할 수 있는 MaeRim Elephant Home(매림 엘리펀트 홈), Elephant PooPoo paper Park(엘리펀트 푸푸 페이퍼 공원)와 호랑이 동물원 Tiger Kingdom(타이거 킹덤)이 있다. 치앙마이 최고 럭셔리 호텔인 Four Seasons Resort(포시즌스 리조트)와 최고 골프장인 Summit Green Valley Chiangmai(서밋 그린 밸리 골프장)도 매림 입구에 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혹 초상권이나 저작권, 재산권에 문제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요. 미리 사과 말씀드리며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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