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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Jun 28. 2024

수술, 항암, 방사선 모두 거부하고 자연인으로?

2장 고민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큰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고 제 암은 유방암 중 허투양성(HER2+)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미 림프절 전이도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친한 친구가 유방암 2기를 판정받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뇌로 전이되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 저에게도 가족에게도 공포스럽게 느껴젔습니다.


남편은 저의 암 소식에 울기 바빴습니다.(결혼하고 나서 엉엉 우는 걸 처음 봤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 가족들이 떠올라 충격이 컸나 봅니다. 남편은 만약 제가 병원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지리산에 같이 들어가 치료해 보자고 했습니다. 


"지리산? 자연인이 되자고? 진심이야?" 

그렇게 물었더니, 남편은 "가끔 방송에 말기암인데 지리산에 들어가 암이 말끔히 나았다고 하잖아"라고 하더군요. 허긴 저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것에 대해 아예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암 덩어리가 1cm도 아니고 4.8cm야.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아. 수술만 하고 항암을 거부할까?"

"그래도 좋아. 수술만 하고 지리산에 들어가서 치료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자"

남편에겐 지리산(=살 길)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했습니다. 


괜히 수술이나 항암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암 관련 서적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암환자들이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수술이나 항암으로 죽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의학평론가로 알려진 후나세 슌스케의 저서 <암 자연치유 10가지 비밀>에서 항암제 치료는 의사들도 거부한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등의 내용을 제1장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암의 진실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해 놓았습니다. 암을 자연치유법으로 예를 들어, 웃음, 식사, 입욕, 운동, 호흡, 이미지 등의 대체요법으로 고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연치유에 관심이 있다면 책은 매우 도움이 있습니다)


고민은 깊어 갔습니다. 병원치료냐, 자연인이냐, 정말 머리가 아팠습니다. 실제 암치료를 받다가 죽은 가까운 지인도 가족도 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친구들도 병원치료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거든요.


수술만 하고 항암은 거부할까?

수술을 거부하고 항암만 받을까?

수술과 항암 모두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할까?


머리 아프게 고민하다가 병원 주치의와 병원치료를 받았을 경우 생존율이 얼마나 되는지 리얼하게 상담해 보기로 했습니다. 유방암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 경우에 대해 치료 가능성, 완치율과 생존율을 알아보았습니다. 만약 생존율이 낮다면 짧게 살게 되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평소에 신뢰하고 치료를 받았던 동네 내과 선생님께도 제 상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저의 주치의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의 이익이나 주치의의 의무가 아닌 조금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답변해 주실 거라 믿었거든요. 


두 의사 선생님의 의견은 거의 같았습니다. 

암종류와 병기에 따라서는 자연인이 더 나은 환자도 있다고 솔직히 이야기 하시더군요. 하지만 수술도 어렵고 항암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암도 있는데, 제가 걸린 유방암은 생존율도 높고 완치될 가능성도 높아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유방암(허투 양성)을 진단받고 완치판정을 받았던 J언니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난소암을 극복한 친구 S에게도 조언을 구했습니다. 네이버에 보면 암카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보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진언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암선배(?)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이미 치료가 끝난 지인들과 현재 암 치료 중인 지인들, 국립암센터 등에서 일하는 지인 등 8명이 카톡방을 만들어 현실적인 조언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 카톡방이 얼마나 심적으로도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병원치료를 선택해 완치판정까지의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지리산 자연인이 되었다면? 이 또한 좋은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제 성격상 조금만 아프거나 이상 증세가 나타나도 아주 큰 불안에 휩싸였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 자연인이 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차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려고 생각 중입니다. 


평생 서울, 도쿄, 미국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자연이 가득한 시골집을 알아보는 것은 제 인생에 너무나 큰 변화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의 전환점을 '암'이라는 큰 병이 가져다주었습니다. 전화위복(福)이란 재앙과 근심, 걱정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인데, 제2의 인생은 자연인까지는 아니지만 자연을 가까이하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유방암은 자연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갖게 해 주었고, 미래의 삶은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흘러 가, 생각지 못한 곳에 안착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봅니다.   


누군가는 저와 다른 순수 자연치유법을 선택할지 모릅니다. 그 또한 훌륭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있어 환자의 신념이 자연에서 나을 수 있다고 강하게 믿으면 그리 될 것입니다. 저도 요즘 자연치유법에 심취해 다양한 문헌들을 통해 공부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결국 암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미래의 건강에 대한 답은 '자연' 안에 있다고 믿거든요. 



자연은 우리의 가장 뛰어난 교사이자 치유사이다.
 -니콜라스 스파크스-


반려돌과 야생화 산책길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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