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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Jul 05. 2024

집에서 통원? 요양원에 입원?

2장 고민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니 자연스럽게 따르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미국에 있는데 한국 어디서 머무르며 치료를 해야 하나 하는 거처 문제가 생겼습니다.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이미 10년이 넘었고 언니들은 있지만 아픈 몸으로 오랜 기간 신세를 지자니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암환자들보다 더 심각하게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나를 고민하하게 되었죠.


막상 암 요양병원에 대해 알아보면 한 달 요양비가 500~1000만 원 정도로 문의를 받은 담당자들은 의례적으로 "실손보험 있으세요?"라고 묻더군요. 저는 실손보험은 없거든요. 12년 만에 유방암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한국은 실손보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디를 가나 '실손보험'에 대한 언급이 잦았습니다. 


한 번은 친구 H가 적극적으로 소개해 준 요양병원을 직접 방문해 보았는데 암 환자를 위한 병원인지, 실손보험을 노린 요양병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변환경도 병원시설도 형편없었습니다.


"실손보험 있으시죠?"

"없는데요"

"어구 그럼 오래 입원하기는 힘들 텐데..."

요즘 실손보험이 없는 사람도 있냐라는 식의 눈빛과 말투였습니다. 


친구는 요양병원을 저랑 같이 둘러보고 나더니 자신도 지인 소개로 나에게 소개했는데 함께 와보기를 잘했다며 놀래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암 환자를 노린 요양원이 판을 친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직접 경험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또 다른 친구 S는 난소암으로 직접 요양병원 여러 군데를 입원, 통원한 경험이 있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난소암 판정을 받고 수술하고 나서 혼자 밥을 하거나 챙겨 먹을 수가 없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공기도 좋고 더불어 면역치료도 해주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담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손보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그 친구에게 듣게 되었습니다. 


"같이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실손보험을 빵빵하게 들은 사람들은 다 나아서 퇴원해도 되는데 1년 이상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도 많아"

"왜? 다 나았으면 퇴원해야 하는 거 아냐?"

"밥도 다 해주고, 빨래도 다 해주고 너무 편한데 실비로 다 해결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럼 병원에서 강제 퇴원시켜야 되는 거 아냐? 정말 아픈 다른 환자들을 위해..."

이런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요즘 실손보험을 가입하려고 하면 제약이 많고 까다롭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제가 유방암을 판정받고 얼마 안되어 나이가 60대인 지인 M은 삼중음성 유방암을 판정받았습니다. 원래 제주도가 집인데 서울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어 요양병원으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병원 근처 오피스텔을 계약해 치료받고 있습니다. 요양병원보다는 남편과 함께 가족들과 친구들도 자유롭게 만나면서 통원치료를 받기로 결정한 것이죠. 


이렇게 암환자마다 필요가 다르고, 돌봐줄 가족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실손보험의 유무에 따라서도 통원이냐, 요양병원이냐에 대한 결정이 달랐습니다. 



유방암인 저는 꼭 요양병원이 필요할까요?

제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국에 치료를 위해 오래 머무를 집이 없다

암보험(진단비, 수술비 조금 나오는)은 있지만 실손보험은 없다

다른 암과 다르게 수술기간(2박 3일 정도였음)이 짧고 회복도 빠르다

항암(세포독성 항암) 6차 동안은 가사 도움이 필요하다

수술 후와 항암치료 중에도 혼자서 움직일 수 있다

먹는 것이 자유롭다(식도암, 위암, 대장암 등과 비교해)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다(누워서 화장실을 해결해야 하는 암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이 모든 고민들을 큰언니와 상의했더니 고마운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집(큰언니)에서 암이 다 나을 때까지 함께 있자. 언니가 너 완치될 때까지 돌봐줄게. 널 내가 꼭 살리마"

고맙다는 말이 부족했습니다. 한국에 여행 와 잠깐 머물러도 미안한데 암환자를 집에서 보살펴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큰 형부(대장암 3기였음)도 언니가 식이요법으로 고쳤잖아. 너도 나을 수 있고, 예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어"

언니의 제안에 저는 조금 울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급히 온 것도,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도, 아이와 남편과 당분간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도, 이렇게 큰 언니네서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것도, 이 모든 것이 갑작스럽기만 해 감정적으로 복잡했거든요.


큰 형부는 통원과 요양병원에 대해 고민하는 저에게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대장암 3기로 한 달 이상 입원해 보니 아픈 환자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6인실의 각기 다른 암환자 6인, 거기에 간병인 6인, 총 12명. 밤새 끙끙대는 신음소리, 누운 채 대소변을 갈아야 하는 환자도 있다 보니 냄새와 악취, 조선족 간병인들의 수다로 인한 소음, 맛없는 병원음식, 커튼 처진 침대 한 칸 협소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답답함,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외로움 등등.


큰 형부는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으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통원하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데. 언니랑 그동안 못 보낸 시간도 보내고 맘 편히 여기서 치료해" 하시더군요.


큰 형부는 5,6년 전쯤 대장암 3기로 대장 일부를 꽤 길게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독한 항암치료를 무려 12차 받으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죠. 그때부터 온 가족이 암을 고치는 식이요법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저는 이 기간 동안 미국에 살고 있어서 언니로부터 전화로만 소식을 간간히 들었거든요). 대장암 발병 후 5년이 지나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온 가족이 함께 건강한 식습관, 운동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요양병원에 꼭 입원해야 하는 경우라면

 암진단을 받자마자 요양병원을 군데 알아보고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실손보험을 가진 암환자를 노린 요양병원인지, 암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진정한 치료를 목적으로 한 요양병원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병원 위치가 공기도 좋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자연 속에서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산소를 언제든 마실 수 있다는 건, 암환자에게 먹는 음식보다 더 중요할 수 있거든요. 인터넷 사진으로만 보고 예약해서 수술 후 아픈 몸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른 요양병원으로 이동도 어렵고 계약문제가 있어 복잡해집니다. 몸도 아파죽겠는데 마음까지 불편해지지 않으려면 미리 알아보는 게 최선입니다. 

요양병원을 미리 방문해 쾌적한 환경인지 확인

신뢰할만한 대체의학이나 면역치료를 해주는지 확인

자연 속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할 수 있는지 확인

암 종류에 따라 식이요법을 다르게 해 주는지 확인


아무튼 저는 큰 언니네서 통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암환자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그동안 큰 형부를 위해 정리해 둔 식이요법 관련 노트도 전해받았습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단 음식, 탄수화물 위주였던 저의 과거 식단은 매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단백질 중심으로 바뀌어 나갔습니다. 또한 언니네 집 근처에 산이 있어 공기도 좋고, 좋은 산소를 듬뿍 마시면서 등산도 하고 맨발 걷기도 할 수 있어 회복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큰언니 가족의 돌봄은 저에게 가장 놀라운 항암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약'이라고 했나 봅니다. 두고두고 이 은혜를 갚으려면 건강해져 오래 살아야겠죠.



건강이 가장 큰 선물이며,
만족은 가장 큰 부(富)이며,
충성은 가장 큰 관계입니다
 -부처-


 

요즘 키우는 반려돌입니다. 암투병하면서 우연찬게 애완돌을 키우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즐겁고 큰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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