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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Jul 19. 2024

유방암의 종류는 어떻게 나뉘나요?

3장 유방암 관련 지식과 정보를 모았습니다

"환자분은 허투 양성(HER2 +) 유방암입니다."


큰 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날, 제 주치의는 이렇게 말하면서 항암치료의 예후가 좋을 거라고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병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유방암 관련 서적을 이리저리 읽으며 공부를 해둔 터라 주치의의 설명이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유방암은 다른 암들과 달리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죠. 



유방암의 종류는 뭐가 있을까?

유방암을 조직학적 유형, 즉 모양으로 분류하면 비침습암과 침습암으로 나뉩니다. 상피내암, 제자리암, 0 기암을 비침습암으로 분류되고, 침습암이 바로 진짜 유방암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침습(襲)란 단어의 한자를 살펴보면, 갑자기 침범하여 공격한다는 의미이니 침습암은 암이 침범하여 이미 걸렸다는 의미이고, 비침습암은 아직은 암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에 가까운 것이죠. 


또 다른 분류는 유방암의 아형, 즉 분자 생물학적 분류가 있는데 이것이 환자에게는 더 친숙하고 중요합니다. 유방암은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뉩니다. 기준은 호르몬 수용체와 HER2, *Ki-67(세포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유무에 따라 3가지로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허투(HER2) 양성 유방암

삼중 음성 유방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호르몬 수용체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PR) 수용체가 있습니다. 유방암에는 여성 호르몬 수용체라는 것이 있는데 여성 호르몬이 암세포를 자극해 암이 자라고 진행됨을 1970년대부터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양성이냐 음성이냐로 나뉘며 100%에 가까운 강한 양성일수록 치료도 쉽고 예후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세포가 천천히 자라고 공격성이 다른 유방암에 비해 약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유방암 치료는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막아서 암세포를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타목시펜이 있는데 여성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과 여성 호르몬의 생성을 막기 위해 사용합니다.



허투 양성 (HER2 +)

약 20년 전에 발견된 새로운 유방암입니다. 제가 걸린 유방암도 여기에 속합니다. 전체 유방암의 약 15~20%를 차지하며, 원래는 성장인자 수용체로 정상세포에도 있지만 과잉 활성화가 되면서 유방암으로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암세포는 허투 유전자 의존도가 높아 이것을 차단하면 암세포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허투 표적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었지만 허투 양성의 대표적인 표적치료제, 허셉틴, 퍼제타가 개발되면서 현재는 예후가 좋은 암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허투 양성은 표적 항암제가 가장 잘 듣는 유방암이어서 예후도 좋고 완전관해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저의 주치의가 이렇게 말한 이유를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

에스트로겐 수용체도 음성,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도 음성, 허투도 음성인 것을 삼중음성암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호르몬 치료도 잘 안 듣고, 허투 표적 치료도 잘 안 들을 뿐만 아니라 암세포가 공격적이라 치료도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은 유방암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신약이 개발되어 삼중음성 유방암도 다른 유방암들처럼 완치율도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저의 지인도 삼중음성 유방암에 걸렸는데 신약이 개발되어 항암치료를 저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고 최근에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고 있어 치료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유방암입니다. 이제는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았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유방암에 처음 걸렸을 때,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슬퍼하고 걱정을 많이 한 반면, 다른 암환우들은 "유방암이라 얼마나 다행이니, 고칠 수 있고 살 수 있으니 부럽다."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처음엔 이해가 잘 안 되었는데 병원에서나 주변에서 다양한 암환자들을 알게 되면서 이 또한 납득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췌장암처럼 생존율이 10%도 안 되는 암도 있고, 희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육종암은 아직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어떻게 치료해 나가야 할지 몰라 막막함 속에서 헤매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암'이라는 단어가 그저 부정적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유방암에 걸려서 암이라는 신세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세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암담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희망과 소망과 사랑도 있었습니다. 


암이라는 깊은 고통 속에서 내 안에 암과 싸울 수 있는 무적의 힘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두울수록 한줄기 빛이 더욱 빛나고 가치를 뿜어내듯이, 암이라는 어둠이 누군가의 아픔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용기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길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목적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레몬엘에이-



*완전관해: 병리학적으로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을 의미.

*Ki-67(Ki지수): 케이아이 식스티세븐 또는 키 식스티세븐이라고 읽음. 세포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세포증식과 관련된 일을 한다. 

모든 병원에서 Ki지수를 보는데, 지수가 높으면 공격적이다. 이 지수란 세포가 얼마나 빨리 분열되는가, 즉 1이 2, 2가 4, 4가 8... 이렇게 빨리 분열하면 지수가 높아지고 암세포가 커짐. 이 지수가 높을수록 예후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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