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재 Feb 22. 2023

내가 꿈꾸는 미래에 출근은 없었다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법


10년 전, 사회 초년생이던 저는 운 좋게도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던 회사의 공채에 합격해 인턴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엔 무척 화려한 직업이었지만, 새벽 여섯 시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은 뒤 여덟 시에 다시 출근해야 하는 날이 심심치 않게 있을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동기 모두가 엄청난 열정으로 밤낮없이 일했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조금 건방진 태도를 갖고 있던 저와는 달리 그는 업계의 모든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어떻게든 그 안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외부 업무를 보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할 정도로 제법 큰 사고였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잠도 부족하던 차에 차라리 잘됐다, 이렇게 된 김에 며칠 푹 쉬어야지!'라고 오히려 기뻐하며 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길게 쉬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바로 그다음 날 목발을 짚은 채로 나타나 늘 그랬던 것처럼 늦은 밤까지 일했습니다. 그렇게까지 몸을 바쳐 일하는 그의 열정에 업계 사람들 모두가 혀를 내둘렀죠.


시간이 흘러 그 친구는 결혼을 하게 됐고,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일손이 언제나 부족했던 팀이었기 때문인지 친구의 자리는 그 한 달 만에 다른 사람으로 채워져 있었고, 결국 원래의 업무와 조금 거리가 있는 다른 부서에 배정되었습니다. 시간은 또다시 흘러 그는 두 번째 아이를 갖게 되었고, 두 번째 출산휴가 후에는 회사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를 보며 저는 모든 것을 바쳐 일한다는 사실이 내 자리를 지켜주진 못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면, 더 이상 다니지 못하게 될 회사라면 시간과 열정을 바쳐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친구는 대체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걸까요.




내가 꿈꾸는 미래에 출근은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직업을 근시안적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업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이런 변수는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플 수도 있고,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가고 싶어 질 수도 있고요. 회사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지거나, 유망직종이던 내 직업이 시간이 흘러 사양업종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저는 먼저 제가 바라는 20년, 30년 뒤의 제 모습을 떠올려봤습니다. 어릴 적부터 변하지 않던 꿈은 서울을 벗어나 제주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미래에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그때 저는 어떤 직업을 갖고 있을까요?


제가 원하는 미래에 방해가 되는 직업이라면 지금 열정을 바쳐 일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상가능한 수많은 변수로 인해 그만두게 될 직업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혹시 나중에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게 되더라도, 내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할 수 없더라도, 내가 어디에 있든 몇 시에 일하든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에 부합하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요. 그게 디지털 노매드에 대한 첫 생각이었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


사실 그땐 '디지털 노매드'라는 용어를 몰랐습니다. 그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프리랜서가 디지털 노매드인 건 아니었죠. 대부분의 프리랜서는 출근을 하지 않고 소속이 되어있지 않을 뿐, 시간과 장소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노매드는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에 대한 생각을 처음 떠올린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서울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이 목표를 정해놓고 나니 마침내 디지털 노매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보았을 때 저는 자연스럽게 그 기회를 알아볼 수 있었고, 큰 고민 없이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노매드가 된 지 3년쯤 되었을 때 근무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다시 회사원이 된다면 유일하게 입사하고 싶은 회사였어요. 일생일대의 기회였을 수도 있지만 고민 끝에 저는 입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은 회사라고 해도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로운 생활과 바꿀 수는 없었거든요.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일하는지가 일상 생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노매드라는 것은 이미 제 아이덴티티가 되어있었습니다.



자기 통제감으로 가득한 자유로운 생활


회사에 다니며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던 시절엔 그저 '디지털 노매드가 되면 자유롭고 편할 것 같다'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되고 나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꿈의 회사에서 온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포기할 수 없었던 디지털 노매드만의 장점을 간단히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창업 자본이 필요 없다. 사무실도, 각종 장비도, 직원도. 그저 노트북 하나면 된다.

와이파이만 있다면 전 세계가 내 사무실!

비수기에 여행을 갈 수 있다.

하루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내 바이오리듬대로 생활할 수 있다.

매끼 건강한 집밥을 먹을 수 있다.

일이 적을 땐 여유가 생겨 좋고, 일이 몰릴 땐 돈을 많이 벌어 좋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

월급중독에서 벗어나 돈에 대한 개념이 생긴다.


올해로 디지털 노매드 7년 차가 되었고 저는 완전히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제시하는 기준이 아닌 제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고 점점 저만의 색깔이 진해지는 걸 느낍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며 작가를 꿈꿀 수 있는 것도, 매일 반나절을 취미생활에 쓸 수 있는 것도, 보잘것없던 통장 잔고를 30배 이상 늘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덕분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저와 같은 디지털 노매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면, 고정적인 수입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당신이 원하는 만큼 견고해 보인다면 앞으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들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이 책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어떻게든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은 분들을 위한 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