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원이 업무를 분담해 일을 처리하는 일반 기업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를 한다면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심지어 적성에 꼭 맞지 않는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큰 지장 없이 업무에 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남들과 차별화되는 개인의 독자적인 기술로 수입을 얻는 1인 기업입니다. 나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이자 1인 회사가 되어야 하죠.
1인 기업이 되려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혼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혼자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기술을 쌓기 위해선 먼저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야만 합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의 일을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하며 그 업계에서 특출 난 기술을 얻기란 불가능하거든요.
이번 챕터는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한 챕터입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고 싶다면 마치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연인을 대하듯이 자신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 이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당신이라면 아마 당신과 당신 자신의 관계는 친구나 연인보다 훨씬 더 먼 사이일지도 모릅니다.
실험 횟수는 성공 가능성에 비례한다
당신이 만약 10대나 20대라면 축하드립니다. 당신이 앞으로 10년 동안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입니다. 영화 <청춘스케치>의 대사를 빌리자면, '20대에 되어야 할 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성실한 사람, 돈을 많이 모은 사람,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람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한지 혹은 혼자 있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지, 어느 장소에 어느 도시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 때 가장 행복한지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해 보세요.
이것은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간혹 30대가 되기 전에 이른바 '시드 머니'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보이는데, 제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20대에 버는 돈은 앞으로 벌게 될 돈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보다 2배, 3배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또래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며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10년 후엔 지금 당장의 돈보다 경험이 더 큰 가치로 돌아옵니다.
통장 잔고는 크게 신경 쓰지 마십시오. 통장에는 앞으로 1년간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돈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먼저 자신의 한 달 평균 지출을 계산해 보고 1년간 어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할지 계산해 보세요. 1년간 생활할 수 있는 돈이 통장 잔고에 있다면, 앞으로 최소 6개월 간은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시도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도전해보고 싶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니까요. 만약 당신이 한국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살 거라면, 한국에서 그 직업을 갖고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직업이어도 일하는 방식은 나라에 따라, 문화에 따라, 포지션에 따라 천차만별이거든요. 밀라노의 패션 디자이너와 서울의 패션 디자이너는 같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마치 다른 직업을 가진 것처럼 다르게 일합니다. 이 차이점을 파악하고 있다면 내 적성에 잘 맞는 직업, 내가 좀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에 대한 단서 찾기
당신이 20대가 아니라고 해서, 30대나 40대나 50대라고 해서 적성을 찾기에 늦은 나이는 아닙니다. 20대에 비해 생활환경도 여유롭고, 경험도 훨씬 많을 테니 오히려 20대일 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신의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자신의 적성을 탐색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평생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평생 끊임없이 변화하니까요. 5년 전,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릅니다.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이 5년 뒤 더 이상 그때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직업의 성격이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기도 하고요.
적성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 신호들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신호는 "그냥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아이돌지망생이라면 "세상에 어느 누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고, 평생 소설 작가를 꿈꿔왔던 이라면 "세상 모두가 작가를 꿈꾼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바로 재능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 능력이 없는 상태라 해도, 프로의 수준까지 그 능력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습득하고 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하고 싶다"는 그 마음입니다. 이 '하고 싶다'는 마음은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닌 타고난 기질입니다.
어린 시절 속에 답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타고난 기질이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하던 어린 시절 속에 굉장한 단서가 있거든요. 어린 시절 처음 받았던 칭찬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장래 희망란에 써냈던 직업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학교 수업에 관심 없는 학생이라도 왠지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별다른 노력 없이도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던 과목이 있을 거예요. 손재주가 좋아 주변 친구들이 미술 시간마다 도움을 요청했다던가, 다른 수업 시간에는 지루하기만 한데 역사 수업은 언제나 흥미롭게 들었다던가 하는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타고난 기질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우리의 성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그동안 잊고 있던 적성을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갖는 능력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고, 지금 이 글 또한 운 좋게 적합한 환경을 타고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사람이 속 편하게 내뱉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적성을 찾기 위해 10년 동안 수많은 직업을 전전해온 저를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천재'라고 하면 마치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깨우친 상태로 더 이상 세상에 배울 것이 없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인식을 가진 비판적인 몇몇 네티즌들이 가진 소위 영재, 천재로 매스컴에 소개되는 아이들을 '저 아이는 천재가 아니다. 그저 똑똑할 뿐이다'라는 말로 그 아이들의 재능에 감탄하던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죠.
그러나 이제 천재와 재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재능을 갖고 태어나 초안도 없이 아름다운 곡들을 줄줄 써 내려갔다고 알려졌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조차 그가 초안과 수정을 거쳤던 흔적들이 발견되면서 그 신화에 금이 가고 있죠.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조기 교육 또한 그의 재능이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미술 분야의 천재로 알려진 피카소는 평생 2만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고, 그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품은 10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작가 서머싯 몸은 책이 출간되고 아무 반응이 없자 신문에 스스로 자기 PR광고를 냅니다. 이 발칙한 광고의 효과로 그의 소설 <달과 6펜스>는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떨친 수많은 '천재'들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예전의 인식과는 조금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천재란 그저 '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갖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제가 에디터로 일하던 시절, 에디터로서 가장 큰 특권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예인, 예술가, 사업가, 인플루언서들을 만날 때마다 혹시 그들과의 인터뷰에서 성공의 단서 같은 것을 찾게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고대하던 만남은 언제나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 특별한 사람들을 실제로 보면 느낄 수 있다는 '아우라'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아는 것이 많다거나, 생각이 깊지 않았습니다. 스크린 밖에서 본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별 다를 것 없는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어요.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보다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남들보다 뛰어난 면이 있거나, 남들과 다른 특출 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10명 중 1명뿐이었습니다. 그 한 명의 재능마저 특별한 기술이라기 보단 꾸준한 열정과 강력한 믿음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자신이 그렇다고 믿고 있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분명, 우리에게도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직 잘하는 것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평생 잘하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되지 못합니다. 타고나는 것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호기심뿐이며, 그것을 재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노력입니다.
나의 적성을 찾기 위한 7가지 질문
만약 당신이 다음 7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해도 걱정할 것 없어요. 일단 이 질문들을 머릿속에 던져 놓으면 우리의 무의식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할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처럼 '유레카!'를 외치며 답을 써 내려가는 순간이 오겠죠.
1.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가? 기억력을 총 동원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직업의 목록을 빠짐없이 적어보라.
2.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칭찬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라. 정확히 어떤 능력에 대한 칭찬이었는가? 그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라.
3. 만약 세상 모든 직업이 모두 공평하게 같은 수입과 같은 영향력을 갖는다면,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
4. 어린 시절, 청소년기를 포함해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분야가 있는가?
5. 자유로운 업무 환경, 높은 급여, 자아실현 중 내가 가장 높은 가치로 치는 것은 무엇인가?
6. 돈이 많다는 이유로 부러운 사람을 제외하고, 실제 삶이 부럽다고 생각해 본 사람이 있는가? 그는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가?
7. 그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 중에 내가 지금 이미 갖고 있는 능력과 앞으로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