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삶은 작은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소울 / 포레스트 검프 / 타샤 튜더
높은 연봉에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끝없이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에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인생을 끝없는 고난이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인생을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로 여긴다. 이들은 같은 상황에 놓여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낀다.
전자는 원대한 꿈, 높은 이상, 물질적 풍요로 대변되는 막연한 열망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런데 과연 그 원대한 목적을 이루고 나면 보잘것없어 보이던 지금의 일상이 마법처럼 달라질까?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울 (Soul, 2020) /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 / 타샤 튜더 (Tasha Tudor, 2017)
행복은 목적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소울>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 살고 있는 영혼 '22'와 재즈 뮤지션 '조'가 함께 인생의 목적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파트타임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조'는 재즈 뮤지션으로써의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존경하는 뮤지션과 함께하는 '꿈의 무대'에 서기만 하면 그동안의 내 인생이 비로소 가치 있어질 것이고, 지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도무지 찾아오지 않고,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릴 것만 같은 불안과 꿈과 현실의 괴리에 암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되고, 꿈이 이뤄지려는 바로 그 순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정신을 잃게 된다.
한편, 원대한 목적을 찾지 못해 태어나길 거부하던 영혼 '22'는 지구 여행에서 생각지 못했던 행복을 느낀다. 피자 한 조각에서 폭발하는 듯한 희열을 느끼고, 머리 위로 비추는 햇살과 나뭇잎 한 장에도 크게 감동하며 지구에서의 모든 순간을 만끽하는 '22'.
행복은 목적이 아닌 삶의 부산물이다
- 엘리너 루즈벨트
그런 '22'를 보며 꿈에 대한 막연한 열망으로 암울한 일상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조'. 그에게도 분명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던 때가 있었다. 성인이 되어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게 된 후론 더 이상 그런 사소한 것들에 아무 감흥도 느끼지 않게 되어 버린 그. 여전히 세상은 작고 아름다운 것들 천지인데, 원대한 이상만을 향해 달려가느라 일상의 반짝임을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
긴 여정 끝에 두 사람은 '인생은 어떤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색의 안경을 쓸 것인가
<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는 인생이 '초콜릿 상자'와 같아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라 하고, 그의 중위는 인생은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 한다. 실제로 포레스트는 오늘은 어떤 맛일지 기대하며 먹는 초콜릿 같은 하루하루를 살았고, 중위는 이미 모든 길이 정해져 있고 그저 끝까지 완주해야만 하는 마라톤 같은 인생을 산다.
인생이 초콜릿 박스와 같다고 생각하면 그의 인생은 초콜릿이 되고, 고난의 연속이라 여긴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제니 : 베트남에서 무서웠어?
포레스트: 글쎄, 잘 모르겠어. 비가 그치고 별이 보일 때도 있었어. 물 위의 수백만 개의 별들이 반짝이고, 산속의 호수가 너무나도 깨끗해서 두 개의 하늘을 포갠 것 같았지. 사막에서 태양이 솟아오를 때, 하늘과 땅의 경계를 알 수 없는 그 광경도 너무도 아름다웠어.
- 영화 <포레스트 검프>
분명 무섭고 외로웠을 참전의 경험에 대해 포레스트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다고 말한다. 노란색의 안경을 쓰면 세상이 온통 노란빛으로, 검은색의 안경을 쓰면 어두운 빛으로 보인다. 어떤 색의 안경을 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우린 이미 모든 것을 가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의 타샤는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창작활동을 하며 살고 있는 동화작가다. 30만 평의 대지를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가득 채우고 매 순간 자연을 음미하며 사는 타샤의 정원엔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다.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생활방식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자연에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꽃, 석양, 구름, 자연에 모든 게 있어요.
인생은 너무 짧아요. 즐겨야죠.
그렇지 않나요?
- <타샤 튜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부족함 없이 누리고 있을 것이다. 본인의 전자기기를 하나 이상 갖고 있고, 생존에 필수가 아닌 교양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다는 뜻이니까. 내일 당장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삶이 아닌 것은 분명하니, 일상의 행복을 음미할 여유를 충분히 갖춘 셈이다.
삶은 반짝임 그 자체다
눈부신 햇살, 향기로운 꽃잎, 즉각적인 행복을 주는 맛있는 음식. 우리의 일상은 작은 반짝임들로 가득하다. 곳곳에 흩어져있는 반짝임을 주워 마음에 담는다면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다.
그 찰나의 반짝임을 지나치지 않고 볼 수 있다면, 그 모든 순간을 온 마음을 다해 충실하게 음미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삶을 온통 그 반짝임으로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물방울이 모여 바다가 되듯, 눈부신 인생이란 그렇게 작은 반짝임이 모여 만들어진다.
어린 물고기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물었다.
'전 바다라고 하는 엄청난 걸 찾고 있어요.'
' 지금 네가 있는 이곳이 바다야',
나이 든 물고기가 대답했다.
'여긴 물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요!'
- <소울>
우린 행복한 삶이 미래의 어떤 곳에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금전적 자유를 얻으면', '그 회사에 입사하기만 하면', '이것만 이루고 나면', 그것이 이뤄지는 곳에서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행복은 미지의 세계에 살고 있는 거대한 유니콘이 아니다. <소울>의 도로시아가 조에게 들려준 물고기 이야기처럼, 우린 이미 바다에 살고 있으면서도 바다를 꿈꾸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