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왓챠, 애플 TV, 디즈니 플러스. 올해 초 내가 구독하고 있던 *OTT는 무려 4개였다. 새로운 플랫폼에 보고 싶은 콘텐츠가 생기면 구독을 하다 보니 어느새 4개로 늘어났다. 영화 티켓 한 장 값으로 한 달 내내 이 많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으니 이득이라 생각됐다.
*OTT (Over-the-Top) :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인터넷을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그러나 OTT를 구독하고 몇 달만 지나면 그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1년이 지나자이 4개의 플랫폼에서 이달에 한 번이라도 클릭해 본 콘텐츠가 손에 꼽았고, 로그인조차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독료가 아까워서 억지로 무언가를 보게 되는 일도 생겼다. 어이없는 일이지. 결과적으로 '돈을 낭비한 게 아깝다고 시간도 낭비하는' 꼴이었다.
자동결제의 꼼수
요즘 멤버십으로 이용되는 대부분의 플랫폼은 한번 결제하면 바로 자동결제로 넘어간다. 각 플랫폼들이 꽁꽁 숨겨놓은 자동결제 해지 버튼을 찾아내 해지하지 않는 이상, 다음 달이 되면 자동으로 구독료가 빠져나간다.
'이번 달까지만 하고 해지해야지'는 생각은 다음 달 구독료 결제 완료 문자를 보고 나서야 든다. 그렇게 구독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언제든지 이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는걸 당연시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당연한 게 아니다. 마치 월세를 내듯이 매달 구독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자동결제의 꼼수에서 벗어나야 했다.
멤버십 서비스 이용 규칙
OTT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네이버 플러스 등 모든 멤버십 서비스가 이런 자동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서비스들을 구독하고 있는지 헤아려보니 무료배송, 쇼핑 멤버십을 포함해 총 6개였다. 매달 나가고 있던 구독료는 총 65,590원. 하나씩 보면 부담 없는 금액이었지만 모아놓고 보니 꽤 됐다.
'이미 결제가 되었기 때문에 반강제로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앞으로의 멤버십 서비스 이용 규칙을 세우기로 했다.
1. 결제와 동시에 바로 자동결제 해지하기 2. 한 달에 한 플랫폼만 결제하기
먼저 모든 플랫폼의 자동결제를 해지했다. 앞으로는 필요한 경우에만 그때그때 한 달씩 끊어 구독하기로 했다. 내가 보던 시리즈물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거나, 흥미로운 콘텐츠가 나온다거나 할 때 말이다. 그리고 한 달에 딱 한 플랫폼만 결제하기로 다짐했다. 이제 한 달에 두 플랫폼이나 구독할 정도로 OTT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만으로 충분하다
사실 지금은 OTT를 완전히 끊은 지 몇 달 됐다. 몇 달간 거리를 두다 보니 OTT 콘텐츠에 다시 손을 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콘텐츠 하나의 길이가 대략 1시간 정도 되니까 한편을 보더라도 마음을 먹고 봐야 했다. 시리즈물이라도 시작한다면 수십 시간은 기본이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그동안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쏟아부었나 싶다.
OTT 플랫폼들의 '괘씸한' 정책 변경도 한몫을 했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경우 몇 달 전부터 휴대폰에 외부 모니터를 연결할 수 없게 됐고, 특정 셋톱박스에선 지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내년부턴 계정 공유 단속에 구독료 인상까지 한다는 기사를 보니 그와의 이별이 더욱 쉬워졌다.
반면 유튜브는 모든 연결을 지원하고 있으니 훨씬 편리했다. 그래서 요즘엔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유튜브에서 한편씩 구입한다. OTT 한 달 구독료면 최신영화 한 편을 영구 소장할 수 있으니,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하는 내겐 오히려 이득이다.
여가 시간을 더 보람 있게
OTT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 서비스 구독을 모두 끊으니 짐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보지 않게 되면 허전할 줄 알았는데, OTT가 들으면 서운할 정도로 전혀 그립지가 않다. 스크린 밖에도 할 일은 많았다.
지난 몇 년간 OTT에 쏟았던 수백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사실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는 내게 알게 모르게 아이디어를 주긴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많은 시간을 쏟을 필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시간에 좀 더 보람 있고 생산적인 일을 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쓴다거나 하는 일 말이다.